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김정숙 옷값'과 '김건희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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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7 오전 1:58:13

김정숙 여사가 5년동안 입은 의상들


요즘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정숙 옷값 논란’ 보도는 정확히 지난 3월 25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부터 시작으로 물량 공세가 시작됐다. ‘내로남불 1등 김정숙 여사’, ‘옷 논란 김정숙 여사… 남용일까 권리일까’,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과 노통의 아방궁’ 등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연일 인터넷을 달구었다.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과거 언론에 보도된 김 여사의 공식 석상 사진을 추적해 옷 178벌, 액세서리는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총 207개로 찾아내 콜라주를 만들어 게재했다.


뉴스에 언급된 일부 명품 제품업체(샤넬과 브로치 제작자)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음에도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작정한 듯 네티즌들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의혹 제기와 청와대의 해명이 마치 핑퐁 게임을 보는 듯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 뉴스는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으로 확대되었고 사치·특활비 논쟁에 청와대 ‘거짓 해명 논란’이 일면서 결국 여야 영감들까지 차출된 정치적 논쟁으로 확산하였다. 특히 ‘샤넬 한글 재킷’의 대여, 반납, 기증에 대한 청와대의 거짓 해명은 결과적으로 의혹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사실 옷값 논란의 원래 ‘진원지’는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행정소송으로 시작되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6월 청와대를 상대로 대통령 및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의상, 액세서리, 구두 등)과 관련한 정부의 예산 편성 금액과 일자별 지출실적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청와대의 답변은 “정상회담, 국빈 해외 방문, 외빈 초청행사 등 공식 활동 수행 시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은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지만, 상세한 내용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한국납세자연맹은 공개를 못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권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끌다가 지난 2월 10일에야 1심 판결을 내놨다. 김 여사의 의전비용과 청와대 특활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3월 2일 항소를 했다. 결국 문 대통령 임기 내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한국납세자연맹에서는 현재 헌법 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한편 ‘옷값 논란’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어서 급기야 현재와 미래의 퍼스트레이디 대결 구도로 이어졌다. 지난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후드 티와 데님 치마 바지를 매치한 편안한 일상복 차림으로 경찰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가 된 가운데, 특히 김 여사가 신은 3만 원짜리 흰색 슬리퍼가 화제가 되면서 일부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매진되었다. 결국 김 여사를 둘러싼 소탈하고 검소한 옷차림이 주목받으며 일각에서는 의상 구매에 청와대 특활비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옷값 논란을 빗대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김건희 여사 지지자들은 ‘소탈 vs 사치’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고, 김정숙 여사 지지자들은 “국민 여론을 떠보려는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었다.


일부 김건희 여사 팬클럽 지지자들은 약 3만 원대에 판매되는 슬리퍼 정보를 공유하며 “나도 사고 싶은데 벌써 품절 됐다” “완판녀” “검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일부 사이트에서는 주요 사이즈가 품절이 된 상태였다. 그러자 비슷한 디자인의 슬리퍼를 사겠단 반응도 나왔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사전투표 당시에도 2만 원대 제품으로 추정되는 스카프를 착용했는데,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김 여사가 10년 전 의상을 재활용한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의식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 퍼스트레이디라는 감투를 씌웠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일상적인 옷차림만으로 ‘김정숙 여사의 사치 vs. 김건희 여사의 검소’로 단정하는 것은 오판일 수도 있다. 패션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일 뿐 아니라 유행이라고 불리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는 요즘 유행하는 후드 티와 데님, 슬리퍼를 입었을 뿐이다. 후드 티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SPA 브랜드부터 100만 원이 넘는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아주 다양하다. 게다가 고가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를 믹스매치하는 것은 ‘하이-로우’ 트랜드다. 때문에 캐주얼한 후드 티와 데님 아이템을 입었으니 검소하고 정장과 드레스를 입으면 사치스럽다는 이분법적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와 SPA 브랜드를 믹스&매치하는 하이-로우 패션 역시 트렌드기 때문에 옷차림만으로 사치와 검소를 나눌 수는 없다. 김정숙 여사와 김건희 여사는 개인적인 취향과 유행에 따른 패션을 선택했을 뿐, 옷값 논쟁과는 무관하다. 패션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며 ‘옷값 논란’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문제의 샤넬 한글 재킷을 입은 김정숙 여사


애꿎은 옷값은 무죄!


