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텍스 랜드,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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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와 모순의 패션 미학...라텍스, 시얼링, 3D 프린트 눈길

2022-03-07 오전 9:21:22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이번 시즌 로에베 컬렉션은 대조와 모순에 대한 패션 미학이었다. 2022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가 중반에 접어든 지난 4일(현지 시각) 오전,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하우스를 위한 화려한 패션쇼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터무니없고 황당한 현실인 코로나 시대에 패션이 비논리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논리적인 애티튜드다. 특히 이번에 의식적으로 예술에 심취한 로에베의 의도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조나단 앤더슨은 헴라인에 모형 차가 있는 미니 트라페즈 드레스, 굽이 높은 펌프스가 달린 튜브 드레스, 라텍스에 대한 대비로 거칠게 커팅한 시어링 드레스, 드로우 스트링 백과 같은 커다란 덧신 장화에 파묻힌 신발 등 해체주의적인 패션을 다수 선보였다.


또한 신발 끈 사이에 삐져나온 빨간 풍선, 본디지 드레스의 드레이퍼리에서 흘러나오는 풍선, 브래지어처럼 부풀어 오른 브라운과 베이지 풍선, 젖꼭지의 외설적인 패러디처럼 보이는 매듭 풍선 등 풍선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조나단 앤더슨은 “풍선은 긴장을 유발한다. 풍선을 폭발한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포스트 코로나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약 2년 동안 계속된 ‘통제된 혼란’을 투영한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패션쇼는 관객들의 눈을 호강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시즌 로에베는 시대 정신, 그리고 라텍스, 시어링, 3D 프린트 같은 특별한 소재들이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는 형이상학적인 교집합을 보여주었다. 패션쇼 초대장은 라텍스로 만든 80cm 정사각형이었는데, 일부 에디터들은 스카프로 착용했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뻗은 실내 테니스 클럽은 올 브라운 패션쇼장으로 개조되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북아일랜드 출신의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동향인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이번 시즌 패션쇼에 대해서 시인의 작품을 파헤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시인 셰이머스 히니는 북아일랜드에서 아홉 형제 중 첫째로 태어났다.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했던 친가와 방직 공장 노동자였던 외가의 영향을 받아 유년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의 전통과 산업혁명이라는 두 가지 흔적을 동시에 경험했다. 이를 통해 형성된 다른 두 문화 사이의 긴장감은 이후 그의 시 세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영감을 받은 조나단 앤더슨은 “나는 두 가지가 만나는 산업혁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것이 바로 스트립 백 컬렉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너는 습윤 과정을 거친 송아지 가죽을 몸통 주위에 조각처럼 감싼, 예술적이면서도 우아한 가죽 드레스 시리즈로 패션쇼 오프닝을 장식했다. 신발보다는 마치 핸드백처럼 보이는 신발류가 찬사를 받은 멋진 시작이었다. 그의 드레스는 점차 자동차 모양의 원피스로 변하면서 기발한 컨셉추얼 패션은 최고조에 달했고, 엷은 색의 라텍스 탑과 껴안고 싶은 부드러운 시어링 백 등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이번 시즌 로에베 패션쇼는 193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대중들의 심리적 긴장을 예술로 승화시킨 초현실주의와 관련이 있었다. 최근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에서는 영국 출신의 조각가 앤시아 해밀턴과 함께 ‘국경 없는 초현실주의’ 전시회가 열렸지만 조나단 앤더슨은 패션 규칙에서 벗어나 본능적으로 일하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이미 지난 시즌부터 초현실주의를 추구하고 있었다. 주변의 질서를 짓밟는 것에 대해 미친 듯이 대응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는 그의 생각이 패션으로 승화되었다.


지난 2016년 터너 프라이즈 결선에 진출했던 영국 출신의 조각가 앤시아 해밀턴의 커다란 호박 3개가 패션쇼장에 배치되었다. 패션쇼장에 배치된 호박들도 로에베의 공예가들이 가죽으로 직접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조나단 앤더슨은 페미니스트 예술도 언급했다. 초현실주의자인 메레트 오펜하임(털로 덮인 시어링)과 틀에 부어서 만든 라텍스(고무 탱크)를 사용하는 린다 뱅그리스에 대한 언급이 그것이었는데, 예술에 정통한 사람들은 이를 각주로 기록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기역학적 신발과 긴 장갑을 낀 두 팔로 마무리된 라텍스 드레스, 빨간 벌이 박힌 입술 뷔스티에 탑의 핑크 라텍스 칵테일 드레스 등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룩이었다. 짧은 가죽 캡 슬리브 드레스 시리즈, 겉으로 보기에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스커트에는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광택나는 고급스러운 컬러인 체스넛, 페일 핑크 역시 가죽을 기반으로 하는 럭셔리 하우스 로에베가 소유하고 있는 탁월한 소재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백스테이지에서 에디터들이 핸드폰을 들고 그의 말을 녹음하느라 바쁜 가운데,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나는 요즘 일반인들이 거부하거나 혹은 선정적으로 다루는 라텍스에 흠뻑 빠졌다. 많은 논란이 있는 소재 라텍스는 그동안 의류 서비스와 성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라텍스는 아주 순수하지만, 라텍스 옷을 만드는 방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적”이라고 주장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가 유명을 달리한 후, 어떤 디자이너도 패션쇼 후에 조나단 앤더슨과 같은 찬사와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컨템포러리 파리 패션에서 풍성한 상상력을 발휘한 북아일랜드 출신 천재 디자이너는 거장의 싹수를 보이며 전 세계로 자신의 패션 파워를 확장하고 있다. 2008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JW 앤더슨을 런칭한 디자이너는 2015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남성복과 여성복 디자이너 상 등 2관왕을 차지한 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13년부터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2022 가을/겨울 로에베 컬렉션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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