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짓는 늦깎이 아티스틱 디자이너 최충훈의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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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아트워크와 화려한 컬러 매치로 자신만의 프린트 패션 철학 정립

2022-04-27 오전 9:43:06

두칸의 아티스틱 디렉터 최충훈


문득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옷 만드는 사람? 유행을 만드는 사람? 옷 잘 입는 사람?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사실 정답은 없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국어사전에 패션은 “특정한 시기에 널리 유행하는 의복이나 차림새 등의 양식.”으로 나와 있다. 국어사전의 의미로만 보면 ‘유행하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 패션 디자이너의 정확한 정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옷만 만든다고 모두 패션 디자이너일까? 동네 입구에 있는 수선집 아줌마도 리폼으로 옷을 만든다. 지인은 오래된 자기 옷을 분해해서 아이들을 위한 리사이클 옷을 만들어 준다. 대학 친구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들의 옷을 만든다. 모두 옷을 만드니까 패션 디자이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없고 패션 디자이너에게만 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판타지’라는 놈이다. 외래어라 보통 ‘환상’으로 번역되지만, 국어사전에는 “짜릿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상상”으로 나와 있다.


맞다. 패션 디자이너는 대중들에게 판타지를 선물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움을 찾고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운 판타지를 꿈꾼다.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을 꾸미고, 그중에서 아름다운 옷,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다워지려고 한다.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판타지를 창조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닐까 한다.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2 가을/겨울 두칸 컬렉션


아트스틱 디자이너 최충훈의 정체성


그런 의미로 보면 브랜드 두칸의 CEO 겸 아트 디렉터 최충훈은 단순히 옷만 만드는 어패럴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아티스틱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듯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했다. 늦깎이의 조바심도 없었다. 내일 모래면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느긋한 품새다. 물론 속내는 어떨지 몰라도 인터뷰어가 본 객관적인 그의 모습이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 외에 ‘화가’라는 부캐를 가지고 있는 최충훈에게 이젤과 캔버스는 현실 속 디자이너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궁이자 코쿤 같은 공간이다. 그는 옷을 만들 때는 무척이나 이성적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시간의 망각 속으로 스스로 사라져버릴 만큼 모든 것을 초월한다.


20세기 100년 동안 나올 수 있는 실루엣은 모두 나왔다. 심지어는 임산부를 위한 D라인까지 나왔다. 그리고 21세기. 이제 남은 것은 소재, 특히 패턴과 프린트다. 아티스틱 디자이너 최충훈에게 프린트와 패턴은 그의 생각을 도화지에 담아낸 그림 일기장 같은 존재다. 두칸의 본질인 디자이너가 직접 그리는 오리지널 아트워크 프린팅이 그 좋은 증거다.


두칸은 첫 컬렉션부터 정체성에 있어 한국적인 헤리티지 요소들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너무 친숙해서 그만 모르고 지나치는 한국의 예술적 감성을 되짚어 이를 패턴과 프린트로 변주해 자신만의 디자인 키워드로 재창조했다. 스트리트와 어반 스포츠 캐주얼이 휩쓸고 지나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서도 그는 묵직하면서 낭만적인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두칸 식 판타지를 담은 옷은 분명 남달랐다. 어쩌면 웨어러블과 유틸리티 요소가 추구하는 너무 일상적인 옷과 영혼 없는 교조주의적 해체주의패션에서 벗어난 그의 자유로운 예술혼은 결국 ‘한국적인 아트워크가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두칸의 아티스틱 디렉터 최충훈이 실물 NFT '그리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서울의 밤 빛으로 빛의 도시 파리를 물들이다.


지난 3월 최충훈은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국적인 아트워크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 2022 가을/겨울 두칸 컬렉션을 통해 현지에서 글로벌 디자인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최충훈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패션 리더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 파리의 유서 깊은 행사장인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이번 이날 패션쇼장에는 파스칼 모란드 파리 패션협회(FHCM) 회장을 비롯해 프랑스 패션 관계자, 바이어, 현지 인플루언서가 대거 참석해 주목받았다.


