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패션을 지배하는 ‘말라깽이들의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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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패션쇼 의상의 95.6%가 한국 사이즈로 22~26인치

2023-09-26 오전 1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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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패션을 지배하는 '말라깽이들의 독재'는 영원히 계속될까?



사회 비평가들은 패션 잡지의 선동, 연필 자루와 같은 모델, TV에서 미모 여성 역할을 도맡는 여배우들의 복제식 외모에 대해 '말라깽이들의 독재(tyranny of thinness)'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나오미 울프는 저서 <미의 신화>에서 오늘날 표준으로 삼는 롤 모델들의 체중은 인구의 평균 체중에서 95퍼센트를 제외한 체중보다도 덜 나간다.”라고 꼬집었다. 현재진행형인 패션을 지배하는 '말라깽이들의 독재'는 영원히 계속될까?


많은 글로벌 패션 업계가 말라깽이가 아닌 통통한(curvy) 몸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라진 점이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팔로마 엘세서와 같은 소수의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수치에 따르면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온라인 미디어 <보그 비즈니스>가 지난 시즌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 열린 219개 쇼에서 공개된 9,137벌의 의상을 조사한 결과, 플러스-사이즈(실제 미국 여성의 평균 사이즈인 미국 사이즈 14 이상으로 정의. 한국 사이즈 36인치)는 0.6%, 6-12 사이즈(한국 사이즈 28~34인치)는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의 95.6%가 미국 사이즈 0-4 사이즈(한국 사이즈 22~26인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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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밀라노에서 패션 사회학을 강의하는 파올로 볼론테(Paolo Volonte) 교수는 “브랜드들이 비판을 피하려고 통통한 몸매의 커비 모델을 몇 명씩은 기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살찐 세탁(fat-washing)이다"라고 말하면서 패션업계가 공허한 기후 공약으로 비난받는 냉소적인 '녹색 세탁(green-washing)'에 대한 비판과 비교했다.


파올로 볼론테는 "그들은 포용성을 보여주기 위해 패션쇼에서 매력적인 모델을 사용하지만, 사실 이것은 말라깽이 이상에 기반한 시스템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20세의 모델이자 법대생인 예카테리나 오지가노바(Ekaterina Ozhiganova)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기를 거부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엄 사이즈의 여성들은 종종 체중을 줄이거나 XL 사이즈까지 늘리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결국 둘 다 건강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패션모델 옹호 단체인 모델로(Model Law)는 최근 설문 조사를 시행해 모델 10명 중 9명이 정기적으로 몸매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카테리나 오지가노바는 "사실 모델들은 말을 꺼내기가 매우 어렵다. 불평이라도 하면, 모두가 '그게 직업이야'라고 말한다"라고 언급했다.


그것이 어떻게 '직업'이 되었는지는 역사의 문제다. 파올로 볼론테는 날씬한 몸매에 대한 집착은 산업 생산 기술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디자이너가 개인에게 맞는 옷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량 생산 시대에는 작은 템플릿을 사용하여 더 큰 사이즈에 맞게 확장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사이즈까지만 작동한다. 그 이후에는 지방과 근육이 더 복잡한 방식으로 신체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


파올로 볼론테는 "더 큰 사이즈의 옷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는 훨씬 더 큰 비용이 들고 더 많은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날씬함은 부, 즉 몸매를 가꿀 시간과 돈이 있다는 것과 확고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러한 열망은 광고와 패션 업계의 일상적인 관행에 의해 깊이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이즈-제로 모델(깡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는 패션모델)이 젊은이들의 거식증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패션계에서는 이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었다. 참고로 '사이즈-제로(size-zero)'라는 말은 "깡마른 모델만 입을 수 있는 옷의 치수"를 뜻하지만 실제로는 사이즈의 의미 외에 "(여성들의) 깡마른 몸매"를 '사이즈-제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7년부터 프랑스는 모델에게 건강검진을 의무화했으며, 프랑스 최대 럭셔리 그룹인 LVMH와 케어링은 사이즈-제로 모델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헌장에 서명까지 했다. 하지만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달라서 이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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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부터 사이즈-제로 모델이 젊은이들의 거식증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패션계에서는 이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현상 유지에 갇혀 있다. 엘리트 쿠튀리에 모하마드 아시(Mohammad Ashi)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은 패션계에서 상당히 잘 해결됐지만 체형은 까다로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인 관점에서 플러스-사이즈 드레스를 생산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보여주는 것을 판매하고 나는 고객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이건 그냥 사업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쿠튀리에 줄리앙 푸니(Julien Fournie)는 임산부 모델을 기용해 왔으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 마이클라 토마노바는 "다른 사람들보다 사이즈가 6cm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패션은 여전히 패션이다. 패션은 환상의 세계이며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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