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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출신의 젊은 미국 디자이너 피터 도가 세계 패션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디자이너는 시즌 컬렉션을 제작하는 데 많은 부담을 갖는다. 특히 유럽의 대형 하우스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며 1년에 최대 10번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에게는 더욱 그렇다. 예술 감독이라는 직책에 걸맞게 디자인실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역사적으로 몇몇 유명 디자이너들은 번아웃 상태에 이르렀으며, 디올에서 존 갈리아노의 몰락과 같이 대중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젊은 미국 디자이너 피터 도(Peter Do)는 헬무트 랭의 컬렉션부터 바나나 리퍼블릭과의 협업 라인 도(Do)가 포함된 자신의 이름을 건 파리 패션위크 데뷔 쇼에 이르기까지 2024년 봄 시즌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세 가지 컬렉션에 도전했다.
쇼마다 바이어와 미디어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어떤 쇼는 혹평받기도 하고 어떤 쇼는 극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 디자이너가 한 시즌에 보여준 이 특별한 1인 3색 패션쇼 분석을 통해 소위 잘나가는 샛별 피터 도의 현재 궤적을 살펴보고 K-패션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나아가야 할 글로벌 전략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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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봄/여름 헬무트 랭 여성복 컬렉션 |
미국 패션 평론가 캐시 호린(Cathy Horyn)은 패션 미디어 <더 컷>에 실린 리뷰에서 피터 도의 이번 헬무트 랭 컬렉션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라고 평가하면서 헬무트 랭이 천재적인 디자이너라는 지위를 얻게 된 배경을 회상했다. 헬무트 랭은 80년대 후반 패션계를 지배했던 베르사체, 장 폴 고티에, 티에리 뮈글러의 하이 글램 섹시미와 대조적인 정밀한 재단의 고급스러운 베이직 룩인 미니멀리즘으로 당시 호평을 받았다.
캐시 호린은 리뷰 기사를 통해 헬무트 랭의 실용주의 코드가 요즘 유니클로만큼이나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도가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하며 "피터 도의 런웨이에서는 의미 없이 헬무트 랭의 시그니처들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라고 썼다. 이어 그녀는 "그의 테일러링도 마찬가지였다. 쇼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 옷들은 멋지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썼다.
하지만 많은 패션 평론가처럼, 캐시 호린은 피터 도가 파리에 도착해 바나나 리퍼블릭 협업 제품인 도(Do)에 초점을 맞춘 자신의 이름을 건 데뷔 런웨이 쇼를 선보였을 때는 180도 태도를 바꾸었다. 이 노련한 평론가는 "피터 도는 화요일에 열린 쇼에서 브랜드를 위해 만든 10가지 룩을 선보였다. 검은 면 소재의 피터 도의 시그니처인 킬트, 트라우저, 멋진 헨리넥 셔츠와 탱크톱을 매치해 매끄럽게 연출했다. 그의 컬렉션은 도시적인 테일러링을 날카롭게 반영하는 동시에 잘 재단된 투톤 블랙 팬츠, 블랙 스커트 위에 입은 민소매 블랙 가죽 재킷, 타원형의 앞면이 투명한 빨간색으로 된 영리하고 미니멀한 화이트 드레스로 컬렉션을 확장했다. 그의 쇼를 파리로 가져온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라고 썼다.
피터 도가 헬무트 랭에서 받은 심리적 압박감을 잘 알고 있는 로버트 버크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버트 버크(Robert Burke)는 피터 도의 작품을 "프란시스코 코스타의 캘빈 클라인과 비슷하게 아시아와 일본의 영향을 받아 여성스럽고, 피부가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엣지 있는 모던하고 미니멀한 옷"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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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봄/여름 피터 도 여성복 컬렉션 |
로버트 버크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젊은 디자이너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후드 바이 에어의 셰인 올리버, 부부 듀오 마이클 & 니콜 콜로보스 등 여러 디자이너가 이 역할을 맡았지만, 헬무트 랭은 천재였고 이미 디자이너로서 지명도가 높았기 때문에 피터 도에게 주어진 기대 기준은 매우 높았다. 이번에 선보인 피터 도의 헬무트 랭 컬렉션은 그만의 세련미와 정교함이 없었다. 매우 컨템포러리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나나 리퍼블릭 샘플링이 함께 선보인 피터 도의 파리 데뷔 쇼는 지난 2004년 시프리아니에서 열린 쇼에서 아이작 미즈라히가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이너 컬렉션과 타겟(Target)을 위한 스타일을 결합한 것과 매우 유사했다고 지적했다.
