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로 타계한 디자이너 파코 라반 |
미래적인 소재로 인식되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활용해 우주 시대(Space Age) 느낌의 디자인과 현대적인 향수 개발의 독보적인 존재로 유명한 스페인 출신 패션 디자이너 파코 라반이 타계했다. 향년 88세.
로이터와 AFP 등에 따르면, 브랜드 파코 라반를 소유라고 있는 푸이그 그룹은 공식 성명을 통해 파코 라반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고인은 과감하고 혁명적이며 도발적인 비전을 전파했다. 고인의 죽음을 알리게 되어 너무 슬프다"라고 애도했다. 파코 라반은 프랑스의 자택에서 죽음을 맞았는데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브랜드 파코 라반를 비롯해 장 폴 고티에, 드리스 반 노튼, 니나 리치 등을 보유한 스페인 패션 그룹 푸이그의 뷰티 & 패션 부문 사장 조제 마누엘 알베사는 “파코라반은 마그네틱으로 변화를 이끌었다. 그 당시 그가 아니면 누가 패셔너블한 파리 여성들에게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드레스들을 입히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급진적이고 반항적인 영혼이 그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파코 라반을 단 한 명이다. 그의 죽음은 컨템포러리 패션에 대한 엄청난 영향력과 피커 라반 하우스가 가진 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라며 애도했다.
푸이그 그룹의 CEO 마크 푸이그 회장은 "고인의 사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푸이그와 파코 라반의 역사는 1960년대 말에 디자이너가 파격적인 컨템포러리 소재로 만든 '12가지 입을 수 없는 드레스'를 발표한 직후 만든 향수 칼랑드레(Calandre)가 브랜드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 패션계의 주요 인물인 그는 독특한 미학을 통해 전달되는 대담하고 혁명적이며 도발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파코라반의 스페이스 룩 |
고인이 된 파코 라반은 세계 패션계의 중요한 인사였다. 그는 과감하고 혁명적이며 도발적인 전망을 독특한 미학으로 전달했다.
피에르 가르뎅 등과 함께 1960년대 이색 현대 소재를 활용한 우주 시대 패션으로 주목받아온 그는 1966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첫 컬렉션에 금속 고리와 연결된 플라스틱 줄 등으로 만든 드레스 등을 내놓으며 입을 수 없는 옷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벨벳 등을 많이 사용할 때였고, 코코 샤넬은 그를 가리켜 금속 작업자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파코 라반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성장했다. 부친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때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휘하의 대령으로 공화국 군대를 이끌다가 프랑코주의자들의 총이 맞아 사망하자 그의 어머니는 4명의 자녀들과 함께 조국인 스페인을 떠났다.
이들 가족은 도보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에 도착해 모를릭스 근처의 브르타뉴로 피신했다. 결과적으로 파코 라반은 헌신적인 사회주의자인 어머니의 견해와 열렬한 커톨릭 신자인 할머니의 종교적 신념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88세로 타계한 디자이너 파코 라반 |
고인은 처음에 건축을 전공하며 패션 스케치로 용돈을 벌다가 짧게 건축 일(콘크리트 붓는 일)을 거쳐 뒤늦게 고급 핸드백과 가방 디자이너로 패션업계에 입문해 지방시와 디올, 발렌시아가 등의 패션 디자인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밑에서 일하던 어머니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1966년 플라스틱. 종이, 금속, 체인 등 매우 파격적인 재료를 사용해 자신의 브랜드를 출범시켰고, 3년 뒤인 1969년에는 카탈루냐 지역 출신 가문이 만든 푸이그 그룹과 협력해 향수를 내놓으며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렸다.
푸이그 가문의 2세대 안토니오 푸이그와 마리아노 푸이그가 파리에 있는 파코 라반의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디자이너와 뷰티 및 패션 회사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파코 라반의 유명한 향수 제품 칼란드레(Calandre)는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레이디 밀리언(Lady Million) 역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990년대 자신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할 정도로 늘 앞서가는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2011년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에게 종이로 만든 옷을 입히기도 했다.
파코 라반의 스페이스 룩 |
새로운 2000년대를 맞이하는 뉴밀레니얼 시대에는 점성술에 심취해 종말론 예언을 하거나 외계인이 방문했다고 주장하는 등 괴짜 이미지를 더했다. 무대에서 여러 생을 살았으며 자신의 나이가 7만 8000세이며 하느님을 봤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1999년 예언서 ‘천국으로부터의 불’(Fire From Heaven)을 펴냈는데 그 해 말에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가 지구에 충돌해 파리가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16세기 프랑스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저작을 읽고 예언 능력을 얻었다고 했다. 같은 해 패션 일을 은퇴한 뒤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비록 그는 패션이 아닌 향수로 돈을 벌었지만. 오늘날에도 파코 라반의 향수(블랙 XS, 레이디 밀리언, 1 밀리언)는 업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향수 중 하나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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