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은 오뜨 꾸뛰르 런웨이 쇼를 모방한 파리 행사를 개최했다. |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온라인 패스트 패션 대기업 '쉬인(Shein)'이 패션 도시 파리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패션 쇼를 선보였다.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중국의 울트라-패스트 패션 대기업 쉬인은 지난 해 부터 신흥 패션 디자이너 발굴과 육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쉬인 엑스(Shein X)'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두 번째 쇼 '끝없는 여름(Endless Summer)'를 파리의 세련된 파빌리온 깜봉 카파시노(Pavillion Cambon Capucines)에서 선보였다.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게 시작된 쉬인의 파리 패션 쇼에서는 25명의 디자이너가 일렉트로 팝 사운드트랙에 맞춰 76개의 룩을 런웨이에 선보였으며, 최고의 패션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300명 이상의 쇼 관람객이 참석한 일종의 클래식한 런웨이 쇼였다.
샤넬 플래그십 매장이 있는 파리의 유명한 패션 중심가인 캄봉 거리 46번지에서 패션 쇼를 진행함으로써, 쉬인은 오뜨 꾸뛰르와 생토노레 거리의 세련된 부티크에 더 가까이 다가가 프랑스 럭셔리 코드를 흉내냈다.
2022년에 210억 유로(약 29조 1,300억 원)로 추정되는 매출(그에 비해 샤넬과 같은 100년 전통의 브랜드는 160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신생 패션 대기업은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최고 수준의 홍보 활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쉬인의 파리 마케팅 활동은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하루 8,000개에 달하는 생산량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08년 크리스 우가 설립한 전자상거래업체 쉬인은 지난 5월 초 20억 달러(약 2조 5,800억 원)를 모금해 기업가치가 660억 달러(약 85조 1,400억 원)에 육박했으며, 2023년 하반기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쉬인은 에펠탑 기슭이나 작년 가을 파리 패션위크 기간 동안 센 강을 항해하는 바지선 위 등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습관환된 듯 하다. 최저가를 찾는 매스-마켓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이 중국 브랜드가 이제는 패션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H&M이 소송을 불사하면서까지 샤넬을 카피하면서 인지도를 올린 것과도 유사해 보인다.
쉬인의 다양성 원칙에 따라 패션 쇼에는 다양한 연령, 인종, 신체 형태를 가진 모델들이 등장했다. |
크림색 크로셰 여름 필수템부터 데이글로 오렌지와 라일락의 관능적인 시스루 드레스, 밀짚 디테일의 하이힐과 모자, 디스코 룩을 위한 홀로그램 웨지 샌들, 가는 스트랩이 달린 다양한 상의 등 최신 시즌 트렌드를 반영한 패션 쇼 룩에서 알 수 있듯이, 쉬인의 패션쇼에서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선보였다.
쉬인의 파리 패션쇼에는 '쉬인 X'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25명의 이머징 인터내셔널 디자이너가 참여했으며, 각 디자이너는 세 가지 룩을 선보였다. 쉬인의 프랑스 마켓 수석 스타일리스트인 루카 라베이용이 코디네이션을 맡았다. 76개의 룩 중 73개가 여성을 위한 룩이었는데, 이는 디자이너에게 요구한 조건 중 하나로 알려졌다.
프리랜서 이탈리아 디자이너 비솔리 루벤(일명 8igb)은 바다, 하늘, 모래에서 영감을 받아 블루, 화이트, 베이지 팔레트로 구성된 세 가지 세일러 스타일 세트의 남성 룩을 쇼에서 선보였다. 이는 '쉬인 X' 디자이너가 디루어야 하는 두 가지 추가 제약 조건인 사용할 소재를 나열한 특정 지침와 함께 쉬인이 미리 정의한 무드보드 팔레트 중 하나였다. 프랑스 보르도의 콘데 패션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20세의 레아 베르토의 경우처럼,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창작물을 변경(컬러 변경, 오렌지색 스웨터 미백, 천 조각 제거 등)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쇼가 끝난 후에는 아이템당 100~200개만 생산해 쉬인 e-숍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그들의 컬렉션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공개할 수 없는 '쉬인 X'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며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게 된다.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유명한 이벤트의 중심 무대에 그들을 세움으로써, 쉬인은 2000년대 초에 올리비에 루스테잉, 칼 라거펠트 등 유명 디자이너와 공동 디자인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며 큐레이팅된 협업을 처음 대중화시킨 스웨덴 브랜드 H&M이 채택한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쉬인은 약 20개국의 신진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3,000명을 지원하기 위해 5,500만 달러(약 710억 원)를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쉬인의 e-숍에서 판매된 제품 수는 25,00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런웨이 쇼에는 지난 3일(현지 시간)에 열린 대규모 모델 캐스팅에서 선발된 다양한 연령대, 신체 형태, 인종의 모델들이 등장했다. 이번 패션 쇼의 키워드는 가능한 소비자들을 충실히 대변하기 위해 쉬인의 다양성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쉬인의 '끝없는 여름' 패션 쇼에 참여한 게스트 디자이너들은 소재와 컬러에 대한 특정 지침을 준수해야 했다. |
파리에서 열린 대규모 패션 쇼는 '쉬인더노우(Sheintheknow)'라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 Z세대 고객층을 넘어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것이 목표였다.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쉬인의 '크리에이티브 하우스(Creative House)가 주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인플루언서 활동은 세심하게 큐레이팅되었다. 쉬인이 받는 일상적인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스타일적인 반격이다.
쉬인은 티셔츠 2유로( 약 2,800원), 드레스 9유로(약 1만 3천 원) 등 매우 매력적인 가격을 통해 '누구나 패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쉬인은 하루 순방문자 수가 160만 명이 넘는 가장 인기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하나다(프랑스 전체 웹사이트 중에서는 일곱 번째로 많은 순방문자 수를 자랑한다).
한편 일부 프랑스 소비자들은 쇼 당일 깜봉 카파시노 파빌리온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쉬인의 사악한 비즈니스 관행과 그린워싱 시도를 비난하고 프랑스 정부에 패션 산업을 규제하고 쉬인의 파괴적인 '문화적 진부화'에 맞서기 위한 '입법적 보호막' 도입을 촉구했다.
프랑스에서 쉬인은 지역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4월 28일 온라인 서명 플랫폼 체인지닷오르아지(Change.org)에 개설된 '프랑스 내 쉬인 브랜드 금지' 청원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오프라인 이벤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월 9일 현재 이 청원에는 146,573명이 서명했다. 지난 5월 초, 쉬인은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시크하고 트렌디한 마레 지구 18-20번지 아카이브 거리에 4일간 새로운 파리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한 저가 제품이라는 비난을 받는 짝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울트리 패스트 패션 대기업 쉬인은 패션 라벨의 클래식한 런웨이 쇼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쉬인 X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한 쉬인의 파리 패션 쇼 |
쉬인 X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한 쉬인의 파리 패션 쇼 |
쉬인 X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한 쉬인의 파리 패션 쇼 |
쉬인 X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한 쉬인의 파리 패션 쇼 |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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