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뜸한 가로수길 VS 다시 뜨는 로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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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거리에서도 핫한 브랜드는 여전히 건재

2023-07-06 오전 10:02:21

요즘, 핫한 동네 어디일까? 성수는 말할 것도 없고 홍대 옆 연남동, 합정 옆 망원동, 을지로 옆 신당동, 압구정 옆 신사동, 가로수길 옆 한남동?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유행 속에서 남들보다 먼저 알고 좋아했다가, 뜨고 나면 바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버리는 초감각의 MZ세대들과 함께 그야말로 시시각각 변하는 초절정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현재, 모든 트렌드의 집합소는 ‘성수’라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 곳곳은 여전히 오늘도 팝업의 향연 가운데 새로움을 뽐내며, 젊은 세대들은 어떤 곳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그 무엇이 있다면 누구라도 먼저 찾아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야 만다.


유행을 찾아나서면 늦는다. 넘쳐나는 아이템 가운데 유행을 찾아내야 주목받는다. 한물간 동네일지라도, 입소문이 잦아드는 거리라도 사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평일 오후 시간 가로수길과 로데오길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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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로수길은 2~3층은 물론이고 1층도 한집 걸러 한집이 공실이다



◇ 코로나의 여파인가,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인가


요즘 인기의 척도는 SNS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가로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사동 가로수길은 요즘 세대의 관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감각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모여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해온 가로수길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생기를 잃었다.


압구정로12길에서 도산대로13길까지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져 있어 ‘가로수길’로 불려온 이곳은 패션뿐만 아니라 각종 빈티지숍과 특색있는 카페들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유명 브랜드 매장들까지 입점한 거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 쇼핑몰과 같았다.


메인 스트리트에는 국내외 패션 뷰티 매장들로 가득했고, 해외에서 직수입한 소품과 빈티지 제품들로 가득한 거리에는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제품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어느 시점까지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라 했던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던, 언제 오더라도 축제 속으로 빠져들게 한 열기는 사라지고 공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견고하기만 할 것 같던 상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2~3층은 물론이고 1층에도 한집 걸러 한집이 비어있다. 그리고 비어있는 매장 사이사이에 아르켓, 아미, 이숍, 애플스토어, 메종키츠네 등만이 굳건하게 자리잡아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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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키츠네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과 함께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려는 젊은층의 끊임없는 관심으로 가로수길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로 꼽히고 있다



한산하기만 하는 길거리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이들 매장에는 평일 낮시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몇몇 매장을 나오면 여기가 한때 패션피플들이 모여든다는 멋쟁이들의 거리였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실제로 거리 여기저기에는 ‘임대문의’ ‘팝업환영’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건물 한쪽 벽면을 커다랗게 차지하고 있다. 공실이 많아 쇼핑은커녕 구경하는 재미마저 느껴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예전의 가로수길이 아니다. 가로수길만의 매력을 만들어낸 젊은 디자이너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가득했던 매장과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비교불가한 감각 넘치는 개인 카페와 맛집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만 그 틈 속에서 유명 브랜드들이 하나 둘 자리잡아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그들을 거점으로 다시금 가로수길이 부활해 문화의 팽창을 넘어 상권의 팽창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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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맛집에 대기줄이 길에 늘어져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측 옷 매장은 한산한 압구정 거리



◇ 맛집 중심으로 북적이는 로데오거리, 팝업매장으로 관심 이어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1980년대 오렌지족으로 불리던 강남의 부유층 자녀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집결지가 되었다. 과한 인기는 역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건지 치솟는 임대료가 문제였다. 바로 옆의 가로수길 등 임대료 높은 압구정의 대체지역이 생기면서 핫플로 일컬어지던 매장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겨버렸다.


이후 로데오거리는 건물주들의 노력으로 오래 장사할 사람, 거리 분위기에 맞는 업종으로 매장을 들이면서 가로수길의 상인들이 로데오거리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젊은 층을 불러오며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패션 브랜드보다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나 맛집 위주로만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명품브랜드 또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브랜드도 일조하고 있다.


높은 진입장벽의 명품 브랜드들이 커피와 베이커리, 혹은 식사 등을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새로운 식음료 경험 공간을 선보이면서 낮아진 연령대의 명품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잠수교에서 멋진 런웨이쇼를 선사한 루이비통은 압구정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한 ‘이스트 도산’에서 프리폴 콜렉션 팝업 스토어를 6월 30일까지 열었다. 3층에 위치한 카멜커피에는 팝업 기간 내낸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MZ세대들의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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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도산’에는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공간 스타일링으로 유명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역시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압구정 로데오 핫플’로 꾸준히 SNS 노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2021년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체험공간으로 지하 1층은 카페 누데이크, 1층은 협업 및 전시 공간, 2~3층은 젠틀몬스터, 4층은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특히나 3층에는 육족 보행 로봇 ‘프로브’가 거대한 다리를 꿈틀거리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미래지향적인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사실, 동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콘텐츠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MZ세대는 찾아간다. 최근 한남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 또한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MZ세대들의 무차별적인 공간사랑을 간파한 브랜드들은 그들보다 한 발 앞서 재빠르게 움직이며 지금아니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경험들을 제안한다.


프렌치 감성 디자이너 브랜드 '르메메'가 얼마 전 한남동 블뤼떼 쇼룸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La Boutique de Chocolat'를 열고 MZ 고객들과 소통했으며, 프랑스 슈즈 브랜드 '까렐(Carel paris)'도 최근 한남동에 플래그십 ?뵀堊低?오픈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또한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 '인사일런 우먼'도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자 첫 번째 단독 스토어를 한남동에 오픈하는 등 젊은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 따로 또 같이, 함께 가야 오래간다


기업들이 강조하는 가치 중의 하나가 상생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함께 가야 오래갈 수 있다. 이를 아는 기업들은 나만 살려고 하지 않는다. 고객을 위하고 대리점을 위하고 이종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경쟁 브랜드에도 기꺼이 손을 내민다. 1+1=2가 아닌 그 이상의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아는 기업은 동행과 상생에 주저하지 않는다.


가로수길과 로데오거리도 마찬가지다. 나만 잘 살려다보면 공멸하게 된다. 압구정에서 살아남지 못해 가로수길로 옮겨왔다면 이제는 그곳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가로로 큰 길을 내면 세로로 작은 골목들이 생겨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도 신사동 가로수길 옆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고 가로수길과 비슷한 명칭 세로수길로 불리면서 가로수길은 더 크게 확장되지 않았던가. 돌고도는 것이 유행이듯 과거의 명성이 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재현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유도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트렌트 섹터의 중심에는 젊은층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과 그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관심을 끌만한, 흔들리지 않는 중심 철학 하나는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브랜드든,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든, 거리가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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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펑크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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