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FW, K-패션 헤리티지 3인 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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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의 선구자 이상봉, 장광효(카루소), 최복호의 2024 봄/여름 컬렉션

2023-09-12 오전 2: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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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상봉, 카루소, 최복호의2024 봄/여름 컬렉션



서울패션위크 마지막 날인 9월 9일 토요일에는 K-패션의 헤리티지를 대표하는 레전드 디자이너 3인의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3인 3색의 멋진 패션쇼를 통해 올 시즌 서울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했다.


세계 4대 패션위크보다 앞서서 열린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는 신구 디자이너들이 조화를 이룬 5일간의 행사를 통해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달라진 K-패션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아직 소기의 성과는 없지만 맨 마지막 순서에서 첫 순서로 일정을 바꾸어 성공한 뉴욕패션위크의 경우처럼 K-패션의 세계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세계적인 패션위크로 서울패션위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K-패션의 개념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K-팝이나 K-무비와 K-드라마와 같은 한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세계인을 매료시킬 수 있는 우리만의 K-패션만의 고유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날 패션쇼를 선보인 K-패션 레전드들의 무대를 그 가능성을 엿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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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무대의 이상봉, 장광효, 최복호 디자이너



단청과 모더니티의 만남, 이상봉


3인 3색 K-패션 헤리티지의 서문을 연 것은 오후 1시에 패션쇼를 선보인 디자이너 이상봉이었다. 그는 1988~1992년 서울에서 열린 ‘미국 면화협회’에서 주관하는 ‘코튼 쇼’를 비롯하여 국내 대표로 참가한 ‘타이베이 패션위크’에 참가한 후 1990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와 ‘뉴욕 PRET 전시회’에 처음 참가하면서 국제적 브랜드로 발돋움한다. 이후 1999년에 ‘파리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에 다시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시동이 걸었다.


이를 기반으로, 2002년 3월부터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했으며, 2014년에는 ‘뉴욕컬렉션’에 참여하면서 브랜드의 인지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드높이며 다양한 해외 고정 바이어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6년 프랑스 파리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갈라 전시 기획 및 참가해 샤넬, 세린느, 소니아리카엘, YSL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지금도 세계 각국의 패션위크와 국제 행사에 초청받아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역시 탁월한 성과를 보여 파리, 뉴욕, 홍콩, 대만, 중국, 모스크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레바논, 두바이, 이집트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편집 매장에서 판매가 되면서 디자이너 이상봉의 디자인 철학은 K-패션 헤리티지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이상봉의 2024 봄/여름 컬렉션은 한국 전통 건축과 아름다운 정신에서 영감을 받았다. 흑과 백의 대조와 어우러짐은 기와와 한글과 만나 그래픽적인 패턴으로 보여지고, 찬란한 문화유산인 단청은 이 시대의 새로운 해석으로 표현되었다. 단청의 직선과 곡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해, 구름, 달, 별, 꽃과 같은 자연을 상징하는 패턴과 형상을 만들어냈으며, 울, 코튼, 실크 등 자연적인 소재부터 테크니컬한 첨단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사용되었다.


특히 한국 고유의 미는 그린, 블루, 옐로우를 포인트 컬러로 하여 새롭게 해석한 오방색과의 조화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되었다. 단청의 건축적인 요소는 시공간을 초월한 고혹적이며 미래적인 아름다움을 이상봉의 시그니처인 구조적인 요소들과 결합하여 인체 위에 미니멀과 과장이라는 상반된 실루엣들을 교차해 표현되었다. 특히 패션쇼 프롤로그를 장식한 화려한 수묵화 영상과 해금 연주는 K-패션 대표 주자인 이상봉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그의 시그니처인 한글 패션은 한글을 최고의 그래픽 헤리티지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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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여름 이상봉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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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여름 이상봉 컬렉션



경계와 한계를 넘다. 젠더풀 카루소


오후 4시에는 대한민국 대표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가 전개하는 브랜드 '카루소'의 패션쇼가 선보였다. 1987년에 설립된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는 최초로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컬렉션을 개최하면서 현재의 남성복 컬렉션 기틀을 마련한 한국 남성복 패션의 대부다. 그는 브랜드 설립 이래 매년 2회씩 꾸준히 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 전신인 스파(SFAA) 서울컬렉션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패션쇼에 참여했다.


카루소는 불모지였던 한국 남성복 패션 시장에 최초의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로써 등장하여 캐주얼 붐을 일으키며 수많은 트렌드를 창조했다. 대한민국 남자 연예인 중 카루소의 옷을 안 입어본 남자 연예인이 없을 정도다.