한국적인 정중동(靜中動) 정서를 지닌 최충훈이 세계에 알리고 싶은 서울은 ‘밤의 도시’였다. 그는 서울의 어둠이 내려앉은 밤 풍경과 그 밤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비추는 빛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 결과 서울의 직선적인 건축물과 그 사이 역동적인 도로는 곡선과 직선이 과감하게 혼합된 실험적인 구조주의적인 실루엣으로 변주되었다. 또한 밤 도시의 다양한 빛은 다채로운 컬러와 광택감이 도는 원단으로 재구성되어, 모던 오리엔탈리즘에 굶주려있던 파리지앵의 눈을 홀렸다.
 
이번 시즌 '서울의 밤, 빛'을 테마로 선택한 두칸 컬렉션은 밤과 빛이 공존하듯 어둡지만 밝고, 강하지만 부드럽고, 정적이면서 동적인 독특한 감성이 뒤섞여있었다. 태극기의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으로 강렬하게 색칠된 컬렉션은 아시아 패션 캐피탈 서울의 매력을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실체인 한류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 K-패션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특히 기쁨과 위안을 주는 꽃을 물 나염 형식의 표현한 아트워크 패턴에서는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울의 밤의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2 가을/겨울 두칸 컬렉션


디자이너 최충훈의 또 다른 아트워크 성과는 부캐가 만든 NFT 작업이었다. 지난 3월 말 NFT 마켓 플레이스 엔플라넷에서 공개한 두 작품 중 하나는 공개되자마자 한 시간 만에 솔드 아웃됐다. 아티스트 최충훈의 NFT 작품 <그리움>은 작가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돋보이는 수많은 아이콘이 등장했다. 작가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서사를 표현한 작품 <그리움>은 누군가의 내면에 자리한 고독한 감수성과 유년기의 꿈과 미지의 이상향에 대한 동화적인 상상력, 반대되는 두 요소의 총체적인 산물로 표현되었다.


다양한 오트 쿠튀르 컬렉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업, 그리고 드라마,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 전 범위를 아우르는 작가 최충훈의 ‘회화적 무드’의 패션 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미래를 담보하는 그만의 예술적 자화상이었다. 어쨌든 파리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두 차례 컬렉션과 성공적인 NFT 데뷔를 통해 브랜드 두칸의 예술성과 가능성은 다시 한번 K-패션의 예술성을 증명했다.


디자이너 최충훈에게 어쩌면 소위 유행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방적인 공통분모인 ‘트렌드’는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만의 독자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흐름은 그 자체로 트렌드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가 “패션은 상업 예술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독특해도 대중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트렌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두칸은 팬덤을 너머 대중적 기반을 공고히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즉 패션의 속성인 대중성을 지속하되 고유함을 잊지 않겠다는 디자이너의 고민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마이웨이 여정은 이미 반절 정도는 지난 듯하다.


파리 트라노이 전시장의 디자이너 최충훈


패션과 뷰티, 자연이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만나다


최충훈 디자이너는 독특한 브랜드 콘셉트만큼이나 이력도 남다르다. 그는 프랑스에서 메이크업(크리스찬 쇼보)을 배우고 패션디자인(파리 스튜디오 베르소)을 배우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한국으로 들와서는 그가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만의 감성으로 풀어내기 위해 30대 후반의 늦깎이로 디자이너 브랜드 ‘두칸’을 론칭했다.


처음에는 드레스가 아닌 맨투맨 캐주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매출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디자이너 브랜드 ‘두칸’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강렬한 패턴과 프린트에 집중했다. 기존의 것과는 차별화된 그만의 색을 입힌 오리엔탈 패턴과 프린트는 날개 돋친 듯 팔렸고, 맨투맨 티에 이어 여성 컬렉션으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았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차별화와 유니크함을 선택한 그는 결국 기회를 잡게 된다. 바로 대중과 소통하는 패션쇼였다. 하이서울 쇼룸을 통해 해외 바이어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서울컬렉션에서 오리엔탈무드와 화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패션쇼로 주목받은 그는 결국 K-패션의 전도사로 나서 파리지앵들과 패션쇼로 소통하면서 그만의 판타지로 또 다른 빛의 도시 파리를 드레이프성 좋은 드레스와 태극기의 컬러로 물들였다.