먼저 ‘옷값 논란’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옷을 구매할 때 청와대 특활비를 썼느냐 아니면 사비를 썼느냐의 문제다. 후자면 문제없겠지만 전자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전부다. 옷값에 대한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필자가 <하퍼스 바자>의 기자로 일하던 90년대에도 언론에서 옷값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패션지 패션 화보에 나온 럭셔리 브랜드 가격을 모두 합산한 뒤, IMF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옷값이라고 지적하면서 패션지가 사치를 부추기는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패션 화보의 캡션에는 가격을 명시했고 출시되지 않은 제품은 가격 미정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패션지 화보에 등장하는 '삐끼' 럭셔리 브랜드 옷들이 일반인들이 입을 수 없는 고가제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선스 잡지라 미국 본지의 오리지널 패션 화보를 그대로 싣는 경우도 많았다. 즉 패션 화보는 신상이 매장에 나오기 6개월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미리 트렌드를 알려주는 수단이었을 뿐 판매를 위한 카탈로그가 아니었다. 결국 문화라는 본질을 무시한 채 가격이라는 잣대로 '패션'을 난도질하는 무식한 처사였다.


흔히 21세기를 패션의 양극화 시대라고 부른다.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럭셔리 브랜드와 패스트 패션인 SPA 브랜드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극화된 글로벌 리테일 시장에서 중가 브랜드인 내셔널 브랜드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도, SPA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내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품질은 고급이면서 가격은 대중적인 명품이라는 ‘프레스티지’ 라인이 탄생했다.  MCM이 대표적이다.


또한 패션을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1천원대 원단으로 만들어도 어떤 옷은 10만원에 팔리고 어떤 옷은 100만 원에 팔린다. 결국 패션은 가치 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헤리티지, 인지도에 따라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K-패션 역시 고가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 패션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품질 대비 제대로 옷값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옷값 논쟁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옷값은 이번 논쟁의 화두가 아니다. 영국의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이나 미국의 미셸 오바마 역시 고가 옷을 입는다. 물론 주로 자국 디자이너 브랜드 옷이다. 아울러 제이크루, 자라 H&M과 갭과 같은 중저가 브랜드 옷도 입었다. 이렇게 비싼 옷과 저렴한 옷을 매치한 스타일을 ‘치프 & 시크 룩’이라고 부른다. 이때도 옷값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핵심은 얼마나 조화롭게 믹스&매치하는가 여부다.


미국은 대통령 본인은 물론 배우자에게도 의상 관련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 대통령 부부가 공무 중에 입는 옷에도 세금을 쓸 수 없다. 대통령 취임식 같은 국가 대사와 정상회담·국제회의 등 중요 외교 행사에 참석하는 때도 예외가 없다. 영국의 왕실도 마찬가지다. 왕실 교부처로부터 생활비 일부분이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옷은 모두 본인이 직접 구매한다. 협찬도 받지 않는다. 협찬받을 때 대여비를 내야 한다. 어쨌든 매번 이들이 입은 옷들은 가격과 함께 언론에 보도되며 심지어 매진 소식 혹은 구매 방법도 알려준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옷값은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김정숙 여사의 의상 구매에 있어 자금 출처는 문제될 소지는 있지만, 그것이 ‘옷값 논란’으로 변질되어 사치스러운 퍼스트레이디라는 주홍글씨로 새기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 아닐까. 어쨌든 옷값은 무죄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김건희 여사


퍼스트레이디 경제적 효과


두 번째는 경제적 파급효과다. 패션으로 주목받은 세계적인 퍼스트레이디를 꼽는다면 단연 미셸 오바마다. 그녀는 퍼스트레이디로 재직하는 동안 샤넬이나 발렌티노와 같은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 보다 미국의 신인 디자이너들의 옷을 더 좋아했다. 8년 동안 입었던 약 40명이 넘는 디자이너 중에는 제이슨 우, 나르시소 로드리게스와 프로발 그룽과 같은 유색 인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았다. 물론 랄프 로렌이나 타미 힐피거와 같은 기성 디자이너 옷도 입었다.


뉴욕 컬렉션에도 데뷔도 하지 않았던 신인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경우, 미셸 오바마가 취임식 축하 무도회에서 입은 드레스 덕분에 단번에 세계 스타로 부상했다. 나르시스 로드리게스 역시 미셸 오바마가 자주 선택한 젊은 디자이너로, 그녀가 입는 드레스는 당일 완판이 될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 파워를 과시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들이 버락 오바마의 두 번에 걸친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보낸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외국을 순방하거나 국빈을 미국으로 초대했을 때는 상대국을 배려한 스타일로 패션 외교에 대한 남다른 실력을 과시했다. 실용주의 국가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서민적이고 소탈한 패션 감각뿐 아니라 단순한 백악관 안방마님이 아닌 영향력 있는 여성 파워 이미지 만들기까지, 그녀는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요즘 유행하는 '뉴노말'을 만들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미셸 오바마 패션이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는 27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했다.


