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F&F그룹 회장 |
이번에도 통할까? 트렌드를 읽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유명한 F&F 그룹의 김창수 회장이 이번에는 스포츠웨어 영역을 정조준한다. 최근 자회사인 F&F홀딩스가 이탈리아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를 전격 인수했기 때문이다.
F&F는 공시를 통해 '세르지오 타키니'를 운영하는 미국의 세르지오 타키니 오퍼레이션의 모든 주식과 브랜드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지주사 세르지오 타키니 IP 홀딩스 지분 100%를 약 827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득 시기는 이달 20일이며 인수 대금은 금융권 대출 없이 모두 현금으로 지급한다.
F&F그룹은 브랜드 'MLB'를 비롯한 다양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고, 이탈리아 다운 재킷 브랜드 '듀베티카',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그리고 자체 브랜드 '스트레치 엔젤스', 뷰티 '바닐라코' 등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는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 '수프라'를 론칭했다.
하지만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전무했다. 김창수 회장은 1996년 ‘엘르스포츠’와 ‘엘르골프’, ‘레노마스포츠’를 통해 스포츠·골프웨어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수익성 저하로 발을 뺀 경험이 있다. 당시 F&F는 이들 브랜드를 앞세워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2010년대 들어 골프 인구 감소로 영업상황이 악화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김창수 회장의 전문 스포츠 브랜드를 육성해야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골프가 호황을 맞자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를 통해 골프웨어 제품을 출시했다.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디스커버리'에서는 골프웨어로도 활용할 수 있는 피케셔츠를 출시했고, 2015년에 론칭한 '스트레치 엔젤스'에서도 골프와 테니스웨어 제품을 선보였다.
결국 이번 '세르지오 타키니' 인수를 통해 젊은 MZ 세대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테니스웨어와 골프 라인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F&F는 골프 수요가 늘어 나면서 한국 투자펀드 센트로이드 인베스트 파트너스와 제휴해 미국 사모펀드 KPS 캐피탈 파트너스로 부터 미국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를 18억 달러(약 2조 3490억원)에 인수했다.
이탈리아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 |
F&F 측은 "골프처럼 테니스 역시 수요층이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번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자체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고 이를 통해 패션사업을 지속해서 성장시키기 위한 차원의 이번 '세르지오 타키니' 인수가 F&F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더 키워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인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F&F의 해외 브랜드 인수는 이번이 네 번째다. F&F는 지배회사인 F&F홀딩스를 통해 2018년 이탈리아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 '듀베티카', 2020년 미국 프리미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수프라', 지난해에 세계 3대 골프 클럽인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지분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는 골프시장이 커지자 직접 테일러메이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잘나가는 F&F가 최근 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이유는 라이선스 브랜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라이선스 브랜드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글로벌 진출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F&F의 전체 매출에서 주력 브랜드 디스커버리와 MLB(MLB키즈)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6%에 달했다. 결국 자체 브랜드 개발과 강화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F&F는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브랜드 외에 자체 브랜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골프와 테니스 등 전문 스포츠웨어 확장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F&F 그룹의 선택을 받은 글로벌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는 1966년 이탈리아의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론칭한 브랜드다. 1990년대 노토리어스 B.I.G(Notorius B.I.G) 등 유명 힙합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 캐주얼라인을 확대하며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7년 파산선고를 받고 홍콩 가업가 빌 능옥이 인수해 2013년 홍콩 투자자 그룹과 연계한 윈텍스 이탈리아에 매각되었다가 결국 미국 투자펀드에 인수되어 F&F홀딩스에 매각됐다.
한편, 골프 마켓 이후 트렌드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는 테니스는 골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신규 고객층 유입이 활발한 스포츠 중 하나다. 접근성도 좋고 비용도 저렴한 편인데다 일상복으로 입어도 손색없는 테니스웨어가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비싼 골프 비용과 힘든 골프장 예약 탓에 테니스로 넘어가는 인구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테니스 인구는 60만명으로 추정되며,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로 매년 커지고 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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