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과 경영 압박으로 인해 전문경영체제로 전환을 시도한 「베네통(Bene tton)」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족벌체제로 운영되어 온 「베네통」의 경영 키를 물려받은 CEO 실바노 카사노는 트렌디한 디자인, 스피디한 유통체제로 어패럴업계의 무서운 세력으로 큰 「자라(Zara)」와 「H&M」에 대적할 수 있는 토양을 정립한다는 목표 아래 그룹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베네통」은 지난해 처음 적자를 기록한 뒤 이번달 다시 흑자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여전히 「베네통」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흑자전환 소식이 나왔음에도 「베네통」의 주가는 8.4% 하락해, 개혁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완만한 개혁에 대한 불만
현재 「베네통」은 변화하는 어패럴 환경에 맞춰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4개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당초 예상과 달리 급진적인 개혁정책이나 자산 매각을 통한 브랜드 다이어트 전략을 취하는 대신 「베네통」의 브랜드 네임을 강화하고 유통망을 재정비하는 ‘완만한 속도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모습은 급진적인 개혁과 브랜드 위상 재정립을 통한 ‘「베네통」 재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주었고, 주가하락을 유도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베네통」이 급진적인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한 방향의 개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지난 1980년대 세계를 놀라게 한 전성기 파워가 사라진 지금 매일매일 변혁을 이뤄내는 「자라(Zara)」와 「H&M」의 속도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좀더 과감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베네통」이 스포츠 장비 부문을 매각하면서 어패럴 중심의 운영체제로 돌아섰지만 대대적인 경영·유통·생산 및 인적 자원 정비가 반드시 진행되어야만 급변하는 어패럴 환경에서 도태 상태에 처한 「베네통」의 성공적인 생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
뿌리를 되찾자
4개년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베네통」은 추후 4년 동안 400~500개 신규 매장을 오픈하고 파리와 뮌헨 등 유럽의 대도시에 메가스토어를 오픈, 브랜드 이미지를 재각인 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5년 전 시작된 「베네통」의 메가스토어 전략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쇼핑가에 7천평방피트가 넘는 규모의 매장을 오픈, 다수의 고객을 단시간에 유도하기 위한 컨셉으로 꽤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메가스토어 전략은 각 도시마다 작은 매장을 오픈, 고객에게 이웃처럼 다가갔던 초창기 유통시스템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쇠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유통망 확장과 함께 ‘4개년 계획’의 중요한 요소는 「베네통」의 성공을 가져왔던 ‘뿌리’를 되찾자는 것이다.
「갭」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을 연상시키는 ‘뿌리 찾기’ 노력은 지난 1980년대 선명한 컬러와 감각적인 스타일로 베이직·스트릿웨어의 신세계를 열었던 「베네통」의 산뜻한 감각을 되찾아 지금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세련되게 다듬자’는 움직임이다.
「베네통」이 지난 10년 간 자기 색깔을 잃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한 것은 바로 「베네통」 본연의 특성, 즉 선명한 컬러와 감각을 상실하고 지루한 머천다이징, 느슨한 유통순환 시스템 때문이었다는 뼈아픈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결국 「베네통」의 4개년 개혁정책은 벼랑 끝에 몰렸다가 기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색깔을 되찾은 「갭」의 생환전략과 유사한 점이 있다.
「베네통」의 개혁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실바노 카사노는 스포츠 장비 등 불필요한 부문 정리작업에 투자된 비용 때문에 올 한 해 수익이 7%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4개년 개혁정책이 완료되는 2007년에는 45% 상승한 3억9천600만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중국, 한국, 인도, 러시아, 동유럽 등 그간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썼던 아시아·동유럽 시장의 매출 증대에 힘을 쏟아 2007년 수익 상승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브랜드 재정립 필요
가장 큰 문제는 「베네통」의 브랜드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베네통」은 미국시장에서 「갭」과 「바나나리퍼블릭」과 경쟁하고 유럽에서는 「자라」와 「H&M」을 경쟁 타겟으로 삼고 있지만 브랜드 위치상 이들 4개 브랜드와 적수가 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베네통」의 머천다이징 종류와 컬러는 베이직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구하는 「갭」, 「바나나리퍼블릭」과 달리 집중 타겟층이 불확실하고 아이템 차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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