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칼럼] 넥스트 럭셔리 다크호스, 미국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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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캐주얼 강자 미국 브랜드, 마침내 고급 럭셔리 시장에 도전장

2023-01-16 오전 10:47:39

최근 브랜드 매각을 통해 럭셔리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한 디자이너 톰 포드


운동복과 캐주얼로 대표되는 미국 패션이 현재 럭셔리 스타일의 대표 발신지로 진화되고 있다. 과연 뉴욕발 미국 패션은 포스트 코로나를 계기로 하이엔드 럭셔리 마켓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까?  미국 패션의 행보에 세계 패션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청바지, 야구 모자, 폴로셔츠와 같은 아메리칸 캐주얼로 세계 패션의 대중화에 일조했지만, 패션의 최고봉은 여전히 유럽이 쥐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회장품업체 에스티 로더가 지난 해 11월에 미국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톰 포드'를 사들인 것은 미국 브랜드에 대한 세계 패션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28억 달러(약 3조 4776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후, 톰 포드는 럭셔리의 파워 테이블 자리를 확보했다. 이는 톰 포드 제품이 다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톰 포드 로스트 체리향 30ml 한 병의 가격은 240달러(약 30만 원)로, 이는 같은 크기의 에르메스 도랑제 베르페 향수(132달러)나 미스 디올 향수(72달러)에 비해 훨씬 높다.


톰 포드 수트는 세계 3대 수트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1천만 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키톤(Kiton)'만큼 비싸지 않은 약 5,000달러(약 621만 원)부터 가격이 시작하지만, 3,000달러(약 372만 원) 정도로 시작하는 디올이나 제냐의 수트보다는 비싸다. 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코치'나 '케이트 스페이드'처럼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합리적인 가격을 목표로 하는 경향이 있는 전형적인 미국 패션 & 뷰티 회사의 일반적인 마케팅 포지셔닝과는 전혀 다른 케이스다.


유럽의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세계 최고 럭셔리 브랜드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의 패션&뷰티의 세계 패션계의 존재감은 역사적으로 볼 때 '갭'이나 '나이키'와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 어패럴 혹은 '랄프 로렌'과 '타미 힐피거' '캘빈 클라인'처럼 유럽 럭셔리와 비교해 다소 합리적인 가격대의 럭셔리 카테고리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미국 패션계에도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베라 왕' 등과 같은 유명 드레스 디자이너 브랜드도 있지만, 지금까지 유럽 럭셔리를 대표하는 '샤넬'이나 '디올' 같은 거물급 브랜드의 규모나 영향력에는 도달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케롤리나 헤레라의 2023 봄/여름 컬렉션


부분적으로 그것은 미국이 국가적인 개념으로 볼 때 공식적인 귀족 계급 없이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국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패션 의류 및 신발 부문 책임자 카를라 마틴은 "유럽의 군주제가 럭셔리의 발상지였다"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런던의 버버리를 생각해보면, 영국의 쿠튀리에들은 여왕으로 부터 위임을 받고 디자인을 시작했다. 엄격한 견습생 모델이 있고, 쿠튀르의 경우 모든 요소를 손으로 꿰매야 한다.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비즈니스 역시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함도 포함되어 있다. 샤넬과 루이비통은 시즌마다 그들의 룩을 확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하우스 코드를 재해석하고 있다. 그것은 지난 해 11월에 럭셔리 그룹 케링이 7년 동안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수행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헤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절충주의가 2015년부터 브랜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매출은 둔화되고 그의 디자인은 너무 트렌디하고 유행처럼 느껴졌다.


카를라 마틴은 럭셔리 브랜드의 진정한 시험대는 창업한 디자이너와는 별개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 레이 가와쿠보 등과 같은 패션 캐피털 파리에서 극찬을 받은 아방가르드 디자이너가 탄생시켰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창작품은 그랜드 메종이 아닌 디자이너 패션에 더 가깝다.


그녀는 "그것은 그 디자이너만의 미학으로, 디자이너가 사라졌을 때 계속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디올은 창업자 크리스챤 디올 사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불리는 많은 후배 디자이너들과 함께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이것이 샤넬 하우스가 일본 디자이너나 톰 포드나 랄프 로렌과 비교되는 방식이다. 결국 100년에 걸친 브랜드 역사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킴 카다시안의 스킴스는 현재 32억 달러(약 3조 9744억 원)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 디자이너들은 고급 화장품과 같은 분야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톰 포드는 패션 라인보다 향수와 뷰티 제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럭셔리 가격에도 불구하고, 뷰티는 여전히 의류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혁신에 더 적합한 셈이다. 패션 및 화장품 분야의 미국 억만장자 상위 10명 중 7명은 단일 재산에서 나온다. 에스티 로더가 대표적이다. 톰 포드 매각 후, 창업 디자이너 톰 포드 역시 그의 억만장자 지위를 그 회사로부터 물려받았다.


미국인들이 꽉 잡고 있는 또 다른 카테고리는 속옷이다. 레슬리 웩스너는 한때 L브랜즈의 주요 스타였던 글로벌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체형 보정 속옷 전문업체 '스팽스'의 창업자 겸 CEO 사라 블레이클리는 최연소 자수성가한 억만장자가 되었다.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 또한 그녀의 보정 속옷 브랜드 '스킴스' 라인을 수익성 좋은 틈새 시장으로 개척했다.


럭셔리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것은 단지 톰 포드만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와 '지미 추'의 모회사인 미국의 다국적 패션 허우스 카프리 홀딩스는 지난 2017년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후 또 다른 유럽 럭셔리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한다. 베르사체 계약 당시, 미국 패션 그룹과 유럽 브랜드 사이에 문화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베르사체와의 통합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카프리 홀딩스는 베르사체의 매출 목표를 20억 달러로 잡고 있으며 현지 애널리스트 역시 그룹 전체의 전망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한편 최대 럭셔리 소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도 몇몇 야심찬 럭셔리 기업을 배출했지만 펑그룹, 산둥루이, 그리고 최근에는 랑방그룹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특히 랑방 그룹은 최근 미국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호황을 누렸던 미국 스팩 시장이 높은 금리와 주가 하락으로 ‘도미노 청산’에 접어들면서 타격을 받았다. 랑방그룹의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데뷔  가격인 주당 10달러의 절반 수준에서 약세를 보였다.


2021년 브랜드 원산지별 럭셔리 판매 동량을 살펴보면 유럽의 프랑스와 스위스가 1,2위를 차지했고 미국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순이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과 함께 G2 국가인 미국이 프랑스와 함께 럭셔리 G2 국로 부상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이후 미국 경제의 부상은 글로벌 럭셔리 마켓에 부분적이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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