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을 장식한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 모델 정호연 |
글로벌 패션 허브로 부상한 패션 캐피탈 서울의 랜드마크 한강의 잠수교가 런웨이 무대로 변신해 세계 패션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 루이비통은 지난 29일 오후 8시 한강 잠수교에서 '2023 프리폴 컬렉션'을 개최했다.
약 20분간 46명의 모델이 파란 조명으로 물든 795m 길이의 잠수교 런웨이에서 화려한 워킹을 뽐냈다. 이번 패션 쇼는 브랜드 사상 첫 프리폴(Prefall) 패션쇼로 해외 쇼의 재탕이 아닌 서울에서만 열린 패션쇼였기에 더 의미있었다. 특히 이날 패션쇼는 2023∼2024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해외 관광객과 서울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돌풍이 부는 한강 잠수교 한가운데서 펼쳐진 야외 패션쇼는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며 시작됐다. 쇼의 오프닝은 모델 정호연이, 마지막은 모델 최소라가 장식했다. 정호연은 소매 부분의 곡선 라인이 돋보이는 푸른색 스포츠 재킷과 가죽 재킷, 둔탁한 부츠를 신고 등장했다.
쇼의 후반부로 갈수록 국악과 현대음악이 섞인 배경 음악이 고조됐고, 무대를 걷는 모델들과 밤의 잠수교 배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쇼 콘셉트와 시노그래피(무대 연출) 디자인에 참여했다.
한강과 배경 음악 등 한국적 요소와 어두운 잠수교 아래의 푸른 조명, 낙하 분수 등이 어우러져 비현실적 느낌이 두드러지는 장면이 연출된 배경이다. 루이비통은 한강을 무대로 한 데 대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서울의 정서가 담긴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브랜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서울 곳곳의 대형 LED 스크린에도 영상이 송출됐다.
루이비통이 한국에서 패션쇼를 연 것은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9년 10월에는 인천국제공항 격납고에서 '2020 크루즈 컬렉션 스핀오프 쇼'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스핀오프 쇼는 해외에서 이미 진행한 패션쇼를 재현한 것으로 한국에서 기획한, 한국만을 위한 패션쇼는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비통이 정규 가을·겨울(FW) 컬렉션 전에 선보이는 프리폴 컬렉션을 기획한 것 역시 사상 처음이다. 그 첫 무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 시장의 위상과 잠재력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인이 지난해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9천억 원)로 추산했다.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0만4천 원)로, 중국의 55달러(약 6만8천 원)와 미국의 280달러(약 34만8천 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6천500만달러(약 19조원)로 세계 7위권이다.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 최소라 |
루이비통 패션쇼에는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국내외 패션 관계자들, 100여 명의 패션 관련 전공 학생들이 참여했다. 브랜드의 앰배서더(홍보대사)인 배우 배두나, 뉴진스의 멤버 혜인 등 유명인들도 함께했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허브인 서울에서 루이비통의 첫 프리폴 패션쇼를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비통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쇼의 말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쇼에서 제스키에르는 스포티한 분위기의 바이커 재킷, 바람막이, 가죽 스커트, 붉은색 점프슈트, 둔탁한 가죽 부츠 등을 통해 여행과 움직임에 대한 해석을 선보였다. 또한 사이보그를 연상시키는 쉴드 선글라스와 광택 소재의 의상들은 서울의 미래적인 이미지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한편, 루이비통의 모회사이자 세계 최대 명품 기업으로 꼽히는 LVMH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670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유럽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중국 등 아시아의 명품 시장 회복이 가시화되면서다.
1991년 국내 첫 매장을 낸 루이비통은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루이비통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루이비통 국내 매출은 1조6923억원으로, 전년 1조4680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4177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6%에 달한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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