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제 구찌에서 320달러짜리 구두 샀어.”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대사다. 드라마의 주인공 캐리는 집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구두 쇼핑을 포기하지 못하는 슈어홀릭. 그는 강도를 만난 상황에서도 “팬디 바게뜨 백이나 반지, 시계는 다 가져가도 좋지만 블라닉 구두는 건드리지 말라”고 사정한다.

구두에 울고 웃는 여성들의 모습은 비단 현대 뉴욕을 살아가는 캐리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매개로 신분상승의 꿈을 이뤘고, ‘빨간 구두’의 주인공은 구두에 매혹돼 비극적 결말을 불러왔다.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은 「페라가모」 마니아로 수십 켤레의 「페라가모」 구두를 갖고 있었으며, 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는 1천 켤레가 넘는 구두로 사치와 낭비의 이미지를 남겼다.
구두는 남과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싶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꿈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친구이자 최대의 적
<당신이 그녀라면>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친한 사이이자 영원한 경쟁관계인 자매에 관한 이야기로 여자형제가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법하다.
프린스턴 법대를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하는 로즈 펠러(토니 콜레트 분)와 난독증에 제대로 된 일자리 한 번 구해본 적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 매기 펠러(카메론 디아즈 분). 넉넉한 뱃살과 외모 콤플렉스로 변변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로즈와 예쁜 외모와 섹시한 몸매로 연애만은 선수인 매기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너무도 다른 자매다.
하는 일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매기와 그런 애물단지 매기의 뒤치다꺼리에 어느새 지친 로즈는 싸우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러던 어느 날 매기가 로즈의 남자친구와 하룻밤을 보내는 사고를 치면서 자매의 사이는 멀어진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으로 변한 것.
로즈의 집에서 쫓겨나 돈도 갈 곳도 없어진 매기. 그는 서랍에서 우연히 발견한 외할머니의 편지를 들고 무작정 주소에 적힌 플로리다로 향한다.
플로리다에 도착한 매기의 생활은 뉴욕에서와 다를 바가 없다. 매일 아찔한 옷차림으로 실버 타운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매기와 외할머니 앨라는 교류가 없던 오랜 시간의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 그러던 중 실버 타운에서 일을 하게 된 매기는 그곳 노인들과 교류하면서 난독증을 고치게 됨은 물론, 패션 카운셀러로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로즈는 회사를 그만두고 개 산책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전 직장 동료 사이먼에게 위로를 받고, 사이먼과 평생 처음으로 연애에 돌입한다. 행복한 시간 속에 사이먼과 약혼을 하게 된 로즈. 하지만 그는 행방조차 모르는 매기에 대한 걱정과 사랑, 이 풀리지 않는 애증 속에서 방황한다.
후반부에 이르면서 외롭게 자란 두 자매의 가족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고 로즈와 매기, 외할머니와 아버지, 즉 가족의 화해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구두의 향연
“예쁜 옷은 안 맞고 식도락은 살이 찌지만 구두는 언제나 발에 꼭 맞아.”
달리 갈 곳이 없어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로즈는 워커홀릭이자 동시에 슈어홀릭. 그의 옷장 속은 애나멜 하이힐, 오픈 토 슈즈, 발레리나 슈즈, 깃털 부츠, 샌들까지 수십 켤레의 다양한 구두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훔쳐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매기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보란 듯이 멋진 연애를 하고 싶은 여성으로서 로즈의 욕망이 구두에 투영된 것이다.
<In Her Shoes>라는 원제에서 볼 수 있듯이 구두는 영화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 영화 속의 구두는 자매의 성격을 한눈에 드러내는 요소이며 그들의 갈등과 심리 변화, 싸움, 화해의 순간을 따라 하이힐부터 어그 부츠, 스니커즈까지 시시각각 변한다.
영화의 초반, 로즈가 붙여놓은 ‘손대지 마’라는 쪽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로즈의 구두를 신어보는 매기의 모습은 자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이다. 또한 이 장면은 구두를 사면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차곡차곡 모으기만 하는 로즈와 좋은 구두를 살 돈도 없으면서 언니의 구두로 마음껏 자신의 미모를 뽐내는 매기의 모습을 통해 너무도 다른 자매의 성격과 자매가 안고 있는 갈등 요소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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