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가품 피해 확산
시가총액 '톱 10' 대기업 네이버가 패션 커머스 플랫폼에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연 거래액 40조원에 달하는 최대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최근 패션 카테고리만 모아놓은 신규 서비스로 '패션타운'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네이버가 출시한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에는 최근 개인간거래(C2C) 외에 위탁판매 형태로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가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네이버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중소 버티컬 플랫폼들이 운영 중인 패션 카테고리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네이버가 국내 최대 온라인 '짝퉁 천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해외 유명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패션 생태계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품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통신판매중개업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국내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무책임한 네이버의 가품 판매 사례와 그들이 운영하는 패션타운, 크림 등 패션 관련 커머스 서비스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번이 그 두 번째다. <편집자 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한 입점업체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Mmlg의 인기 상품 '19MG 후드' 디자인 카피 상품(왼쪽)과 또 다른 입점업체에서 판매 중인 '19MG 후드' 디자인 카피 상품. 정가 36만4000원짜리를 무려 90% 할인해 3만6400원에 판매한다고 과장광고 하고 있다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그간 국내에서 '짝퉁 천국'으로 지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가품이 손쉽게 유통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검색창에 샤넬, 구찌, 프라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명을 입력하면 불과 몇초만에 디자인 카피 혹은 저렴한 중국산 짝퉁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하지만 최근 패션 시장에서 네이버의 가품 유통 실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잇따라 켜지고 있다. 해외 명품 짝퉁에 이어 국내 패션 생태계 활성화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까지 가품 피해의 사정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재능을 앞세워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트릿 무드의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제품들마저도 디자인 카피캣과 악의적인 가품 판매업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점차 늘어나고 관련 생태계가 확장된 배경에는 무신사, 29CM, W컨셉 같은 패션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글로벌 빅 브랜드 혹은 패션 대기업과 효율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오프라인 진출을 과감히 생략한 채 전략적으로 자사몰이나 버티컬 플랫폼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매출이 확대되고 성장하는 것이 패션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악의를 품고 디자인을 카피해 가품을 판매·유통하는 무리의 표적이 되는 양면성을 띨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패션 버티컬 플랫폼과 자사몰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하는 A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가품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이 브랜드는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꽃모양(플라워)과 타이포 그래픽을 갖고 있는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A 브랜드명을 검색하면 매우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 도용 상품이 곧바로 발견된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디자인 도용 가품인데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 브랜드 본사 측에서 네이버 측에 판매 불가 및 해당 업체에 대한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조차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오픈마켓 중 일부는 디자인 도용으로 피해를 입은 원작자 쪽에서 카피 상품 판매 중단 요청을 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수수방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도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신고센터'를 별도 운영하고 있으나 검증 기간이 길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브랜드의 지식재산권 창작자이면서 원 소유자가 자신들의 카피 상품에 대한 상표권까지 확보한 후 판매 중단을 요청할 경우에만 네이버 측이 대응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자신들이 단순 중개업자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책임만 지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패션 업계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의 가품 판매를 중단시키려면 해당 셀러를 상대로 끈질지게 항의 메일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품 유통으로 피해를 입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대부분이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한 중소기업 수준인 곳들이 많아 공식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디자인 도용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실제 피해 추산액을 집계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적잖게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용증명 발송이나 판매금지 가처분 등 법적행동에 나서고 싶어도 번번한 법무 담당 인력조차 없어 전전긍긍하는 패션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 중 명백하게 디자인을 도용 당하거나 짝퉁이 판매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방치해 결국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창작 의욕을 꺾고 피해를 키우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우현 기자
wh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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