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 K-팝 넘어 패션 수도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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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W에 대한 외신 보도를 통해 본 K-패션의 미래와 성공 가능성 진단

2023-05-08 오전 5:57:38

오프닝 쇼인 얼킨 컬렉션을 참관하기 위해 DDP를 방문한 2023 서울패셔위크 홍보대사 뉴진스.


지난 4월 29일 밤, 서울의 랜드마크 한강 잠수교에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브랜드 사상 첫 프리폴(pre-fall) 컬렉션을 개최했다. 약 24시간 동안 잠수교 교통이 통제되어 논란이 된 가운데, 795m 다리가 통째로 패션 쇼 무대가 됐다.


돌풍이 부는 한강 잠수교 한가운데서 펼쳐진 패션쇼는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면서 시작됐다. 쇼의 오프닝은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인 정호연이, 마지막은 핫 모델 최소라가 장식했다. 쇼 후반부로 갈수록 국악과 현대음악이 섞인 배경 음악이 고조됐고, 무대를 걷는 모델들과 밤의 잠수교 배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루이비통이 한국에서 패션쇼를 연 것은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9년 10월에는 인천국제공항 격납고에서 '2020 크루즈 컬렉션 스핀오프 쇼'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스핀오프 쇼는 해외에서 이미 진행한 패션쇼를 재현한 것으로 한국에서 기획한, 한국만을 위한 패션쇼는 최초다.


LVMH 그룹을 대표하는 루이비통의 2023 프리폴 패션 쇼에 이어 라이벌인 케어링 그룹 소유의 명품 브랜드 구찌가 5월 16일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인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 예정이어서 또 한 번 세계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글로벌 럭셔리 라이벌인 LVMH와 케어링의 시그너처 브랜드가 서울에서 패션쇼 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6천500만달러(약 19조원)로 세계 7위권이다. 또한 한국인이 지난해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9천억 원)로 추산했다.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0만4천 원)로, 중국의 55달러(약 6만8천 원)와 미국의 280달러(약 34만8천 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즉 서울이 K-팝의 영역을 뛰어 넘어 세계 패션 허브로 부상했다는 증거다. 최근 LVMH와 케어링 그룹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과 구찌의 서울 패션쇼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 패션 캐피탈로 부상한 서울과 K-패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열린 SFW에 대한 기사를 통해 해외 언론에서 바라보는 K-패션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강 잠수교에서 열린 루이비통의 2023 프리-폴 컬렉션


해외 언론이 한국 패션(이하 K-패션)에서 가장 주목하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스트리트 스타일 문화다. 활기차고 혁신적인 서울의 스트리트 트렌드는 서구 패션 행사의 일반적인 관습과 확연히 구분되는 유니크하고 체제 전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해외 언론들은 서울패셔위크 스케치 기사와 함께  젊은 K-패션 디자이너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해외 언론이 주목한 서울의 스트리트는 정교한 화장을 한 순진무구한 로리타부터 전통 의상의 재해석뿐만 아니라 거의 전문적인 코스프레, K-팝 혹은 봉제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했다. 이들은 젠더 장벽 허물기와 깔끔한 로컬 테일러링 역시 만연했고,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이 2023 가을/겨울 서울 패션위크(이하 SFW) 기간 동안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근처에 모였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사진작가들과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이 이라크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미래형 은빛 우주선 모양의 DDP를 가득 메웠으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신기함과 다사다난함의 아우라로 감싼 거의 700년 된 흥인지문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공간에서 아방가르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감탄하는 유럽인의 시선 너머로, 2023 가을/겨울 SFW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온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SFW의 컴백은 대중교통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착용이 여전히 흔한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재개와 점진적인 규제 해제가 특징이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형식과 규모 그리고 많은 해외 게스트와 함께, 이번 SFW 행사에서는 파리, 뉴욕, 이스라엘, 대만 등에서 온 바이어들이 로컬 브랜드의 경쟁력 있는 가격의 디자인을 찾느라 분주했다.


2023 가을/겨울 무아므 컬렉션


세계적으로 어필하는 독특한 한국적 로컬 개성



도메스틱 패션 마켓과 그것의 상업적 잠재력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SFW의 프로그램은 약 30개의 한국 브랜드가 등장하는 5일간의 런웨이 쇼와 60개 이상의 패션, 신발, 주얼리, 액세서리 회사들을 참여하는 전문 박람회인 서울 트레이드 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로컬디자이너들에게 미디어 가시성과 비즈니스 기회를 모두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박람회의 베테랑 브랜드 '비스퍽(Besfxxk)' 의 듀오 디자이너 김보나와 임재혁은 펜데믹 이후 다시 서울을 찾은 해외 방문객의 귀환을 환영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많은 외국 바이어들과 소통하고 우리의 브랜드를 선보일 기회를 가졌다"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쇼룸에 입점되어 있으며 뉴욕패션위크에도 참가하고 있는 비스퍽은 클래식하고 스포티한 스타일과 국경을 초월한 강렬한 야망을 자랑하는 브랜드로, 매출액 면에서 미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꼽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파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브랜드 '무아므'(Mmam, Maison Mam Art Mr. Mom)을 론칭하고 런웨이쇼와 페어의 커머셜 프리젠테이션을 모두 참여한 디자이너 박현도 이러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 디자이너는 파리 트레이드 쇼 트라노이에 두 번이나 참여해 프리젠테이션을 한 덕분에 프랑스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브랜드의 경우, 이러한 가시성과 국제적인 컨택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드로잉과 자수를 이용한 해체주의 테일러링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주로 한국의 온라인 채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중동의 5개를 포함하여 11개의 판매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뷰티 캐피탈 중 하나인 서울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서울 트레이드 쇼에 K-뷰티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었는데, 경영진은 주로 패션 분야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 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은 매스-마켓의 멀티 브랜드 매장인 올리브영부터 홀리카홀리카, 이니스프리, 라네즈, 토니모리 등 잘 큐레이트된 플래그십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뷰티 콘셉트나 혁신적인 리테일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명동의 번화가로 여행을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2023 가을/겨울 비건 타이거 컬렉션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



