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런프로젝트가 투자한 유니섹스 캐주얼 ‘블론드나인’
… 4社4色. 디지털마케팅, 기획, 해외 세일즈 등 비밀병기 장착
최근 산업 전반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컴퍼니빌더 등장이 이슈다. 패션 부문은 대명화학과 무신사가 '넘사벽'을 쌓은 가운데 F&F, 신세계, LF, 이랜드 등 패션 대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레시피그룹, 오픈런프로젝트, 빅터쇼룸, DIG 등 젊은 컴퍼니빌더 등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스트리트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등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마케팅, SCM, 자금 외에도 '공감대'를 앞세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각자 마케팅, 기획, 해외 세일즈, 인플루언서 및 콘텐츠 등 각자 차별화된 비밀병기를 장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실제 대형 컴퍼니빌더들이 자사 유통사에 집중된 영업 전략, 관계사 인프라 활용, 경영권 매각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오히려 자율적 경영을 보장하는 젊은 컴퍼니 빌더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레시피그룹은 생산 소싱 등 전반적인 SCM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은 ‘니티드’
◇ 레시피그룹, 문화 리더를 만드는 컴퍼니 빌더
컴퍼니 빌더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레시피그룹(대표 주시경)은 브랜드 마케팅,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강점으로 내세워 문화 리더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레시피그룹은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전문 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 동안 레시피그룹을 마케팅 파트너로 선택한 곳만 80여 개에 달한다. 그만큼 브랜딩, 마케팅,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강한 면모를 자랑하며 특히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에 특화되어 있다.
레시피그룹이 올해 '니티드' '아노블리어' 인수를 시작으로 컴퍼니 빌더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인데, 주시경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은 '브랜드의 문화 리더로 성장'이다.
주시경 대표는 브랜드 투자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이미 4개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키르시'로 우연한 성공이 아닌 전략적인 매니지먼트의 당연한 결과였다. '키르시'의 레드 체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레드 컬러 로고의 인기, 여성 캐주얼 시장의 성장 가능성, 10대 여성 소비자들의 팬덤등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론칭한 것이 '키르시'였다. 또 중국인을 타겟으로 숫자 '8'을 옆으로 돌려 체리 2개를 붙인 심볼, 받침이 없는 외국인 이름에 부르기 쉬운 3글자 브랜드명에서 착안한 '키르시' 등 모든 것이 계산된 전략이다. 또 론칭 초기 인스타그램 노출 빈도 및 좋아요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체리 심볼이 포인트인 헤어밴드를 제작해 무료 배포한 것도 나름의 전략이었다.
주시경 대표는 "'키르시'의 성공 전략이 '마우이앤선즈' '로씨로씨' '모블러'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고 직접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금씩 경험치를 쌓게 됐다. 특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펼치면서 소비자의 니즈, 필요한 시기, 적절한 채널 등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레시피그룹은 소비자 관점의 브랜딩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니티드' '아노블리어'를 인수하면서는 전반적인 SCM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판단, 생산 소싱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스피디한 반응 생산이 필수라고 판단해 자가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주 대표는 "마케팅 컨설팅을 오래하다 보니 소비자, 시장에 대한 이해가 빨라지고, 덕분에 남들보다 앞서 시장 변화를 바라보는 인사이트가 생긴 것 같다"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문화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제품 품질, 가격, 유통 파워가 큰 브랜드도 사랑받을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리더가 되어야 하고 우린 그러한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브랜드 빌드업 전문 '오픈런프로젝트'
지난 2월 설립한 오픈런프로젝트(대표 박부택)가 컴퍼니 빌더 전문기업을 지향하며 8개 기업, 11개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전문 기업으로 단숨에 자리매김했다.
이는 박부택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ABK, 키르시, 리베르 대표를 역임하며 컴퍼니 빌더로서 역량을 발휘했던 만큼 새로운 출발 역시 컴퍼니 빌더 전문기업을 선택한 것. 오픈런프로젝트는 '쿠어'와 '드로우핏'을 비롯해 '블론드나인' '식스핏' '노이어' '엠니' 등에 투자하며 모두 11개 브랜드를 확보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으면 기존 운영 체제를 유지시키고, 작은 기업은 한남동 본사로 집결시켰다. '쿠어(COOR)'는 올해 연매출 200억원을 기대하면서 오프라인까지 볼륨을 키워가고 있고, 이영곤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노이어'는 하이엔드 감성으로 캐릭터를 확고히 하고 있어 향후 라인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오픈런프로젝트가 투자 대상으로 정한기준은 △이커머스 중심 전개 △성장가능성이 높은 브랜드 △브랜드 대표의 지속운영 의지 등이다. 다만 이전 회사와 달라진 것은 남성, 우븐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여성, 니트, 티셔츠 등 범주를 넓힌 것이다.
컴퍼니빌더로서 오픈런프로젝트의 매력은 지난 4년간 10여개 브랜드 스케일업에 성공한 이력, 박부택 대표 외에도 기획 전문가들이 투자 브랜드를 밀접하게 관리하며 상품 기획, 생산, 재무 부문까지 커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런프로젝트가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 생산 소싱처를 활용해 생산원가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향상시키고 있다.여기에 무신사 중심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위주로 운영하면서 상단 노출 및 매출 신장에 대한 노하우도 어느 정도 터득했다. 지난 상반기 성과는 긍정적이다. 6월말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1342%, 평균 60~70%신장률을 기록했다.
