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변덕스럽고 변화 무쌍한 패션가에 죄수들이 만든 디자이너 라벨이 호평을 받고 있다. 죄수들이 만든 옷을 입는다? 언뜻 생각하면 뭔가 꺼림칙한 느낌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듯한데, 의외로 감옥에서 죄수들이 만든 브랜드가 유럽의 젊은 층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어패럴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옷을 제작한 죄수들 역시 바깥 세상 사람들의 열띤 반응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 게다가 구매자들의 대다수가 ‘감옥에서 죄수들이 만든 옷’이라는 사실 자체를 매력으로 느낀다는 것은 패션이 더 이상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적 욕구를 어떻게 자극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시사점도 제공한다.
패션계와 당사자들(죄수)을 동시에 놀라게 만든 문제의 패션 라벨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테겔(Tegel) 감옥 죄수들이 생산하는 「해프틀링」(Haeftling: ‘죄수’라는 의미).
감옥, 죄수, 그 자체가 매력
살인이나 중죄를 저지른 1천600여 명의 죄수들이 수감된 테겔 감옥은 1898년부터 죄수 교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죄수의 노동력을 활용한 의류 하청 작업을 해왔다. 잔손이 많이 가는 전기·전자 제품,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수공예품 등에 죄수들의 노동력이 동원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해프틀링」은 어패럴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손품을 판 제품이 아니라 죄수들이 자체 런칭한 일종의 디자이너 꾸뛰르라는 점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즉, 감옥에 수감중인 죄수들이 디자인과 생산을 맡고 외부의 제휴 업체가 유통을 담당하는 본격 디자이너 라벨인 셈.
「해프틀링」이 정식으로 런칭되고 웹사이트(www.haeftling. de)를 오픈하자 주문이 물밀듯이 몰려오는 바람에 「해프틀링」은 당분간 신규 주문은 받지 않고 기존 주문 수량을 생산하는 데 전력을 다할 방침이라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신규 어패럴 브랜드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즉 브랜드 인지도와 수요 구축은 「해프틀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듯. 오히려 「해프틀링」은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력을 급증시킬 방안을 찾느라 부심하다.
「해프틀링」을 매력적으로 만든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거친 세계,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옷을 만드는 데 몰두하는 거친 죄수의 모습, 언뜻 어울리기 힘든 이 같은 정황이 소비자들에게 「해프틀링」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게 만들고 그들에 대한 묘한 호기심과 동정심, 때론 동경심이 뒤얽힌 심리상태에서 「해프틀링」 라벨을 구입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결국 「해프틀링」의 성공을 가져온 원동력은 서로 다른 분리된 공간에 사는 사람의 감정과 체취가 그 옷 속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 다양젊은 층 호응 높아
「해프틀링」은 셔츠와 재킷, 벨트와 서류가방, 슈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데님 제품만 해도 기본적인 인디고 블루는 물론 오렌지와 브라운 등 여타 브랜드 부럽지 않은 색상 감각을 자랑한다. 특히 벨트와 서류가방, 슈즈 등은 일일이 손으로 꿰매는 수제 생산방식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수제 제품’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다. 「해프틀링」의 생산품목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은 감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헐렁한 블루+화이트 핀 스트라이프 셔츠로 가슴 포켓에 「해프틀링」(Haeftling)이라는 로고가 당당하게 박혀 있어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순간적이나마 ‘죄수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탓인지 호기심이 많은 젊은 층의 수요가 가장 높다고. 이밖에 심플한 디자인의 서류가방과 재킷, 벨트 역시 남과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호응이 높다.
「해프틀링」이 지난 7월 인터넷을 독점 유통망으로 설정, 런칭된 이유도 인터넷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가장 효과적인 통로이기 때문이었다.
호기심 - 높은 품질
죄수들과 함께 「해프틀링」 라벨 런칭에 참여한 테겔 교도소측 역시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교도소에서 제품이 생산되었다고 하면 ‘교도소, 죄수’라는 선입견 때문에 제품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던 과거와 달리, 「해프틀링」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순수히 죄수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생산되고 교도소라는 제한적인 특성으로 인해 소규모 생산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프틀링」은 올 가을까지는 추가 주문을 받지 않고 기존 주문 물량 완수에만 신경써야 하는 특이한 상황까지 겪고 있다. 인터넷에 「해프틀링」 매장이 오픈되자 독일은 물론 영국,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해프틀링」 로고가 박힌 셔츠, 슈즈, 가방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밀려들었고 2주 만에 확인된 주문만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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