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 패션에 '캐주얼 시크'를 도입하고 전성기 시절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옷을 입혔던 선구자적인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니노 세루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사망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르 델라 세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그가 엉덩이 수술 후 입원해 있던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전성기 시절,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옷을 입혔던 니노 세루티는 1970년대에 최초의 디컨스트럭티드 재킷(deconstructed jacket: 안감, 심지, 패드 등을 생략 또는 배제하여 만든 비구조적인 재킷)을 만들면서 남성복 패션에 '캐주얼 시크'를 도입했다.
그는 20세기 남성 기성복 패션의 선두 주자 중 한 명으로, 생전에 스타일리시하면서 여유로운 룩으로 인기를 끌었다. 생전에 그는 "나는 남성들이 우아함 속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자유로움 속에서 좀 더 우아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니노 세루티는 1967년 파리에 자신의 첫 매장을 오픈했다. |
키고 크고 날씬한 니노 세루티는 항상 자신의 창작품은 자신이 가장 먼저 입었다고 주장했는데, 1881년 할어버지가 비엘라 북서부 지역에 설립한 양모 공장에 작품 중 다수가 보관되어 있다. 생전에 그는 "나는 항상 같은 사람에게 옷을 입혔다.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말했다.
1930년 비엘라에서 태어난 니노 세루티는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1950년 부친의 사망 이후 20세의 나이로 가업인 섬유 공장을 물려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철학 공부를 포기해야만 했다.
195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첫 번째 남성복 회사 '히트맨'을 시작한 그는 1960년대 중반에 그는 젊은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만나 그를 남성복 '히트맨'의 크리에이터로 고용했다.
니노 세루티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듀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1975년 자신의 패션 하우스를 설립하기 전까지 6년 동안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이탈리아 남성복 패션에 큰 획을 그었다.
1968년 9월 카프리에서 모델과 함께 포즈를 취한 니노 세루티. |
니노 세루티는 1967년 패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세루티 1881'을 런칭하고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하고 다양한 색상과 부드러운 실루엣을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동안, 그는 남성과 여성 모델들에 같은 옷을 입히고 패션 쇼 무대에 오르도록 요청함으로써 패션의 혁명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트라우저가 여성들에게 자유를 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 여성복 라인을 만들었다. 여성복 라인은 20년 후 매출의 1/5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그는 향수·시계·신발·액세서리 분야에도 진출했다.
'의상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니노 세루티는 프랑스 배우 장폴 벨몽도뿐만 아니라 미국 할리우드 스타 마이클 더글러스, 리처드 기어, 잭 니컬슨, 로버트 레드퍼드 뿐 아니라 새론 스톤, 줄리아 로버츠에게도 자신의 옷을 입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포즈를취한 니노 세루티. |
또한 영화 '원초적 본능'의 마이클 더글러스와 '프리티 우먼'의 리처드 기어, '필라델피아'의 톰 행크스 등이 그의 옷을 입고 영화에 출연했으며, 할리우드 영화 '칸느 맨(1996년)'과 '홀리맨(1998년)'에 본인이 직접 카메오로 출연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페라리 포뮬러 1 팀의 공식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럭셔리 패션 시장에서 개인 사업체로 고군분투하던 니노 세루티는 2001년 이탈리아 투자회사에 '세루티 1881'을 매각했다. 그후 미국 투자 펀드에 인수되었고 이어 중국의 트리티티 그룹이 인수했다. 브랜드를 매각한 후 니노 세루티는 고향인 비엘라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사망 직전까지 함께 지냈다.
한때 니노 세루티와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세루티가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하나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디자이너와 사업가로서 의복의 부드러움에 대한 취향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 카를로 카파사 회장은 "위대한 혁신가이자 이탈리아에서 가장 세련된 남자 중 한 명이었다"고 그를 추모했다. 그는 자신의 시그너처인 노란 점퍼를 입은 니노 세루티 그의 패션 쇼에서 볼 때 마다 "위대한 혁신가이자 선견지명이 있는 창조적인 인물이자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의 선구자"라고 언급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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