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패션과 럭셔리 부문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
전 세계 패션과 럭셔리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 중인 뜨거운 감자 '메타버스'. 과연 새로운 엘도라도일까, 아니면 신기루일까? 현재 글로벌 럭셔리업계 최대 고민은 막강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사업성 때문에 메타버스를 한동안 무시해왔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구찌'나 '필립 플레인'과 같은 일부 럭셔리 브랜드들은 새로운 가상 환경인 메타버스에 대해 수많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럭셔리 기업들은 여전히 새로운 가상 환경에 대해 어떤 전략을 구현할지, 그리고 어떤 기대와 우려를 가져야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며 주저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이에르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매년 빌라 노아이유에서 열리는 '국제패션회의(Rencontre internationales de la mode)'의 일환으로 프랑스패션연합회(FHCM)이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 개최한 원탁 토론의 최데 화두 역시 메타버스였다.
요즘 메타버스에 대한 럭셔리업계의 접근 방식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업계 여론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이었지만, 메타버스는 등장하자마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 럭셔리 마케팅 플랫폼이자 데이터 분석 솔루션 '런치메트릭스(Launchmetrics)'의 CEO 겸 공동 설립자 마이클 자이스는 “예전 메타버스는 관객 없는 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 6개월 만에 메타버스는 일회성 차원의 이슈에서 부인할 수 없는 패션의 미래 먹거리로 바뀌었다. NFT의 영향력을 처음 측정했을 때, 패션에서의 메타버스 존재감을 미미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유례가 없는 10,000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NFT와 관련된 실제 제품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킨이나 아바타를 위한 버추얼 룩으로 작업할 때마다 그 영향은 더 엄청났다. 물론 이용 가능한 테크놀로지가 아직 적절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콘텐츠 공유가 그다지 잘 작동하지 않는 것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2023 봄/여름 로에베 컬렉션에서 선보인 픽셀 패션 |
200명의 직원과 함께 케링혁신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케링그룹의 디지털 & 고객 만족 책임자 그레고리 부테는 메타베스가 실제로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불과 1, 2년 전에 시작된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메타버스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한 세대에 해당하는 25~30년이 걸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회는 점점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링 그룹은 메타버스를 여러 방향에서 접근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단 기다려보자'는 논리보다는 '학습 테스트' 논리를 더 선호하고 있다. NFT 컬렉션을 출시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구찌처럼 케링그룹 소유 브랜드 중 일부는 현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아울러 케링그룹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케이티 하운(Katie Haun)이 설립한 가상화폐 투자펀드 하운벤처스에 그룹의 케링 벤처스 법인을 통해 투자를 했다. “혁신은 럭셔리 업계와 사업 관리 방식의 핵심이다. 혁신을 통한 메타버스는 기회"라고 말한 그레고리 부테는 NFT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희귀성과 같은 ‘럭셔리에 대한 친화력’에 주목하고 있다.
웹 3.0 세계인 메타버스가 만들어내는 다른 기회들 중에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확립하는 것도 있다. 스위스 향수 제조업체 ‘지보단(Givaudan)’의 마케팅, 인사이트 및 이미지 책임자 아르노 구겔불은 “메타버스에서는 고객과의 관계가 현실과 완전히 다르다. 업체는 고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매우 감정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제품의 복제품에 불과한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국 고객들이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색다른 감각적 경험을 통해 제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감각을 활용해 향수를 컬러, 이미지, 소리와 연관시킴으로써 우리는 이제 후각을 촉발시킬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증강현실을 통해 추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홀로그램 생성으로 상호작용을 비물질화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몰입형 음악 체험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스테이지 11'의 공동 설립자 조나단 벨롤로는 “성공을 위해 혁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앞으로 복제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웹3.0은 초창기 영화처럼 업계에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고 그 이면에 있는 현실도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관객들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스토리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세상인 ‘전혀 새로운 것’을 다루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창의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대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LVMH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탄생된 크리에이티브 허브이자 웹3.0 에이전시인 ‘코스믹 쉘터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공동 설립자인 라파엘 마욜은 “AI(인공지능)는 특정 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출력만 리믹스할 수 있다. 때문에 아직도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코스믹 쉘터 스튜디오는 최근 프랑스 패션 브랜드 이곤랩(Egon Lab)과 협력해 패션의 가장 독창적인 이니셔티브 중 하나에 참여했다. 이곤랩은 2022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런웨이 쇼와 함께 일련의 NFT 시리즈 및 버추얼 프로젝트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라파엘 마욜은 “우리는 이곤랩 컬렉션에 대한 본격적인 디지털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브랜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몰입형 세계를 찾았다. 메타버스처럼 디자인되었지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몰입형 사이트인 '마이크로버스'는 가벼운 3D 체험 그래픽과 NFT를 특징으로 하며 사용자가 한 번의 클릭으로 클래식한 e-테일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경험은 감정의 생성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은 환경적 영향 측면에서도 메타버스의 이점을 강조했다. 그 중 한 사람인 3D 디자이너 장 다울히악(Jean Jaulhiac)은 “우리는 손으로 스케치를 계속할 수 있지만, 3D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해 새로운 형태를 고안하고, 아카이브 모델을 작업하고, 변형하고, 다양한 직물과 컬러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낭비 없이 더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다양한 재료들을 자세히 측정할 수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볼 수 있다. 즉, 프로토타입을 최소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위해 발렌시아가가 디자인한 룩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최첨단 기술의 막대한 영향력과 비교해서 평가되어야 하는 것은 기술적 진보 역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NGO 단체인 ‘디지털 포 더 플래닛’의 사장 겸 설립자 이네스 레오나두치는 “영구적이고 몰입감있는 실시간 3D 인터넷의 등장은 두 배의 생태학적인 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먼저 에너지 발자국은 컴퓨팅 용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수요가 약 1,000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료 발자국은 이 가상 세계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부자재의 에정된 노후화 때문에 천연 자원에 대한 더 많은 개발을 촉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네스 레오나두치는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를 사용해서 이러한 환경적 영향력을 요약했다. 시프트 프로젝트와 그린 IT 집단의 2019년 추정치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배출량은 매년 6%씩 증가해 10년 안에 그 영향력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제품의 82%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거나 폐기물로 수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히 1년 전, 마크 저커버그는 호리즌 월드 VR 툴을 통해 그의 비즈니스 핵심인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의 과감한 변신을 발표했다. 이 후 메타는 이 사업에 100억 달러(약 14조 255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새로운 버추얼 세상인 웹3.0 메타버스가 현실화될 시점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엔지니어 겸 R&D 테크놀로지 선구자에서 아트 사진작가로 변신한 프랑소아즈 부르동클은 “우리는 메타버스 현상의 규모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 메타버스는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몇몇 주요 대기업에 의한 소수 이니셔티브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메타버스에 대한 미래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그만큼 현재 시점에서는 리스크 부담도 크다. 그러나 1960년대 국제 운송회사들의 전자문서 표준화에서 시작해 1990년대 중반에 개방형 인터넷이 일반 대중으로 확산해 전자상거래가 등장해 현재는 표준이 된 것처럼, 메타버스의 미래 역시 시대에 버추얼 변화에 부응하는 장밋빛 블루 오션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업 초기 단계기 때문에 시간과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결국 규모의 경제로 나가게 되면 일부 대기업들의 독점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엘도라도로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신기루는 아니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가지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에 미래의 먹거리로 부상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적어도 메타버스의 진화 속도는 인터넷의 진화속도보다 훨씬 더 빨라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결국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한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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