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카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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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오전 11:08:42

지난 몇 년 간 패션·유통업계의 가장 큰 추세는 합리적인 가격, 트렌디한 디자인, 급배송·급유통 시스템을 갖춘 트렌디 매스 브랜드들의 활약이었다. 패션·유통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해 온 「자라(Zara)」 「H&M」 등이 대표적인 경우. 디자인 카피, 매출 활황-「자라」 「H&M」 일각에서는 ‘패션·유통 환경이 불안한 시점’이라는 환경적 조건이 오히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처럼 다양한 메뉴를 단기간에 보급하는 트렌디 매스 브랜드들의 대활약을 이끌어낸 가장 큰 추진 장치였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 테러, 여행객 감소 등으로 인해 높은 디자인·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유수의 브랜드들이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을 때 이들은 최신 트렌드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 유명 브랜드가 선보인 트렌디 스타일을 싼값에 구입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유인해 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자라」와 「H&M」 「망고(Mango)」 등은 오랜 기간 디자인 회의와 시장 분석, 자본을 투자해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다른 업체들의 아이디어를 슬쩍 카피한 뒤 유사품을 싼 가격에 유통시켜 오리지널 브랜드의 손님을 빼앗고 디자이너의 의욕을 앗아가는 얌체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실제로 「자라」나 「H&M」의 성공을 가져온 ‘트렌디, 신제품 유통 기간 단축’ 전략은 자체의 디자인을 공급하는 것 외에 유명 컬렉션의 디자인을 카피함으로써 가능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힘들여서 디자인을 창조해 내면 「자라」나 「H&M」이 싼값에 카피, 유통시키는 바람에 잠재적인 신규 고객을 잃고 만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 패션, 일회용 소모품으로 전락 많은 투자비용을 들여 구성한 컬렉션을 런어웨이에 선보이면 그 순간부터 트렌디 매스 브랜드들이 카피품을 내놓기 때문에 차별성을 원하는 기존 고객들은 카피품이 산재하는 아이템에 관심을 잃게 되고, 잠재적 고객들은 부담 없는 가격에 유사한 디자인을 입을 수 있으므로 굳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즉,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패션은 이제 하나의 소모품, 그것도 일회용 소모품처럼 폐기되면서 비싼 돈을 들여 오리지널 디자인을 구입하느니 저렴한 가격에 카피 제품을 구입, 몇 번 입다 버리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논리가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것. 패션계 내부의 디자인 카피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온 것이지만 「자라」와 「H&M」의 본격적이고 노골적인 디자인 카피는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에 자부심을 갖고, 남의 디자인을 카피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만 카피하는 자발적인 제한선을 지켜온 업계의 관행을 깬 것이어서 패션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특히 「자라」나 「H&M」의 매출 증진에 가장 큰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대부분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카피 제품이라는 점을 볼 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자라」와 「H&M」 같은 트렌디 매스 브랜드에 느끼는 불쾌함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자라」나 「H&M」이 힘 안 들이고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만큼 이에 대해 정당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뼈아픈 농담이 오갈 정도. 디자인으로 승부? No! 속도로 승부한다 「자라」의 디자인 베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재밌는 사례가 있다. 패션 본고장 이탈리아에 대규모 거점 매장을 오픈, 유명 브랜드와 정정당당한 대결을 선포한 「자라」의 밀라노 매장 쇼윈도를 들여다보면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Prada)」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매장 간판은 「자라」지만 쇼윈도에 디스플레이된 제품들은 2003년 「프라다」 F/W 컬렉션에 선보였던 디자인들. 프린트 실크 블라우스 위에 벨트 달린 트위드 코트를 입고 포크파이 모자를 쓰고 있는 마네킹들은 「프라다」 컬렉션을 완전히 베끼지는 않았지만 99% 이상 디자인이 유사한, 「프라다」 아류 제품들이다. 그렇다면 「자라」가 밀라노 한복판의 유명 브랜드가 늘어선 거리에 매장을 오픈하고 「프라다」를 비롯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에게 도전장을 내민 배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합리적인 가격, 디자이너 수준의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잘 통한다는 그간의 경험이 이탈리아 소비자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하고 싫증을 잘 내고 종횡무진 취향이 뒤바뀌는 현재의 소비자들은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높은 스타일 욕구를 만족시키는 패스트푸드 같은 브랜드와 잘 매치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 럭셔리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품질(Quality), 디자인 독창성(design creativity) 같은 추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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