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말 중견 패션기업 리얼컴퍼니 대표로 김성민 사장이 취임했을 때 그의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디자이너로서는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경영이 그리 쉽겠느냐”는 게 많은 패션 관계자들의 우려였다. 그러나 김 사장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았다.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세간의 우려는 종식됐다.
지난 연말 김성민 사장은 한국패션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패션인상 경영자 부문에 선정됐다. 동아TV와 산업자원부가 공동 주최한 2005패션뷰티상에서도 올해의 패션경영인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으로 경영무대에 데뷔한 지 만 1년만의 일이다. 단기간에 경영능력까지 검증받은 김성민 사장.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패션은 ‘오늘’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 하루 게으르면 내일이 없습니다. 5년후, 10년후의 큰 그림은 마음속에 감추고 오늘 하루에 충실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패션 비즈니스를 통해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보니 패션 기업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경험으로 90%가 해결이 가능합니다. 하루 하루 경험이 쌓여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김 사장은 패션에서 완벽한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시즌, 한 시즌 새로운 미션의 연속이라는 얘기다.
“패션 비즈니스는 한 시즌을 끝내면 다음 시즌은 또 다른 게임의 법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해 나가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느냐에 따라서 사업부제도 했다가 디렉터제도 했다가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축구경기와 비슷합니다. 경기 중간에 부상을 당하면 후보선수라도 내보내서 끌고 가야 하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또 다른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경영자로서의 지난 1년이 궁금해졌다. “글쎄요. 크게 바뀐점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크게 달라진 점이 없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이전에도 항상 ‘경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한 7~8년 전일 거예요. 「쿨독」 기획실장을 맡았던 때입니다. 일주일 동안 전국 매장을 모두 돌았습니다. 그러면서 대리점주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지역별로 서로 다른 소비자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영업부 직원들의 고충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김 사장은 박스가 눈 앞에 있으면 자신이 제일 먼저 든다. 그가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내 일이 아니어서…”라는 말이다. 직원 교육을 할때나 후배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게 다른 사람 핑계대는 일이다.
김 사장이 바라보는 패션 기업 인재상에 대해 물었다. “내가 했다고 해서 옳고, 남이 하면 비난하는 자세. 이것만 없으면 다 됩니다. 다양성이 말로만 존중되면 패션기업은 안정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팀을 짤 때도 조금씩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구성을 하지요. 지난해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 방식대로 일하지 않으면 간혹 직원들을 힘들게 했던 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열심을 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바꾸고 보니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신의 방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더군요.”
김 사장의 지론은 ‘패션은 즐겨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입었을 때 즐거운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절대 즐거운 옷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해 10월부터 퇴근을 일찍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직원들을 자주 칭찬해주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코미디언 흉내까지 내 가면서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 해동안 경험해보니 결국 경영자는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와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서 오버해서 감정 표현도 해야 하고요. 개그프로그램도 열심히 봐야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했을 때 직원들이 회사 다니는 것을 행복해 하고, 소비자들은 좋은 옷을 입으면서 행복해 하니 저 역시 행복해지는 걸 봤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김 사장이 말하는 패션기업 경영자의 최고 덕목은 ‘멀티 코디네이트’.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얼마전 색맹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적녹 색맹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가 주황색을 너무 집중해서 봐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사람들도 그런거 같아요. 부분적으로 모자라는 사람은 부분적으로 넘치는 부분이 꼭 있게 마련인 것이지요. 경영도 이 맥락에서 보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더군요. 사람들끼리 일을 놓고 격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결국 지향점은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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