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유통 거품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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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보장·시설비 지원도 매출하락에 무릎

2006-07-20 오전 10:58:31

지난해 가을 대구 동성로에 A 브랜드 대리점을 냈던 한 점주는 최근 B 브랜드로 간판을 바꿨다. A 브랜드로 바꿔 달 때 5천만원의 시설비를 지원받고, 4천만원의 순익까지 보장받았지만 미련없이 포기했다. 4~5천만원의 저조한 매출로 ‘공돈 아닌 공돈’ 받기도 미안했지만, 무엇보다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새롭게 오픈한 B 브랜드에서는 시설비 지원도 없고, 마진도 34%에 불과해 여타 상권에 비해 1% 높은 수준이었지만 두 말 없이 열었다. 의정부의 또 다른 점주 역시 올 초 40%의 통마진과 6천만원의 시설비를 지원받으며 오픈했던 35평짜리 점포를 C 브랜드에서 D 브랜드로 바꿔 달았다. 지난해 노원역 인근에 E 브랜드를 전개하던 점주는 본사가 마진 1%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당시 잘 나간다는 F 브랜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점주는 최근 다시 E 브랜드를 찾았다. 마진을 올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옛 간판을 달고 싶다는 것. 대리점 유통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최근 1~2년새 전국 주요 상권에서는 시설비 지원과 35% 이상의 높은 마진율은 물론 심지어 일정 수준의 이익보장까지 요구하는 등 A급 점포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경기악화로 매출이 급락하자 개설 조건보다는 브랜드의 역량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대리점을 개설했다가 1년도 못 돼 다시 브랜드를 교체하면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유통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도 명동, 동성로 등 전국 주요 상권에서는 매출보장과 시설비 지원, 높은 마진 등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불황이 계속되고 브랜드별 실력차가 드러나면서 조건보다는 브랜드의 실력을 따지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리한 영업의 결과로 패션기업들의 생존까지 위협받음에 따라 업체들도 무리수를 던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다한 유통비용은 결국 낮은 채산성으로 이어지고, 판매가를 높일 수밖에 없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 실제 올 초 신규 브랜드를 출시한 한 캐주얼 업체는 무리한 시설비 지원과 매출보장, 지나친 마진 등으로 1년 만에 80여억원을 날렸다고 한다. 이 회사 사장은, “20여 개 백화점은 물론 20여 개 대리점까지 인테리어비를 지원했다. 또 매출이 적어도 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3~4천만원의 마진을 보장했지만 매출이 5천만원에도 못 미치는 매장이 대부분이어서 지금도 한 달에 몇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모 캐주얼 브랜드에는 대리점 개설 상담을 위한 점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영업부장은, “오픈한 지 1~2년이 채 되지 않은 매장주들도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현재 운영중인 매장에) 지원받은 인테리어비만 대신 물어주면 간판을 바꾸겠다는 말을 하지만 거절하고 있다. 한두 매장 지원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100여 개에 이르는 다른 점포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몇십억원 때문에 1천억원이 넘는 브랜드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브랜드와 회사의 내재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 패션기업들도 일단 매장을 열고 보자는 근시안적 영업에서 벗어나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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