아마도 K- 패션에 대한 매력은 신선한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이번 SFW에서 선보인 제품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증가하는 국제적인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자동차 전시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케이팝 그룹인 뉴진스를 행사의 홍보대사로 임명한 것과 같은 대중적인 중요성을 보완했다. 그룹의 다섯 멤버 중 한 명인 해린은 최근 디올 홍보대사로도 임명되면서 뉴진스 멤버 5명 전원이 명품 브랜드 홍보대사로 임명된 것은주목할 만한 일이다.


프레젠테이션 라인업은 현지 참석자들의 열광시킨 브랜드 그리디어스(Greedilous)의 2023 FW에 컬렉션에 등장한 오콘의 캐릭터들은 그리디어스의 과감한 패션 위에서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성 이미지를 위트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기하학적인 그리디어스의 패턴과 오콘 캐릭터의 조합은 마치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고 살아 숨 쉬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으로 표현됐다. 특히 오콘의 '슈퍼잭, 잔망루피, 버니'캐릭터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인기와 사랑을 얻고 있는 캐릭터로 그리디어스와의 협업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또한 디자이너 이성빈이 전개하는 브랜드 '와이쏘씨리얼즈(why socerealz)'는 파워 다이내믹스, 돈의 가치, 사랑의 중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극적이고 시사하는 바가 많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매우 창의적인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SFW 행사 기간 동안 등장한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으로, 플라스틱 병과 가방과 같은 폐기물로 만든 풍부한 꽃무늬와 아이러니한 액세서리로 제로-웨이스트 철학을 담은 브랜드 '파츠파츠(PartsParts)'를 포함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기 위한 여러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또다른 쇼케이스는 2015년 설립 이후 한국 비건 패션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한 기성 브랜드 '비건 타이거(Vegan Tiger)'가 선보였다. 이번 시즌 비건 타이거 컬렉션은 '한지'와 같이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와 플라스틱프리(plastic-free) 재료를  컬러, 프린트 및 텍스추어가 융합이 특징인 의류와 함께 혁신적으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2023 가을/겨울 얼킨 컬렉션


비건 타이거의 디자이너 양윤아는 "우리가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만 해도 한국 사회는 아직 비건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우리의 시작은 쉽지 않았고 콘셉트는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인정을 받은 중요한 순간은 컬렉션에서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사고방식 변화와 함께 왔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소비자들은 우리 제품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하면서 유럽 메종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의 지속 가능성 추구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한국에서 우리 컬렉션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양윤아의 비전은 업사이클링에 대한 예술적 접근법으로 유명한 얼킨(Ulkin) 브랜드의 창업자 이성동의 비전과 유사하며 하이브리드 및 해체된 의류가 특징이다. 디자이너 이성동은 "우리의 프로젝트 초기에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한국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요즘은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얼킨 DNA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펜데믹 이후에야 한국내에서 책임감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언급했지만, 이미 그의 책임감 있는 유니섹스 및 캐주얼 컬렉션은 CIFF, 프리미엄 베를린, 중국 국제 패션 브랜드 박람회 선전, 그리고 트라노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3 가을/겨울 비욘드 클로셋 컬렉션


아조비야조(Ajobyajo), 어나니마우스(Anonymouth), 그리고 오디너리피플(Ordinary People)과 같은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베를린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스트리트웨어 스타일 외에도, 이번 SFW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듀오 송현희, 최경호 부부가 전개하는 브랜드 홀리 넘버 7(Holy Number 7)의 아이비리그 스타일 요소를 재해석 한 것과 2008년에 고태용이 설립한 기성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이었다.


디자이너 고태용은 "나는 미국 프레피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내 옷을 예술 작품처럼 취급했다.비건 레더와 업사이클 패브릭과 같은 점점 더 책임감 있는 요소를 포함하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잘 확립된 정체성은 이미 피티워모와 뉴욕패션위크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현재 매출의 30%는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나머지 70% 매출은 한국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2023 가을/겨울 그리디어스 컬렉션


SFW의 많은 참여 브랜드들이 비슷한 매출 분포를 공유하고 있으며, 매출의 많은 비중이 한국내 시장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들이 팬데믹 규제라는 어려운 시기 이후에 국제적인 확장 노력을 계속함에 따라, 그들은 친밀하고 지역적으로 영감을 받은 정체성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시장을 탐색하는 동시에  성장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규모와 근접성 때문에 한국 브랜드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기업가들은 중국을 개발 측면에서 '가장 복잡한 시장' 중 하나로 묘사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지역에 대한 진출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선택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뿌리를 둔 그들의 강한 정체성이나 빈약한 한국적인 레퍼런스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은 불가피하게 한국 내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내부적으로 집중한 시기이후 국제무대로의 발빠른 개방을 경험하고 있다. 한류 제품이라는 영향력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팬덤 현상의 지원으로, K-패션은 이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한국의 수도 서울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모멘텀에 대해 의심이 있었다면, 히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감독인 황동혁의 창조적인 연출과 함께 루이비통이 4월 29일에 한강 잠수교에서 선보인 2023 프리폴 패션 쇼가 확실하게 잠재웠다. 한국의 광범위한 럭셔리 고객과 한류에 대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이 글로벌 패션 지도의 새강자로  부상할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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