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매출의 1인 기업 등장 가능한 환경 마련돼
# 21살의 남윤아 씨는 쇼핑몰 ‘크림치즈’의 대표다. 자체 쇼핑몰 외에 셀럽마켓 ‘에이블리’ 등의 플랫폼에도 입점해 있다. ‘크림치즈’는 현재 ‘에이블리’ 한 곳에서만 월매출이 최대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남 대표는 다른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서 회사를 운영 중이다. 자체 쇼핑몰까지 더하면 월 매출 20억원을 넘나드는 패션 상품을 선정부터 발송까지 어떻게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의 구축과 서드 파티의 활용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패션산업에도 새로운 강점을 앞세운 뉴플레이어가 속속 등장해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다. 일단 디지털 환경이 발전하면서 인플루언서가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다.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이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는 팔로워들을 자산으로 커머스에 진출해 일반 쇼핑몰 대비 빠른 매출 성장 속도로 시장에 안착하는 경우가 많다. 비단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뛰어난 패션 센스와 코디 능력을 기반으로 자신을 꾸미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도 다른 사람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로 변신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셀러로 시장에 진입한 이들은 디지털로 옮겨온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디지털 마켓에 상품을 전시하며, 디지털 세상에서 결제한 소비자에게, 디지털 기술을 상품 발송에 활용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업체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상품을 전달한다. 동대문에서 발품을 팔고,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상품을 포장해서 발송하는 모든 과정을 손 안에서 디지털로 해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십억의 매출을 가진 ‘1인 기업’의 등장이 가능해 것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구축된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로워라는 자산을 가진 인플루언서가 아이디어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만 있으면 상품 소싱, 쇼핑몰 솔루션, 마케팅 솔루션, 배송 및 C/S 등 나머지 모든 기능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 ‘신상마켓’ ‘링크샵스’ 등 도소매 연결 플랫폼 매출 증대
변화의 바람은 상품 공급 분야에서도 불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상마켓’ ‘링크샵스’ 등 동대문 패션 도소매업체를 연결해주는 거래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며 상품수급이 수월해진 것. 쇼핑몰 운영자들은 동대문에서 발품을 팔아 상품을 사입하던 것에서 자신이 편한 곳에서 핸드폰 화면을 통해 디지털로 변환된 상품을 셀렉해서 주문을 넣으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해당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직접 샘플을 구매하지 않아도 자신의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 이미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어 편의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2013년에 론칭한 ‘신상마켓’은 지난해 기준 등록된 도매사업자 1만1300여 곳, 소매사업자 12만 곳을 넘어섰다. ‘신상마켓’ 한 곳의 월거래액만 해도 300억원을 넘어섰고, 도매사업자가 등록하는 상품수는 한 달에 140만 건이 넘는다.
‘링크샵스’ 역시 다양한 특화 서비스로 소매사업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며 월 평균 주문액 250억원 이상으로 성업 중이다. 소매사업자 중에는 한달 주문금액이 20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특히 ‘링크샵스’는 정산 및 세금계산서 발행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입통합관리서비스로 쇼핑몰의 사입, 물류, 정산을 한번에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서비스는 현재 ‘시크폭스’ ‘마리앙’ ‘매그제이’ 등 100여 개 패션쇼핑몰에서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창고’와의 제휴를 통해 동대문 도매시장 최초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소매사업자들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김경범 알토스벤처스 홍보고문은 “쇼핑몰 사업자는 링크샵스에 주문하고 주문 리스트만 전달하면 이후의 검수, 포장, 발송 등 업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쉐어그라운드’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과 전국 소매업체들을 이어주는 ‘사입삼촌’들에게 사입 리스트 발송, 송금, 정산 등의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입삼촌이 각 도매업체와 진행하는 복잡한 매입, 차감을 클릭 한 번으로 간편하게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입삼촌은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거래업체 수를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론칭 이후 단 7개월 만에 누적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상품 검수부터 발송·반품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로 해결
최근 쇼핑몰 운영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은 상품 공급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브랜디’나 ‘에이블리’와 같은 쇼핑 플랫폼은 덜컥 쇼핑몰을 개설하기가 망설여지는 셀러들에게 개인 마켓을 개설해주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췄다. 브랜디에서는 판매수수료 9%, 서버사용료 매월 4만5000원에 개인 마켓을 개설할 수 있다. 에이블리에서는 판매수수료 없이 PG사 결제수수료 3.96%와 매월 5만3900원의 서버사용료를 내면 마켓을 오픈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플랫폼은 ‘브랜디 헬피’ ‘에이블리 파트너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풀필먼스 서비스는 상품 소싱, 검수, 포장, 발송, 교환, C/S 등 제품 수급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을 통해 유명해진 개념으로 판매자들이 리테일 과정에서 곤란을 느끼는 재고관리 및 물류를 해결해준다. 기존 이커머스는 셀러들이 상품을 구매,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확인하고 포장해 택배 발송을 진행한다. 이후의 교환이나 반품 등도 모두 셀러 담당이다. 하지만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정 수수료로 이 모든 과정을 대행할 수 있다. 1명이 수십억원의 매출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다.
‘브랜디 헬피’와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풀필먼트 서비스와 함께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셀러별 맞춤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해당 매출의 10% 가량을 셀러에게 지급한다.
남윤아 크림치즈마켓 대표는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 물류 및 발송작업을 진행해봤는데 주문이 갑자기 몰릴 경우 발송이 지연되고 오배송되거나, 일을 앞두고 직원이 갑자기 그만 두는 등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 발생했다”며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하면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건당 비용은 높을 수 있지만 상품 판매 외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쇼핑몰 운영자가 고객의 주문데이터를 넘기면 이를 피킹해 검수하고 포장해 발송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3자물류나 풀필먼트 서비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두손컴퍼니는 지난 2015년 ‘품고’를 론칭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 66㎡(20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적은 물량도 적극적으로 소화하며 성장을 거듭한 결과 첫해 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0억원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고 누적 고객사는 300여개에 이른다. 이후 지난 2017년에는 크라우드펀딩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잉’을 론칭해 1건의 물량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창고는 상품보관, 포장, 택배, 재고관리, 정산관리 등 풀필먼트 서비스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론칭 후 이커머스 물류에 특화된 서비스를 기획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합포장 수량, 에어캡 포장 유무, 사은품, 스티커, 바코드, 라벨, 거래명세서 등의 모든 서비스를 항목별 과금 방식으로 설계해 중소 규모의 업체가 상황에 맞춰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서 이용하기에 부담이 없다. 또한 작은 단위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소량부터 대량물류까지 합리적인 비용으로 유연하게 처리하기를 원하는 곳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러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다수의 직원을 고용한 경우에도 효율성을 고려해 3자 물류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형배 ‘룩캐스트’ 대표는 “배송과 C/S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상품 기획에 소홀해지느니 추가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내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 몰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혼자서도 매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사진은 대표적인 인플루언서 마켓인 ‘크림치즈마켓’ 캡쳐 화면. |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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