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은 많은 양의 옷을 빠르게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21세기 들어 '패스트 패션'은 대중들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패션 용어지만 이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1세기 패션 산업은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계속 장려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면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패션'의 본질, 즉 민낯을 알아야 한다. '패스트 패션'은 많은 양의 옷을 빠르게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자인, 제조, 마케팅 방법을 말한다. 기획부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소위 SPA브랜드로 불리는 '패스트 패션'의 의류 생산은 트렌드 복제와 낮은 품질의 소재(합성 섬유)를 활용해 최종 소비자에게 저렴한 스타일을 제공한다.
즉 패스트 패션은 패스트푸드 같이 음식을 빨리 주문해서 먹을 수 있게 한 것처럼 최신 유행을 접목하여 저가에 의류를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갭, 자라, H&M, 유니클로, 탑샵 등이 있다. 이들 패션 업체는 유행에 발맞춰 빠른 상품 회전율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있어 '한 시즌만 입고 버린다'라는 인식이 생길 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저렴하게 만들어진, 유행을 따르는 상품들은 압도적인 양의 소비만능주의를 향한 업계의 움직임을 초래했다. 결국 환경, 의류 노동자, 동물,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지갑까지 해로운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오늘날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연간 약 52개의 마이크로-시즌을 생산하고 있다. |
아주 짧은 '패스트 패션' 역사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패션 산업은 1년을 4계절 혹은 봄/여름과 가을/겨울 등으로 나누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시즌마다 디자인 계획을 세우고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을 예측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해 6개월 전에 패션쇼를 선보였다. 이러한 방법은 오늘날 패션보다 체계적이었지만 대중들에게 패션이 전파되기 전에 상류사회는 일방적으로 패션을 정의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도 만들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종이 의류에 대한 시기적절한 마케팅 캠페인이 소비자들이 패스트 패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은 패션 산업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이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지경에 이른 것은 불과 몇십 년이 지나서야셨다. 특히 2000년대 중반 '보호 시크(Boho chic)'가 유행하는 동안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연간 약 52개의 마이크로-시즌을 생산하고 있다. 즉 일주일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생산한다. 패션북 <의식 있는 옷장>의 작가인 엘리자베스 L. 클라인은 자라가 런칭 초기에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상품을 매장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 매장들은 항상 엄청난 양의 재고를 보유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옷이 떨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회사들은 스트리트 웨어와 패션 위크 트렌드를 실시간 복제함으로써 매일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매주 새롭고 호감이 가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브랜드는 엄청난 물량의 의류를 가지고 있었고, 고객들이 재고 때문에 싫증을 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H&M, 자라, 유니클로, 탑샵과 같은 SPA 브랜드들은 과잉 생산으로 인해 비난받았지만, 심지어 럭셔리 브랜드들도 생산을 늘리면서 성장을 추구했다. 미국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는 전 세계 의류 회사들은 매년 5,300만 톤의 옷을 생산하고 있는데, 만약 패션 산업이 현재와 같은 기하급수적인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2050년에는 의류 생산이 1억 6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향 생산 증가율과 의문스러운 공급망으로 인해 패스트 패션의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
'패스트 패션'은 악마다?