패션 브랜드 에이전시 투마로우(Tomorrow)의 최고 개발 책임자(CDO)이자 투마로우 프로젝트 사장인 줄리 길하트(Julie Gilhart)는 2014년 LVMH 졸업생 상(Graduate Prize) 수상자이자 2020년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피비 필로가 이끄는 셀린느에서 경험을 쌓은 피터 도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녀는 "피터 도의 헬무트 랭 데뷔에 대해 과대광고가 많았는데, 솔직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도 그는 멋진 쇼를 선보였고 쇼룸도 열었다. 쇼룸에는 매우 트렌디한 스타일에 적절한 가격의 멋진 옷들이 있었다. 첫 컬렉션치고는 훌륭하게 해냈다."라며 피터 도의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을 칭찬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가 아닌 고급 전문점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매우 현명했고, 모든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매장과의 관계를 구축했다. 피터 도는 창의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개발하고, 모든 고객 정보를 활용하고, 초창기 매장 파트너들과 함께 발전했다. 또한 그의 컬렉션은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도 결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감각을 지니고 있어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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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도 X 바나나 리퍼블릭 컬렉션 |
투마로우 프로젝트 사장 줄리 길하트에 따르면, 피터 도는 2023년 5월 헬무트 랭 공연이 발표되기 전에 바나나 리퍼블릭 콜라보레이션을 수락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헬무트 랭 데뷔를 준비하기 위해 더 긴 런웨이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시간이 후자에 대한 부진한 반응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녀는 "그는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피터 도 컬렉션에 대한 세련된 비전을 가지고 있다. 헬무트 랭은 '리스타트업'이다. 발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마케팅 책임자 미나 안바리(Meena Anvary)는 현재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미국의 상징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갭(Gap Inc.)을 해석하는 데 있어 피터 도는 자연스러운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고객과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고객이 있는 곳에서 만나고자 한다. 오늘날 문화와 자기표현은 재정의되고 있다. 브랜드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피터 도는 예상치 못한 테일러링과 실용적인 디자인에 뿌리를 둔 프리미엄 제품 컬렉션을 제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파트너다."라고 말했다.
모던하고 클래식한 스타일로 사랑받아 온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은 찰스 하비슨, 그렉 로렌, 故 로렌 스콧, 트리나 터크 티모 웨일랜드, 롤랜드 무레, 프렙 커리, 밀리 디자이너 미셸 스미스, 매드맨 의상 디자이너 재니 브라이언트 등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해 왔다.
미나 안바리는 "재런칭 이후,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등 패션 대화의 일부가 되기 위한 접근 방식에 대해 의도적으로 노력해 왔다. 소셜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하면서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브랜드인 피터 도는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우리의 헤리티지와 피터 도의 독특한 디자인 감성이 만나 고객에게 신선한 룩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요즘 고객들을 위한 간편한 옷차림에 대한 우리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좋은 성과를 보여 폭넓은 고객을 고무시켰다.
로버트 버크는 "바나나 리퍼블릭과의 파트너십은 피터 도의 감성을 실루엣과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누구나 갖고 싶게 만들었으며, 특히 합리적인 가격의 세련된 디자이너 의류다."라고 말했다.
피터 도가 2024년 봄 시즌에 도장을 찍은 브랜드 중에서 한 브랜드는 성공을 거두지만 다른 브랜드가 주춤한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타이밍, 예산(바나나 리퍼블릭의 경우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 브랜드가 디자이너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를 주는지 등이 모두 중요한 요인들이다. 피터 도는 헬무트 랭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큰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다행히도 그는 이미 다음 컬렉션을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아시아 출신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줄 것으로 보인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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