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만드는 사람들 ④ 유영민 가배공예 사장
종로 5가 역 지하 1층에서 마주친 가배매장. 노리개와 활옷, 흉배와 같은 다양한 소품들이 옛 선조의 향취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쇼윈도 넘어로 우둑하니 서 있던 중년의 한 남성이 달려나왔다. 1994년부터 전통 한복과 가내수공예 형태로 전통 공예품을 만들어 온 가배공예의 유영민 사장이다.
양복지 도매상에서 한복집 사장으로
유영민 사장은 75학번으로 섬유디자인과 출신이다. 졸업 후 83년부터 ‘제일모직’ 특약점 사업을 시작으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던 중 한복매장을 운영하는 부인인 이미옥씨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한복집을 하고 있던 부인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 제가 전통의상과 소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으니까요.”
이러한 생각에 유 사장은 10여 년간 운영해온 양복지 도매사업을 접고 94년부터 부인의 한복사업을 돕기 시작했다. 90년대부터 기성복이 활개치면서 맞춤양복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점도 한몫 했다.
그가 먼저 손을 댄 것은 흉배와 활옷에 들어가는 전통자수부문이다. 밋밋한 한복대신 자수개발을 통해 정통의상을 새롭게 복원해보고 싶었다고.
“이때부터 혼자 박물관과 학계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전통문화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한국문화학회장이신 명지대 조효순 교수님과 한국궁중복식연구원장이신 성균관대 유송옥 교수님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도전은 다양한 공예상품 개발로 이어져 자수뿐 아니라 화관, 배시댕기, 족두리와 같은 한복소품에서부터 수저집, 원목화분통과 같은 생활용품까지 쏟아내면서 98년부터 가배공예를 정식 등록하기에 이른다. 올 초에는 홈페이지(www.gabe21.com/)도 오픈해 온라인 마켓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북한주민들과 교류 통한 나눔의 실천
유영민 사장이 10여 년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선행이 하나 있다. 1996년부터 북한주민들과의 교류사업을 통해 숨은 일꾼을 자처해 온 것. 중국 소주에서 전통 자수를 임가공 하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중국 상해 영사와 연결된 것이 인연이 됐다.
“상해 영사의 소개로 북한주민과 함께 자수 임가공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주민들은 아사상태가 극심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죠. 일이 없으면 강제사역에 끌려가는 주민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일거리를 계속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유 사장은 현재 북한 주민과 합작 형태로 전통 공예품에 대한 임가공 사업을 90% 이상 전개하고 있다. 평양과 남포, 신의주에 공장을 두면서 자수를 비롯해 목각원앙과 같은 제품을 생산해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북한과 중국 어린이들을 매년 후원해 오고 있다.
우리것을 살려 세계로
지난달 5일에는 쌈지 길에 가배 3호 매장을 오픈 했다. 천연소재와 전통 공예품만을 고집하는 유사장은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창을 가르쳐주면서 전통 문화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고 있어요. 우리 것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라며 “가베공예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키워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li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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