영국의 로열패밀리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역시 '치프 & 시크' 스타일을 대표하는 셀럽이다. 그녀는 럭셔리 브랜드와 SPA 브랜드를 적절히 믹스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 제품들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진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미국 브랜드 갭, 영국 브랜드 탑샵, 스페인 브랜드 자라와 같은 브랜드와 값비싼 럭셔리 브랜드를 믹스한다. 이 스타일은 평상복뿐 아니라 공식 석상에서도 자주 선보이기 때문에 전 세계 열성 팬들의 소비로 이어진다.


결국 지상 최고의 팬덤을 거느린 패션 퀸 케이트 미들턴의 스타일은 대중적인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를 오가며 전 세계 블로그와 SNS를 도배한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경제 효과를 흔히 '케이트 효과'라고 부른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그녀의 자국 브랜드 홍보에 힘입어 '케이트 효과'는 영국 패션 산업에 10억 파운드(약 1조 4천억 원)의 가치 상승을 주도했다고 한다. 그녀는 임부복은 물론 2남 1녀 자녀들이 입는 옷 역시 중저가의 영국 브랜드만을 입혀 매번 매진을 기록해 영국 패션계를 웃게 만들었고 '완판녀'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럼 우리 현실을 보자. 지난 5년간 김정숙 여사의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에 대한 제대로 된 보도를 본 적이 없다. 미셸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로 재직하던 중 <보그>를 비롯한 몇몇 잡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지만, 김정숙 여사가 패션지 표지에 등장한 적은 없었다. 행사의 귀재라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 비서관이나 영부인 전용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던 디자이너의 딸은 왜 이러한 발상을 하지 못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물론 <보그> 미국판 편집장 애나 윈투어처럼 퍼스트레이디를 섭외못한 국내 패션지 데스크도 비난에서 자윯울 수는 없다. 만약 지난 5년 동안 미셸 오바마처럼 옷의 출처와 가격을 모두 밝히고, 패션 리더로 패션지에 등장하고, 명예 홍보 대사로 전 세계에 K-패션을 알렸다면 이번처럼 말년에 ‘옷값 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다.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가 전 세계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현재 청와대의 반응처럼 '감히 영부인에게….'라는 발상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경우 대통령 취임도 안했는데, 이미 해외에서도 미모와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K-패션을 세계화로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김건희 여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그 문제를 사과든 수사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김건희 효과’라는 무형의 경제적인 효과를 창조하는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패션의 정치적 메시지


세 번째는 패션을 통한 정치적 메시지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나 영국의 왕족들은 패션을 통해 국민과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패션으로 국민과 정치권에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에도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패션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사회 운동이자 캠페인이다.


지난 3월 1일 취임 후 첫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동행한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는 딥 퍼플 드레스를 입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그녀가 입은 새틴 바이어스 스타일은 오른쪽 소매 위에 해바라기 자수 디테일이 특징이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국화를 참조한 것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표시였다. 다른 날에는 해바라기를 자수로 놓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특히 팬톤이 2022 올해의 컬러로 발표한 '베리 페리'라고 부르는 딥 퍼플 컬러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평온함'을 상징하는 이 컬러는 코로나 팬데믹과 현재의 러시아 침공으로 야기된 격동의 시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연두교서 행사 드레스는 미국 브랜드 라포인테의 2022 프리-폴 컬렉션 제품이었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 샐리 라포인테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질 바이든 여사 사진과 함께 "미국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미국 여성으로서 오늘 밤 연두교서 발표 행사에 참석하는 질 바이든 박사님이 우리 옷을 입게 되어 무척 영광이다"라는 감사의 글을 올렸다.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의 공식 행사 스타일은 언제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날 입은 미국 럭셔리 브랜드 마카리안의 블루 코트 드레스는 대선 후 양극화되어 국가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신뢰, 자신감, 안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창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뉴욕시 의류 지구를 홍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취임식 날 저녁, 그녀는 윤리적이고 환경을 의식하는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플라워 드레스를 착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옹호했다.


​영국의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 역시 패션을 통한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지난 3월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연례 영연방의 날 기념 다종교 예배에 참석한 그녀는 5일 전, 런던 우크라이나 문화원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 중 하나인 블루 드레스를 입었다. 여기에 그녀는 지난 2020년 버킹엄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올레나 젤렌스카를 만났을 때 착용했던 것과 같은 목걸이와 반지를 선택해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디테일을 선택했다.