1994년부터는 6회에 걸쳐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한국 남성복이 세계무대에 서는 첫 시도이자 시발점으로써 현재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의 지속적인 세계무대 진출의 기반이 되었다. 2000년대 남성복 디자이너 최초로 홈쇼핑에 진출하여 연일 매출 기록을 수립하며 디자이너 브랜드의 새로운 사업 방향을 개척하였다. 대한민국 남성복 패션의 시초이자 개척자로서 카루소 역시 K-패션 헤리티지의 소중한 자산임은 분명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최초의 남성복 컬렉션을 개최(제1회 뉴웨이브인서울)한 '장광효'의 '카루소컬렉션'은 그동안 선보인 모든 스타일을 접목해 35착장을 선보였다. 하지만 노스탈지아에 빠져들기에는 너무 세련된 스타일링이었기에 어쩌면 레트로 느낌보다 남성복의 미래를 보여주는 유토피아적인 남성복 비전이 엿보였다


이번 시즌 카루소는 늘 앞서가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려 젠더풀한 남성복을 선보였다. 이미 하이-엔드 패션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젠더-뉴트럴 테마를 카루소의 색깔에 맞게 변주했다. 경계와 고정관념을 넘나드는 실루엣과 디테일은 장광효 디자이너만이 연출할 수 있는 연륜과 컨셉추얼의 조화였다.


또한 이번 컬렉션은 디자이너 장광효가 신인의 열정으로 패션을 활성화시키자는 추억을 리마인딩하는 패션쇼였다. 얼모스트 마젠타(Almost Magenta) 컨셉으로 구성했으며 마젠타의 이미지를 열정, 에너지, 힘으로 해석했다. 신진 디자이너 시절이었던 80년 후반 강렬한 레드 컬러를 과감히 사용했던 혁신적 모습을, 젠더-뉴트럴 트렌드와 동시대적 감각을 더해 표현했다.  


"오랜 세월 보내주신 뜨거운 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늘 식지 않는 열정으로 걸어가렵니다."라는 디자이너 노트 글은 40년차 디자이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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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여름 카루소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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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여름 카루소 컬렉션



50년 패션 마이웨이, 최복호


K-패션 헤리티지 3인 3색의 마지막 주자는 오후 5시에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한 최복호 디자이너였다.


대한민국 1세대 디자이너 최복호에 의해 1975년 설립된 여성복 브랜드 ‘최복호(CHOIBOKO)’는 예술적인 프린트와 패치워크로 구조적이지만 편안한 실루엣을 선보여 50년 동안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K-패션의 대표 브랜드다. 특히 감각적인 컬러와 볼드한 실루엣은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동시에 다른 브랜드와의 확실한 차별성을 주고 있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한 모티브는 글로벌한 감성의 컬렉션으로 완성되어 시즌마다 감동적인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2024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디자이너 최복호는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50년 여정에서 중점을 두었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작품과 다시 시작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였다.  특히 전통 한복 여밈과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일부 아이템을 K-패션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첫번째 테마는 패션의 지속가능성이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자이너로서 97년부터 다루어온 '환경문제'를 폐 PET병 소재를 활용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특히 재활용한 소재를 활용한 의상과 함께 '한복'의 복식 디테일을 활용해서 K 패션의 이미지를 컬렉션에서 선보이며 지속 가능한 패션과 한국 전통미를 재해석했다.


두번째 테마는 K패션을 통한 한류와의 연계 협업이었다. <솔로지옥2>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박세정과 모델테이너 하나령 등 한류 아이콘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한류 이미지를 제시했다. 세번째 테마는 미술 작품의 패션 오브제였다. 화가로 등단한 디자이너의 미술 작품을 패션 오브제로 활용한 패션은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의 수준으로 승화시켰다.


전체적으로 'BOKO50'이라는 활자가 들어간 빅백과 화려한 프린트로 시작된 이번 시즌 패션쇼는 엘레강스한 페미니니티의 정수를 보여주었으며 노련함과 신선함이 교차하는 50년 거장의 노련미와 수수함이 런웨이 곳곳에서 빛났다.


1970년대 맞춤복 시대의 디자인, 1980년대 백화점 마켓을 위한 기성복 디자인, 1990년대 해외 진출을 위한 디자인, 2000년대 친환경 디자인, 2010년대 미술작품과의 협업, 2020년대 화가로 등단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패션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작업 등 그의 50년 여정은 늘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통한 자신의 정체성 추구였다. 그 여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산업과 디자인 트렌드는 시대마다 바뀌었고, 디자이너 최복호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50년을 활동해왔다. 그 50년의 여정과 다시 시작하는 작품들을 컬렉션으로 선보인 최복호의 패션 세계는 '달려온 50년 달려갈 50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파릇파릇한 초록색이었다. 앞으로 만들어갈 50년은 글로벌 K-패션의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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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여름 최복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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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여름 최복호 컬렉션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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