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플렉스의 주인공 래퍼 염따가 자신의 SNS를 통해 티셔츠, 후드티, 슬리퍼를 판매했는데 4일 만에 4만 2306피스, 매출은 21억원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본인 역시 이전 판매 실적인 약 6000여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물량을 기획했다가 리오더 및 배송에 난항을 겪었다. 염따는 7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 고객들에게 배송을 완료할 수 있었다. 기획 생산에서 주문 판매가 되버린 셈이다.
# 애슬레저 스포츠 A브랜드는 연말을 맞아 1+1, 초특가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쇼핑몰 폭주는 물론 배송이 2주가 소요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이처럼 1인 셀마켓, 스몰 브랜드 전성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SCM 경쟁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기획과 생산, 마케팅, 물류 등 사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라이징이 가속화되면서 과거의 경험이나 프로세스가 아닌 새로운 SCM 공식이 생겨나고 있다.
패션 SCM의 대명사로 알려진 ‘자라’의 이봉진 한국대표는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소싱이 브랜드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1차 500장을 기획해 10억장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프로세스 스트리밍 방식이 중요한데, 각각의 모든 공급 채널이 스트리밍되는 것이 관건이다. 퍼스널라이징, 기민함 등을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시장 수요에 따라 곧바로 공급하는 SCM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자일 방식의 SCM 프로세스로 티셔츠 30만장을 판매한 ‘커버낫’ |
◇ 애자일(Agile) 방식의 SCM 구축
최근 전 산업에 걸쳐 애자일(Agile) 방법론이 화두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인 애자일은 팀의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 적기 출시, 개발 비용 감소, 품질 향상, 고객 만족도 향상 등 효과를 인정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도입하고 있다.
‘행동이 민첩한, 날렵한’, ‘생각이 기민한’을 뜻하는 애자일 방법론은 짧은 주기로 반복적인 개발을 통해 품질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즉 이커머스 시장을 메인으로 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스몰 브랜드들은 이 같은 애자일 방식의 생산으로 최대의 퍼포먼스를 실현하고 있다.
스트리트 캐주얼 ‘커버낫’은 지난해 여름 한 시즌에만 30만장의 티셔츠를 판매했다. 온라인 중심의 캐주얼 브랜드 중에서는 최대 판매량이다. 이 중에서 대표 아이템인 서퍼맨 티셔츠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커버낫’은 티셔츠 기획 시 40여개 스타일의 다양한 컬러로 바리에이션을 넓혀 1차 소량 생산을 진행한다. 그 중 반응이 좋은 것은 리오더 물량을 대폭 늘려 생산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 후 확실한 제품만 판매를 하겠다는 것이다. ‘커버낫’은 이러한 전략을 선택하기 위해 판매 반응에 따른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도록 SCM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피스워커’ ‘페이탈리즘’ ‘메종미네드’ 등을 전개하는 PWD도 국내 생산 기반으로 운영하면서 생산 원가는 높아졌지만 철저한 Q/R 시스템을 구축,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각각의 브랜드는 우선 소량 생산을 한 후 반응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 대량 생산함으로써 판매량을 제고시키고 있다. 특히 각 브랜드별 베이직 상품은 소싱처를 몰아 생산 물량을 늘림으로써 원가절감 효과를 높이는 병참기지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
박부택 PWD 대표는 “과거 일반 캐주얼 브랜드에서 일할 때와 기획 시스템이 완전 달라졌다. 이커머스를 주로 하는 캐주얼 브랜드는 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할 필요가 없다. 반응이 있는 것만 집중해서 판매, 재고부담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통하기 위해서는 판매 반응에 따라 신속하게 재생산을 해줄 수 있는 서드 파티와의 기민한 연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디스이즈네버댓’ ‘오아이오아이’ ‘로맨틱크라운’ 등의 캐주얼 브랜드는 시즌 전에 쇼케이스를 개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물량을 결정하기도 한다.
박인동 ‘브라운브레스’ 대표는 “진열해야 할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 때문에 초도물량을 많이 기획할 필요가 없어 재고리스크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다. 대신 스테디셀러 아이템의 경우 원활하게 물량을 공급, 판매 기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커머스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일수록 디지털라이징을 통한 수요 예측 및 스피디한 SCM 체계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3개 아이템으로 21억원 매출을 기록한 ‘염따’ |
◇ 소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SCM
패션 브랜드들의 SCM 관리에 있어 관건은 ‘스피드’. 상품 생산과 순환의 리드 타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패션 브랜드와 서드 파티들의 연결이 핵심인데 기민성을 높이기 위해 소싱 디지털 플랫폼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무엇보다 1인 브랜드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은 서드 파티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소싱 디지털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은 원단, 부자재를 한 곳에서 소싱할 수 있는 최적의 오프라인 소싱처다. 전 세계를 둘러봐도 이만한 소싱 집적지가 없다. 키위, 위드길, 종달랩, 스와치온 등의 플랫폼은 원단 및 부자재를 한 곳에서 소싱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패브릭타임의 ‘스와치온’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원단 플랫폼이다. 동대문 시장의 원단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스와치온’은 동대문 이용에 지리적 제한이 있는 해외 디자이너 및 스몰 브랜드들 타겟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스와치온’ 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소재를 선택하면 무료 스와치 박스를 배송해주고 이 중 원하는 메인 소재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동대문 180개 매장의 15만개 소재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지속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스와치 박스를 신청한 이용자 중 구매전환율은 약 80%정도다. 지난해 연초 ‘스와치온’ 회원수가 300여명이었으나 연말에는 9000명으로 30배가 증가했고 거래액 역시 10배 성장했다.