그가 여성복 디자이너가 된 것은 아주 단순하다. 여배우 장만옥을 너무 좋아해 그녀를 뮤즈로 해서 떠오르는 여성성과 우아함을 그만의 색감과 패턴, 디자인으로 여성복으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남성복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패션쇼에서 남성복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토탈패션을 추구하는 그로서는 당연한 행보가 아닐까. 사실 그만의 독특한 아트워크는 다양한 카테고리에 응용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향수, 아이웨어, 가죽과 섬유 잡화 등 패션 상품과 리빙, 식탁 용구, 사무용품, 생활소품 등 거의 모든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응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와인, 텀블러, 유한킴벌리 아동 마스크 등 디자이너가 진행했던 몇 가지 협업 제품은 매진되었다. 국내에서도 '랄프로렌' 같은 토털 브랜드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다.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2 가을/겨울 두칸 컬렉션


디자이너는 브랜드 ‘두칸’의 상징인 화려한 아트워크를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작업을 했을 때는 너무 센 디자인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해 주변의 우려도 있고 본인도 내심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파리 유학 시절부터 아무리 독특해도 대중들이 외면하면 패션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는 상업적으로 녹여낼 고민을 거듭하며 패션쇼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 결과, 판타지에 목마른 컨템포러리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것’을 만들었다.


꽃이 되고, 새가 되어 높이 나는 ‘두칸’을 꿈꾼다,
 
‘두칸’의 아트워크는 아름다운 자연과 빛, 우리 주변의 사물 등이 모티브다. 그를 오리엔탈, 판타지 감성으로 재해석해 그래픽 패턴을 만들어낸다. 직접 그리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작업은 컴퓨터를 활용한다. 수월하게 변형하거나 콜라주 하면서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어렸을 때 꽃을 유독 좋아했다.


자연과 음악, 그림 등 세상의 아름다운 그것들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에 패션이 들어왔다. 어쩌면 강렬한 자연주의적인 패턴은 당연한 귀결이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패턴과 프린트의 에코 패션도 기대해 본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물론 팔리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걸려 있는 옷은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존재감은 팔릴 때만이 그 의미가 있다. 늘 새로움을 갈구하고 추구하지만, 대중들이 꼭 가지고 싶은 옷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브랜드의 정체성인 화려한 프린트와 패턴을 다양한 협업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 역시 대중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2 가을/겨울 두칸 컬렉션


자연과 빛의 재해석, 감각적인 패턴이 강점인 두칸의 디자이너 최충훈의 본질은 어릴 적부터 흠모했던 자연 그 자체다. 그는 컬렉션마다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자연’을 재해석한 그만의 빛깔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빛과 자연, 오리엔탈 감성으로 그려진 그래픽은 실험적인 스트리트 감성이 녹아 있는 낭만적 오리엔탈 룩이라는 새로운 K-패션 장르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겸 작가인 아티스트 최충훈은 “우리는 각자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이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은 순간에 ‘두칸’을 입었으면 좋겠다. 점 • 선 • 면이 모여 꽃이 되고 언젠가는 새가 되어 더 높이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상상을 한다.”라며 자유롭고 행복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펼쳐질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개인의 다양성, 각자의 취향이 더 존중되는 뉴 노말 시대가 될 것이다. 또한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패션을 보여주는 MZ 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도기에 독창적인 오리지널 아트워크와 화려한 컬러 매치로 자신만의 프린트 패션 철학을 펼쳐나가고 있는 최충훈 디자이너가 K-패션 전도사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길 기대해 본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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