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가 지난 2017년 2,800만 파운드의 팔리지 않은 제품을 소각한 뒤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들이 팔리지 않은 제품을 다시 팔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사치스러운 프랑스 럭셔리업계에서 브랜드들은 고가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내놓기보다는 팔리지 않은 제품을 폐기하는 방법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새로운 폐기물 방지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소위 더이상 팔리지 않은 '명품'을 소각할 수 없게 되었다.
올해부터 프랑스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재활용 규제를 도입하여 순환경제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폐기물 방지 및 순환 경제법(Anti-waste and the Circular Economy Law)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럭셔리 하우스들은 직원 판매를 하거나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 제품으로 활용하는 등 재고를 더욱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다. 컬츠 컨설팅 에이전시의 명품 전문가 줄리 엘 구지는 "오늘날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주제"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지난 2017년 트렌치 코트 2만 벌에 해당하는 2,800만 파운드(455억원, 현재 환율로 553억원)의 팔리지 않은 제품을 소각한 것으로 폭로된 뒤 2018년 버버리가 비난받은 스캔들을 지적했다.
팔리지 않은 제품을 소각한 후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버버리는 결국 다음 해부터 이 잘못된 관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르메스는 2020년에 3만9,000개의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했다 |
가격을 낮추면 엘리트 지위로 인해 번창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의 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럭셔리업계에서 제품 가격 인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럭셔리 제품 전문가 줄리 엘 구지는 "럭셔리 부문에서 만약 가격표가 더 낮다면, 그것을 사고자 하는 욕구도 더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파리에 본사가 있는 자산 관리업체 플로노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르노 카다트는 럭셔리 하우스들은 이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더 이상 구속되지 않는 창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는 더이상 없다."라고 말했다.
이제 럭셔리 하우스들은 그들의 재고를 미세 조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케링 그룹은 재고 관리를 더 잘하기 위해 인공지능(AI)에 투자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재활용해 단열재나 가구 안감 같은 제품을 만드는 팹스크랩과 함께 일하고 있다. |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등이 포함된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LVMH에서 환경 개발 책임자를 맡고 있는 헬렌 발라드는 "럭셔리 비즈니스 모델은 수요에 맞게 긴밀하게 조정되어 있으며, 회사들은 낮은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새로운 폐기물 방지법이 럭셔리 하우스들에게 자신들의 고객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하여 구매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도록 압박할 것이며 따라서 재고를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럭셔리 제품 전문가 줄리 엘 구지는 루이비통이 이미 자사 재고를 추적하는 데 꽤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고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다른 많은 하우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팔리지 않은 제품이 있을 때는 직원들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들 대형 패션 그룹에는 LVMH 15만 명, 케링에 3만8,000명, 에르메스 1만6,6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각종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LVMH는 전문 의류 기부를 모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에게 제공하는 크라바트 솔리데르(Cravate Solidaire)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들도 종종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고 불리는, 버려지거나 남은 재료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LVMH 환경개발책임자 헬렌 발라드는 "이전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자료를 찾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오래된 컬렉션, 사용되지 않은 천, 남은 가죽 조각 등 바로 옆에 있는 재료부터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 업사이클링이라고 불리는, 버려지거나 남은 재료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2018년부터 2021년 사망할 때까지 루이비통의 남성복 컬렉션 아트 디렉터을 역임했던 미국 디자이너 고(故) 버질 아블로의 경우가 그랬다.
뉴욕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재활용해 단열재나 가구 안감 같은 제품을 만들거나 그것을 학생들과 예술가들에게 기부하여 창작에 사용하도록 하는 팹스크랩(Fabscrap)과 함께 일하고 있다.
또한 LVMH 그룹은 팔리지 않은 의류와 재료를 모아 새로운 실과 원단으로 재활용하는 위턴(WeTurn)과 제휴를 맺고 있다.
에르메스는 2020년에 3만9,000개의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아르노 카다트는 "2014년 이후 에르메스는 거의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고, 모든 것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덧붙였다.
LVMH 그룹의 환경개발책임자 헬렌 발라드는 "현재 가죽 제품은 팔리지 않았다기 보다는 품절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1,700유로(233만윈)의 가격으로 현재 품절된 폐가죽 조각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로에베 백을 언급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