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만지는 색깔'을 상징하는 '터치더컬러' 로고. |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론칭한 브랜드 ‘DBSW(Drink Beer Save Water, 맥주를 마시고 물을 아끼자)’를 기억하는가? 유쾌한 넌센스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DBSW’는 콜레트, 도버스트릿 마켓, 하비니콜스 등 전 세계 100여 개 편집숍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뮤지션 다프트 펑크, 리한나, EXO 등과 협업을 진행하며 큰 주목을 받은 브랜드다.
‘DBSW’를 통해 일찌감치 K-패션의 저력을 보여준 박진 디자이너가 사회적 패션 브랜드 ‘터치더컬러’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박진 디자이너. |
‘터치더컬러’는 서울시각장애인 복지회와의 협업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류 색상 식별코드가 부착된 의류 브랜드다.
박 디자이너는 2018년 우연히 비행기 옆 좌석에서 만난 시각 장애인에게서 ‘장례식장 가는데 빨간색 옷 입을 수 없잖아요’라는 말을 듣고 시각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그 때를 계기로 박 디자이너는 새로운 기업 ‘노뮤직노라이프’를 설립하고 ‘터치더컬러’를 론칭하여 베이직한 아이템을 유쾌한 감성으로 풀어내며 여러 시각장애인 및 복지기관들과의 많은 인터뷰를 통해 보다 손 쉬운 방법을 연구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단순히 ‘의류에 색상을 표기하는 점자를 넣으면 되겠구나’ 했지만 실제 많은 시각장애인을 만나고 대화하며 점자를 인식하는 시각장애인이 의외로 적은 것을 알게 되었고, 연구를 통해 시각장애인 전체의 10%도 안되는 점자 인식률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라면서 “20년 동안 옷을 만들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체감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론칭 배경을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또 “누구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패션 사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라며 “정규방송 뉴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방송이 필수가 된 시점에서 언젠가는 오히려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의류 제품이 놀라운 일로 여겨지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식별 체계 고무 라벨을 의류와 연계시키는 방법. |
한편 대한민국 국민 200명 중 1명은 시각장애인(약 25만명)이며, 이 중 92%가 점자를 알지 못한다. 이에 박 디자이너는 보다 쉽고 간단한 색상식별체계를 개발하고자 11개월간 많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했다. 최종적으로 박 디자이너는 음악의 5선지에서 음표가 하나씩 올라가는 체계로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무지개 색 ‘빨주노초파남보’와 연계하여 ‘터치더컬러’ 식별 표식을 개발했다.
‘터치더컬러’는 2020년 5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론칭했다. 론칭 첫 해 7개월만에 단 2가지 스타일로 4억 월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첫번째 펀딩에서 반팔티셔츠 1가지 스타일로 2억 6천만 원이라는 매출 기록은 단일 품목(티셔츠) 최고기록으로 남아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식별 표식을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손끝으로 색깔을 느낄 수 있다. |
박 디자이너는 ‘노뮤직노라이프’를 통해 손끝으로 색상을 느끼는 ‘터치더컬러’ 브랜드를 음악으로도 선보인다. 테마송 ‘터치더컬러’는 90년대풍 청춘 드라마 주제곡 느낌의 레트로 감성으로 제작되었으며, 간결한 가사와 귀에 꼽히는 멜로디가 인상 깊은 노래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이 이미지 위주의 상품으로 제작되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쇼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터치더컬러’ 홈페이지는 육성지원이 된다.
‘터치더컬러’ 시각장애인 전용 사이트는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제품을 사람의 육성으로 스타일과 색상 그리고 사이즈까지 설명해준다. 한 시각장애인은 “매일 기계가 읽어주는 음성만 듣다가 실제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목소리를 들으니 정감있고 따뜻하다”고 해당 사이트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였다.
박 디자이너의 사회적 패션 브랜드 ‘터치더컬러’를 두고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간 패션업계는 친환경 패션을 외치면서 정작 사람을 잊고 있었다“라면서 ”공정무역거래 커피처럼 식별 코드가 부착된 옷만을 구매하는 소셜슈며(윤리적, 사회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면 사회적 의류 시장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악의 5선지에서 음표가 하나씩 올라가는 체계로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무지개 색과 연계하여 식별 표식을 개발했다. |
한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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