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강소 패션기업을 위한 트렌드 워치16
아이덴티티와 커뮤니티 더해 대체불가 콘텐츠로
아디다스와 BAYC#8774의 협업 및 수프라와 BAYC #7298과의 협업 NFT |
최근 전세계 주식 시장이 일제히 침체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하면서 암호화폐 관련 주가가 올 초 대비 65%까지 폭락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을 증명하는 솔루션으로 급부상한 NFT(대체불가토큰) 역시 동반 급락했다.
NFT 중 세계적으로 누적 거래액이 가장 많은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NFT 조차 하루동안 평균 가격이 25% 급락하는 현상을 겪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대한 경계가 늦춰지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언급도 한층 시들해진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핑크빛 전망을 보이던 가상세계 자체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마치 닷컴 열풍과 같이 암호화폐나 NFT 역시 거품이 제거된 후 보다 일상화되어 확산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상의 문제는 있을 테지만 말이다.
지난 3월, 가상 부동산 플랫폼인 Decentra land가 개최해 이슈가 되었던 메타버스 패션위크 역시 새로운 가능성과 한계점이 공존하는 이벤트였다. Etro, Dolce & Gabbana, Estee Lauder 등 다양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참여해 고객들과 만나는 새로운 접점으로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면, 그래픽 수준이나 버퍼링 등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것은 한계점으로 드러났다고 하겠다.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에서의 다양한 시도들 가운데, 사실상 미래적 가능성은 커뮤니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을 통해 보다 정교한 구현을 이루어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모여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해가는가에 따라 관련 산업의 성장이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 엔터테인먼트, 패션 분야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NFT의 경우 커뮤니티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크립토펑크(CryptoPunks)와 BAYC(Bored Ape Yacht Club)의 성장만 봐도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Larva Labs에서 2017년 출시한 Crypto Punks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최초 NFT 컬렉션 중 하나로 NFT에 대한 열광적인 투자를 견인한 대표적인 컬렉터블 프로젝트다.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의 출처를 보증하는 NFT의 개념이 싹튼 초창기에 실험적으로 발행되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크립토펑크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러한 세계를 이해하는 선구적인 커뮤니티의 일원임을 보여준다. 1만개가 한정 판매되었던 희소성으로 인해 거래금액이 상상을 초월하여 치솟았고, NFT 열풍의 근원지가 된 바 있다.
그 유명한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BAYC NFT는 크립토펑크가 발행된 지 한참 후인 2021년 Yuga lab이라는 곳에서 발행했다. 크립토펑크와 유사한 형태지만 자신들만의 특별한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있다는 면에서 차별화된다.
지난 6월 개최된 NFT 2022 어워드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컬렉션, 가장 혁신적인 NFT 프로젝트, 최고의 NFT 사업 모델을 포함한 5개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명실상부 NFT계의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표1>의 구글 트렌드의 검색어 추이를 보면 최초, 최고라는 상징성으로 독보적 위치를 확보했던 크립토펑크가 BAYC의 등장이후 급격하게 쇠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흥주자인 BAYC는 어떻게 크립토펑크의 아성을 무너뜨렸을까? BAYC NFT의 캐릭터인 원숭이들은, 유가랩의 설명에 따르면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사는게 지루해진 원숭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재미있는 일을 자꾸 벌이고 싶어한다. BAYC를 소유한 홀더들만 입장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 내의 일명 '화장실(Bathroom)'에서 낙서를 남길수도 있고, 홀더들이 입양할 수 있도록 강아지를 출시한다거나 원숭이 아트워크에 돌연변이 NFT를 만들어주는 물약을 만든다거나 하는 디지털 세계 내에서의 크리에이티브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뉴욕, 캘리포니아, 홍콩, 영국 등에서는 홀더들간의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요트 파티를 열었다.
NFT가 재테크의 수단에서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NFT를 구매하여 이 커뮤니티에 속속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BAYC는 강력한 팬층을 확보한 독보적인 프로젝트로서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혁신적인 행보와 더불어 이들이 최고의 NFT 사업 모델이라는 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저작권에 있다.
유가랩이 BAYC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원숭이를 자유롭게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부여한 것이다. 홀더들은 자신들의 원숭이를 이용해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기도 하고 BAYC 캐릭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원숭이 몇 마리를 모아 그룹을 결성하기도 한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아디다스의 협업 NFT도 BAYC 원숭이 #8774 NFT를 구입해 여기에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을 입힌 NFT를 판매한 것으로, BAYC의 저작권 정책이 아니었다면 등장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최근 에프앤에프가 전개하는 국내 최초 메타패션 브랜드 수프라(Supra) 역시 BAYC #7298과 협업해 아디다스와 유사하게 NFT와 실물 제품을 함께 제공하며 브랜드 소유분을 제외한 전체 NFT카드가 완판이 되기도 했다.
마치, 소셜미디어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확고한 팬 커뮤니티를 가진 이들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처럼, 특히나 디지털상의 소유권을 보장해주는 NFT의 속성상 해당 콘텐츠의 정체성과 커뮤니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K-콘텐츠를 블록체인과 결합해 전세계에 전파하고 K-콘텐츠에 열광적인 팬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웹3 기업을 표방하는 카우라(KAURA)와 같은 새로운 사업형태들도 등장했다. 마치 뮤직카우나 소투처럼 콘텐츠에 투자를 하고 이를 개인들이 작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지만, NFT의 개념을 결합해 홀더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BAYC가 쏘아올린 NFT사용법이 강소 브랜드들의 든든한 후원의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별화된 시그니쳐만 확실하다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후원자와 함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커뮤니티 구축과 자금 마련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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