이우석 CTO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주문량이 많은 편이다. 올해는 스와치온 앱매거진을 추가해 미디어와 커머스 결합을 추구하고 패브릭 무드 보드를 확대, 플랫폼 내에서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높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컨트롤클로더의 ‘파이(FAAI)’는 의류 생산 플랫폼으로 패턴, 원단, 부자재, 봉제, 후작업, 검품 등 각 공정에 필요한 협력사들을 연결해준다. 현재 3700여개의 소싱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520개 고객사를 확보했고, 760여건의 ‘파이’ 서비스 거래를 진행했으며 이 중 82%가 리오더를 진행했다. ‘파이’ 내 서비스는 생산최적화를 위한 알고리즘을 적용, 주문부터 생산, 납품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지윤 컨트롤클로더 대표는 “우리 서비스는 작은 디자이너, 스트리트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들도 이용하고 있다. 기존 생산 프로모션 업체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한 번 ‘파이’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만족도가 높아 재이용률이 높다. 의류 생산 전 과정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레이틀리코리아의 ‘셀러허브’는 입점형 쇼핑몰 통합관리 솔루션이다. 온라인 셀러들이 셀러허브에 등록하면 ID 하나로 34개 쇼핑몰에 자동으로 상품을 노출시킬 수 있다. 입점, 상품판매, 주문, 고객 서비스, 정산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며 제휴몰 행사, 기획전, 딜 진행, 광고 노출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생산 소싱처 개선으로 수익률을 높인 ‘메종미네드’ |
◇ 당일 생산 SCM 실현…커스터마이징 가속
당일 배송, 총알 배송 등 물류에서 당일 배송이 화제인 만큼 패션마켓에서도 당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커머스 브랜드들은 초도물량을 소량으로 생산하고, 반응이 있는 상품만 대량으로 추가 생산해 판매율을 높이고 있다. 스피디한 생산이 중요하다. 동대문과 주변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도 리오더 진행에 최소 3~4일은 소요되지만 이제는 하루 만에도 수백장 정도는 생산이 가능하다.
그린노마드는 ‘길단’ ‘아메리칸어패럴’ ‘알스타일’ ‘컴포트컬러스’ ‘앤빌’ 5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모두 무지 티셔츠다. 그린노마드는 지난해 약 100만장의 무지 티셔츠를 판매할 만큼 국내에서 티셔츠 전문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중 ‘길단’ 매출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단체 티셔츠,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등이 주된 바이어다.
‘길단’ 티셔츠는 반팔 라운드, 맨투맨, 후드 티셔츠 등 티셔츠의 모든 종류가 출시되며 한 아이템당 컬러수도 40여개가 넘는다. 이 중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여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할 수 있는 콘텐츠만 추가하면 또 다른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4일 동안 21억원의 매출을 올린 ‘염따’의 티셔츠도 ‘길단’ 제품으로 총 2만 5000장을 판매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주문량으로 티셔츠 생산에만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되지만 길단 티셔츠는 바로 다음달 납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김동진 ‘길단’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요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패션 환경은 초스피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길단’은 최소 80만장의 물량을 비축해 두어 고객들에게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캐주얼 브랜드의 경우 디테일 표현의 주된 방법은 프린트, 자수 처리다. 패브릭 디지털 프린트는 작은 이미지 프린팅은 물론 전판 프린트물의 생산까지 가능한 시대를 만들었다. 화려한 패턴물은 소량 원단 구매를 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에게 원가 상승의 요인이지만 이제는 디지털 프린트 한 대로 다양한 패턴물 구현이 가능해졌다.
브라더인터내셔날은 지난해 DTG 프린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브라더 GTX’를 선보였다. ‘브라더 GTX’는 프린팅 평균 소요 시간을 1~1분 40초로 기존보다 3.5배 단축시켰다. 또 1200dpi 출력 사이즈에 맞는 친환경 하이테크 잉크를 통해 더 많은 색상, 더 밝은 색상을 표현할 수 있고 최대 406 X 533mm 사이즈 출력까지 가능하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지난해 4월 ‘카카오프렌즈’ 홍대점 지하 1층에 티셔츠 커스텀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원하는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과 문구를 프린트해 티셔츠에 새길 수 있는 매장으로 이때 고해상도 의류용 프린터인 ‘브라더 GTX’가 사용됐다. 지금은 오프라인에서 커스텀 서비스는 중단됐으나 온라인쇼핑몰에서 ‘티모티콘’ 프린터 티셔츠는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브라더인터내셔날측은 ‘브라더 GTX’가 대량 생산에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수백장 이하의 소량 생산하는 스몰 브랜드에게는 프린팅을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나이키’ ‘유니클로’ ‘컨버스’ 등이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브라더 GTX’ 프린트를 이용하고 있고 인터넷쇼핑몰 브랜드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묘환 CMG 대표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시작하면서 밸류 체인이 달라지고 있다. 패션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툴의 편리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느냐에 따라 가치 구현의 폭이 달라질 것이다. SCM 역시 바뀌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최종 종착지인 소비자의 손에 넘어가기까지 상품의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디지털 기술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타겟의 비대면 원단 소싱 플랫폼 ‘스와치온’ |
지난해 100만장을 판매한 무지 티셔츠 브랜드 ‘길단’ |
그래픽 프린팅에 1~1분 40초가 소요되는 ‘브라더 GTX’ |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프랜즈’ |
황연희 기자
yun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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