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철학으로 브랜드 가치 향상해야
스트리트 캐주얼, 티셔츠로 브랜드 파워 판가름
'아크메드라비'는 올 여름부터 로고플레이 비중을 두 배 가량 높였다
티셔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신사를 비롯한 여러 패션 플랫폼들의 판매 랭킹 상위권을 티셔츠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특히 최근 몇 해 동안 스트리트 캐주얼의 로고 티셔츠가 강세다.
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로고플레이로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스트리트 캐주얼들의 여름 시즌은 코로나19로 다소 부침이 있었다. 국내외 홀세일 거래가 막히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스타일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브랜드 감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보다 지난해 잘나갔던 시그니처 아이템을 리뉴얼해 최소한 물량만 생산하기도 했다.
김민성 '로맨틱크라운' 대표는 "작년에는 홀세일 거래와 오프라인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량 완급 조절에 신경썼다. 올해부터는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트리트 캐주얼은 올 여름 다시 티셔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문화가 가속화되면서 웹상으로 보여지는 브랜드만의 감성을 전달하는 콘텐츠가 중요해졌고, 소셜미디어 영상과 라이브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감하도록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도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매시즌 '뜰' 아이템을 기획하고 시그니처로 진화시킬 수 있는 반응 생산도 자리를 잡았다. 여러 상품을 기획하고 온라인 쇼케이스와 라이브 등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반응이 좋은 아이템에 물량을 집중시키면서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또한 스트리트 캐주얼 기업들 역시 200~300억원 규모를 갖추면서 내부적으로 판매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상품 기획과 물량 예측이 정교해진 것도 한 몫했다.
한 스트리트 캐주얼 대표는 "매시즌 로고플레이 아이템이 매출을 이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패션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MZ 소비자들이 생각하면서, 이색 협업이나, 메시지를 담은 아트웍 등으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로맨틱크라운' Imaginary Universe 컬렉션 |
◇ 로고플레이, 브랜드 가치를 말하다
과거 대놓고 브랜드를 알린다는 의미로 촌스럽게 여겨졌던 로고가 이제는 브랜드 매출을 이끄는 시그니처가 됐다. 즉 로고플레이는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켜야만 하는 결정적 한방으로, 비슷한 스타일이라도 브랜드 이름이 들어간 로고 하나로 옷의 가치가 달라진다. 때문에 로고에 브랜드의 스토리와 아이덴티티를 담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와 함께 올해는 독특한 서체를 사용한 로고플레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체는 로고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맨틱크라운'은 이번 여름 시즌 새로운 아트웍 로고를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유례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Imaginary Univers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나의 슬로건 아래 동양적인 아트웍, 서양적인 수채화 아트웍, 그래피티 텍스트 폰트 등 다양한 형태로 로고를 디자인했다. 여름 시즌으로 160 SKU를 기획하고 초도물량 5만장을 생산, 시작부터 소비자 반응이 좋다. 특히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판매가 발생하고 있다.
'아크메드라비'는 올해 초부터 시그니처인 베이비페이스 라인을 꾸준히 확대함과 동시에 로고플레이 비중을 20%에서 40%까지 늘렸다. 기존 아치 로고, 스몰로고에서 신규 캐릭터 스페이스십을 배경으로한 로고플레이, 그라데이션 로고 등 다양한 로고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
구재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베이비페이스를 시그니처로 브랜드를 알렸고 카카오프렌즈, 세서미 스트리트 등 다양한 협업으로 가치를 높였다. 올해부터는 로고플레이를 적극 선보이면서 브랜드 가치를 테스트하고 볼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MC' 오가닉 티셔츠 |
◇ 메시지 담은 아트웍에 소비자 공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1020세대 사이에서 #친환경패션 #지속가능성 등 키워드가 각광받고 있다. 여름 티셔츠는 매시즌마다 소비되고 있어서 올해는 특히 친환경적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면1020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졌다.
레이어(대표 신찬호)에서 전개하는 'LMC'는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티셔츠를 출시했다. 오가닉 코튼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100% 자연분해되는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폴리백을 증정하면서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김대현 레이어 총괄팀장은 "'LMC'는 원래 지구를 형상화한 아트웍을 사용했는데, 여기에 #친환경패션 #지속가능성 키워드와 부합하는 'SAVE THE PLANET' 레터링을 더하면서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피알(대표 김병훈)의 '널디' 역시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드로잉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며, 환경 문제 개선과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래픽을 기획했다.
'널디' 드로잉 컬렉션
◇ 반응 생산으로 시그니처 아이템 만든다
코로나19 이후로 어떤 제품을 어떻게 기획 및 생산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때문에 무신사 쇼케이스나 플랫폼별 시즌 기획전은 단순히 시즌 아이템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아크메드라비'는 하루동안 전체 1000 SKU, 1만 8000장을 매일 소진하고 있다. 이 루트는 디지털 프린팅 기술로 리드타임을 최대 14일로 최소화하고, 자체적으로 물류를 소화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가능하다. 올 여름에는 로고플레이를 늘리면서 290 SKU를 추가로 기획했고 매일 2만장 소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루브라임'은 매년 여름마다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비바스튜디오'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아트웍과 로고플레이 아이템 2~3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엮어 판매하는 가성비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루브라임'을 전개하는 부림상사는 에이블리, '자라', '데상트'와 거래하는 프로모션 기업으로 소싱과 기획 및 생산에 강점이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10~14일 이내로 생산 리드타임을 줄였고, 여름 시즌마다 100~120 SKU에서 월평균 5만장 이상 판매되고 있다.
'커버낫'은 올 여름 100만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커버낫'은 매년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최적화된 반응 생산에서 비롯된다. '커버낫'은 로고플레이를 비롯해 서퍼맨 등 아트웍, 그리고 시즌을 가리지 않는 이색 협업 전략으로 꾸준히 콘텐츠와 아이템을 기획해낸다. 지난해에는 티셔츠 단일 아이템으로만 70만장 이상 판매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 여름에는 '여름 탈출'이라는 테마 아래 삭막한 도심 속 일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았고, 특유의 편안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번 여름 시즌에는 200 여SKU에 초도물량 8만장을 기획했고, 100만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럴즈 관계자는 "'커버낫'을 비롯해 '마크곤잘레스' '리' 등 브랜드 각각 아이덴티티가 뚜렷해 여러 아이템으로 상품을 기획하기 용이하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MZ가 열광하는 콘텐츠(게임)와 협업하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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