많은 사람은 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즉 놀라운 속도의 신선한 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업계 최고 패션피플들이 착용한 것을 보자마자 유행에 뒤떨어진 것을 깨닫는 것이지 어쨌든 둘 중 하나다. 현대인들이 소비만능주의 시대를 살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패션과 스타일'에 목말라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량 생산의 증가율과 의문스러운 공급망으로 인해 패스트 패션의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의류는 최대한 급하게 만들어지고, 브랜드들은 심각할 정도로 낮은 품질의 상품을 팔고 있다. 품질 관리나 셔츠에 적절한 양의 단추가 달려 있는지조차 확인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 '패스트 패션'의 제조 공정은 아쉬운 점이 많고, 아이템들은 몇 번 착용한 후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품질을 떨어뜨리는 신속성으로 의류 비용도 놀라울 정도로 싸다. '탑샵'이나 '패션 노바'와 같은 회사들은 수익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으며, 그들이 이익을 위해 생산한 '의류의 바다'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비용이나 가격 인상과 상관없이 그들이 파는 아이템의 엄청난 물량 때문에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의류 노동자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일반적인 최저 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더 트루 코스트>에서, 작가이자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루시 시글은 이것을 완벽하게 요약했다. “패스트 패션은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 어딘가에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이 아주 접근하기 쉽고 사이즈-포괄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도덕적인 경계는 모호해진다. '윤리적인 패션'의 옹호자들은 이 복잡한 이야기를 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비용과 배타적 이익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장벽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비유하는 고사성어 ‘계륵(鷄肋)’이 요즘 패스트 패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쓰레기 매립장의 옷들은 공가중으로 독소를 배출한다. |
'패스트 패션'이 인간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
트렌드 복제, 신속 생산, 저품질, 경쟁력 있는 가격 등 패스트 패션의 모든 요소는 의류 생산과 관련된 사람들과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독성 화학물질, 위험한 염료, 그리고 많은 물이 필요한 합성 직물을 사용하며 매년 미국에서만 1,100만 톤의 옷이 버려진다. 납, 살충제 및 기타 화학물질로 가득한 옷들은 땅에서 좀처럼 썩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쓰레기 매립지에 쌓여 공기 중으로 독소를 방출한다. '패스트 패션'의 탄소 배출량은 지구의 대기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소비자와 의류 노동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러 종류의 암과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벤조티아졸과 같은 해로운 화학물질이 오늘날 시판되고 있는 의류에서 다수 발견되었다. 우리의 피부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형편없이 만들어진 옷을 입는 것은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다.
이러한 위험은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지는 공장, 마을, 가정에서 더 증가한다. 예를 들어 <환경위생 저널>에 따르면, 기존 전통적인 섬유 염색은 종종 인근 거주자뿐 아니라 동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금속과 다른 독성 물질을 로컬 식수 시스템에 방출한다. 이러한 화학물질에 노출된 의류 노동자들의 건강은 항상 위험에 처해있다. 그리고 오랜 노동 시간, 부당 임금, 자원 부족, 심지어 신체적 학대도 자행된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은 지난 2002년 폭로된 나이키의 열악한 작업 현장에 대한 뉴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패션을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많은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에 저임금과 식량부족, 한계에 부딪힌다. 대신 우리는 의류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더 나은 조건과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윤리적 패션을 위해 싸울 수 있다.
패스트 패션의 대안으로 슬로 패션이 부상하고 있다. |
'패스트 패션'의 대안 '슬로 패션'
패션 산업 전체가 사람들과 환경을 상대로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패스트 패션'의 유죄는 명백하다.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집착은 ‘패스트 패션’과 헤어지는 것을 어렵게 만들지만, 더 나은 선택지도 있다. 바로 ‘슬로 패션’이다. '슬로 패션'은 의식이 있는 사려 깊은 제조(수직 통합 및 사내 생산 포함), 공정한 노동권, 천연 소재와 내구성이 뛰어난 옷과 같은 대안을 제공한다. 지구 환경과 의류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싸우고 있는 브랜드, 커뮤니티, 개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책임감 있는 착한 브랜드에서 옷을 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성과 책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중고품 가게를 통해 우리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할 때 비로소 '패스트 패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MZ 세대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보다는 소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면서 오히려 친환경, 공정거래, 지속가능성과 같은 키워드에 집중하며 '슬로 패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슬로 패션’은 영어 단어 뜻 그대로 ‘패션을 천천히 바꿔 입자’는 움직임이다.
최근 '슬로 패션'은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의식 있는 소비를 원하는 젊은 층의 욕구를 만족시키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슬로 패션’이 대세로 떠오른 배경에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신념 소비 열풍은 소셜미디어 속 관심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MZ 세대들의 독특한 소비 성향과 맞물리며 힘을 얻고 있다. 덕분에 소셜미디어의 ‘좋아요’와 해시태그 캠페인을 타고 급속히 '술로 패션'이 확산하고 있다. 이제 ‘패스트 패션‘과의 이별과 그 대안 ‘슬로 패션’을 만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집단 지성의 실천뿐이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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