또한 케이트 미들턴은 영국의 대표하는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적게 사고, 잘 고르고, 오래 입자"라는 패션 철학을 오래된 애장품의 재활용과 신상 조화로 실천하고 있다. 오래된 애장품인 가죽 부츠는 영국 왕실 입성 후, 공식과 비공식 석상에서 수없이 많은 사진 속에 등장한다. 결혼 전 대학 시절 착용하여 파파라치 사진에 잡혔던 ‘액세서리라이즈’의 귀고리 역시 신상 드레스들과 함께 공식 석상 룩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외에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입는 스타일링을 통해 세계 여성들에게 영국의 알뜰한 맏며느리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구를 생각하는 알뜰한 영국 왕실의 맏며느리. 얼마나 근사한 이미지 창조인가.


결론적으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콘텐츠다. 또한 그 나라의 문화 수준과 경제 수준, 더 나아가 국격을 보여주는 표상이다. 옷값은 그다음 문제다. 해외 순방을 갈 때 그 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 '패션 외교'다. 옷값이 부족하면 주목받는 젊은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해도 충분하다. 이때는 공식 행사기 때문에 국가 보조를 받을 수도 있다. 국내에도 디자이너 브랜드는 너무나 많다.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춰 옷을 구매해 상세한 내용을 언론에 밝히면 '투명한 옷값 지급'이라는 공정이라는 개념과 '패션 산업 촉진'이라는 경제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사실 대통형의 부인이라면 월급을 따져봤을 때 대한민국 1% VVIP가 맞다. 국내 내수 시장 진작을 위해 비싼 옷을 사서 입어도 된다. 어쩌면 일부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디자이너와 장인을 배려해서 5만 원짜리 현찰을 주었다는 청와대 주장만으로 패션 산업을 촉진시킨 K-패션 홍보 대사로 볼 수 없다. 우리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세계에 자랑해야 한다. 만약 김연아처럼 샤넬 한글 재킷이 아니라 이상복 디자이너의 한글 재킷을 입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본다.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한국 디자이너 패션계는 이미 1999년에 고관 부인들이 ‘라스포사’에 모여 값비싼 옷 선물을 하는 바람에 '부티크 스캔들'이라는 치욕을 겪었다. 당시 특별 검사는 앙드레김 의상실과 그의 압구정동 자택 등 5곳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와 함께 라스포사 의상실 운영 법인인 (주)라포 명의의 시중 금융기관 계좌 5~6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이때도 핵심은 로비에 사용된 비싼(?) 옷값으로 본질이 훼손되었다. 옷값 보다는 그 옷을 이용한 불법 로비가 본잘임에도 말이다. .


당시 TV 청문회 때 정치인들은 앙드레김 옷 한 벌이 2~300만 원이라며 전 국민에게 사치 대마왕으로 망신을 주었다. 앙드레김은 IMF 직후라 옷값은 30% 할인해서 120만 원에 팔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사와 국회읜원들은 무시했다. 어쩌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필자 기억으로도 앙드레김은 생전에 자신의 매장을 부티크로 표현한 적이 없다. 늘 '아뜰리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을 ‘패션=사치’로 프레임을 짜기 위해 값비싼 옷을 파는 가게라는 프랑스어 ‘부티크’를 대입해 부티크 스캔들을 창조했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옷값이 2~300만원이라면 이는 K-패션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축하받을 일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재단된 2~300만원은 사치의 기준으로 둔갑했다. 70년대까지 우라나라는 옷을 디자인하는 나라가 아니라 외국 브랜드를 봉제하는 아웃소싱국가였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20년 만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패션 강국과 같은 가격으로 옷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엣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몸가짐, 말솜씨, 글씨, 판단력 등 네 가지를 인물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중 몸가짐에 해당하는 것이 패션이다.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단정한 옷차림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옷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의 패션도 중요하다.

이 중요한 덕목을 ‘옷값’이라는 일차원적인 발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꼰대 발상이다. 이제 ‘옷값 논쟁’에서 벗어나 한류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K-패션을 논할 때다. 새로운 퍼스트 레이디는 K-패션 디자이너들의 옷을 5년동안 많이 입고 소셜 미디어에 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나라 디자이너 브랜드는 럭셔리 브랜드처럼 비싸지 않다. 뭐 가끔 럭셔리 브랜드나 내수 브랜드와 믹스&매치하는 하이 앤 로우 패션도 투명하고 스타일만 좋으면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최초로 전세계적인 워너비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속가능한 패션은 퍼스트 레이디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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