박부택 대표는 "컴퍼니 빌더가 해주는 핵심 역할은 각자의 브랜드가 고유의 성격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디자인, 기획에 대한 노하우는 있으나 자금, 생산, 재무, 물류등이 약한 곳들이 많아 우리는 그러한 부분에 집중해 지원해주려 한다. 또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 역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다"고 설명했다.
오프런프로젝트는 여기에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7,920㎡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 자사 브랜드의 물류와 외부 브랜드 물류 서비스까지 대행할 계획이다.
빅터쇼룸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비대면 바잉 비중을 높이고 있다
◇ 빅터쇼룸, 글로벌 진출을 위한 원스톱 솔루션
빅터쇼룸(대표 이민혁)이 글로벌 세일즈 경력을 바탕으로 컴퍼니 빌더로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기획 MD, 디자이너 브랜드 해외 세일즈 담당 경력을 바탕으로 빅터쇼룸을 설립한 이민혁 대표는 오로지 해외 브랜드로 성장 할 수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후원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더룸'의 해외 세일즈를 맡으며 시작했던 회사는 파리패션위크,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하며 쟁쟁한 글로벌 유통 바이어들과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후 빅터쇼룸의 성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르17셉템버' '마지셔우드' '오소이' '르비에르' '살롱드쥬' '넘버링' 'NOTHING WRITTEN' '디오픈프로덕트' '블로썸' 등 15개 브랜드 해외 세일즈까지 담당하게 됐다. 주로 어드밴스드 컨템포러리 무드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현재 파리, 서울에 자체 쇼룸이 있고 중국, 일본에는 파트너 쇼룸이 있다. 또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 전환을 위해 온라인 쇼룸 플랫폼을 구축했다.
빅터쇼룸의 강점은 글로벌 바이어들과 밀접한 파트너십. 쁘랭땅, 라빠예트, 봉마르쉐 등 파리 대표 백화점이나 해롯, 오프닝세레모니, 노드스트롬, 이세탄백화점 등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센스, 네타포르테, 매치스, 파페치, 하입비스트 등 유명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거래선을 확장했다. '르17셉 템버'는 오는 추동시즌 멘즈 라인을 론칭해 매치스에 단독으로 데뷔시킨다.
빅터쇼룸은 직접적인 자금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딩부터 PR 컨설팅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컴퍼니 빌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함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부터 시작해 브랜드 스토리, 마켓 포시셔닝, 가격 전략, 유통 전략 등의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3~4회에 걸쳐 컬렉션 개발을 같이 하며 룩북, 상품 사진, 세일즈 준비까지 돕는다. 세일즈 및 오더 팔로우업, 시즌 판매 피드백, PR 컨설팅까지 해외 비즈니스에 관한 원스톱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또 자금이 필요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빅터쇼룸이 투자 진행까지 서포트할 계획이다.
이민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해외 트레이드 페어에 참여하지 못해 매출액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쇼룸 플랫폼을 개발해 비대면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비디오 미팅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7월 초에도 유럽 패션 위크 기간에 맞춰 라이브로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5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6월까지 해외 바이어의 주문 금액이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오히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디자이너들도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DiG의 첫 펀딩 프로젝트 ‘네이비 스튜디오’
◇ DiG, 디자이너를 위한 투자그룹
디아이그룹(대표 조형준)은 Design Investment Group 회사명처럼 디자이너를 위한 투자 그룹을 추구하며 설립했다.
지난해 가을 시작한 새내기 기업이지만 모기업인 씨오엘은 패션 이벤트, 매니지먼트, 아카데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패션 콘텐츠 비즈니스 컴퍼니다. 주로 대형 패션쇼를 기획하며 모델, 배우, 인플루언서, 배우 등을 육성하고 있고 패션필름, 디지털 패션쇼, 라이브 커머스 등을 기획하고 있다.
DiG는 씨오엘 사업을 진행하면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개발 역량 외에 부족한 분야가 많다고 판단, 이를 함께 밸류업해주고자 별도 법인으로 DiG를 설립했다. 디자이너들은 고유 영역인 디자인 개발에 집중하고 DiG가 소싱, 자금 투자, 유통, 마케팅까지 운영을 대행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또 패션 디자인학과와 협업을 맺어 새로운 디자이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서포트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다.
'네이비 스튜디오' '데일리 미러' '애플키튼' '블리다' '어페이퍼컷' '노이어' '비건타이거' '디어니스' 등의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프로젝트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자사몰인 dig-lab에서 판매하는 것 외에도 외부몰에도 입점, 판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조형준 대표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오랜작업을 하면서 그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제한된 물량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는데도 재고 부담이나 생산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디자이너가 많았다. DiG는 디자이너들과 협의해 인기 상품에 대해 생산 물량과 유통 채널을 늘려 안정적인 외형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브랜드 철학이나 스토리텔링이 약한 디자이너가 많아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브랜드 스토리텔링, 룩북 및 패션 필름제작, 마케팅 등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의 씨오엘 채널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라이브 커머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황연희 기자
yun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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