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의 서울컬렉션 무대가 시즌이 지날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 쇼피스로만 채워졌던 과거와 달리 3~4년 전부터 기업들의 디자이너 서포트가 늘어나며 컬렉션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는 영 고객을 잡기 위해 제도권 커머셜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협업 무대가 늘어났고 이번 시즌에도 이러한 무드는 계속됐다.
‘휠라’와의 협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박환성 디자이너의 ‘디앤티도트’는 이번 시즌 ‘스케쳐스’ ‘스트레치 엔젤스’ ‘스테판 크리스티앙’ ‘에레우노’와 협업을 진행했다. 하동호 디자이너의 ‘소윙바운더리스’ 무대는 ‘나이키’와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유니버셜’ 펠릭스와 협업한 키즈 무대를 선보였고 ‘카이’의 계한희 디자이너는 ‘나이키’ 그리고 화장품 ‘맥’의 후원을 받았다. 또 ‘뮌’의 한현민 디자이너는 지난 6월 런던패션위크에서 ‘멀버리’와 인연이 닿아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멀버리’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했다.

◇ 협업을 넘어 연합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지원, 육성하기 위한 브랜드와의 협업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단순 지원이나 후원이 아닌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패션마켓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체, 단체, 정부에서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LVMH그룹은 지난 2014년 LVMH 프라이즈를 출범시켜 그동안 수많은 젊은 디자이너를 후원하고 있고 H&M 역시 H&M 어워드를 운영하며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고 있다. 패션 온라인쇼핑몰 ‘네타포르테’는 작년부터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 ‘더 뱅가드(THE VANGUA RD)’를 기획해 지난 9월 4명의 디자이너를 선발,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회차에는 여성복 ‘르917’이 지난해 ‘구드’에 이어 한국 디자이너로 두 번째 선정됐다.
국내 패션 단체나 기업들도 이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브랜드 육성 및 기반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선발 및 육성을 위한 ‘K패션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패션대전, 인디브랜드페어, 월드스타디자이너 프로젝트, 르돔 쇼룸 비즈니스 지원 등 각각 단일 사업으로 운영해오던 것을 ‘K패션오디션’으로 통합 플랫폼화해 브랜드 론칭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까지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 K패션오디션 조직위원회 첫 결성
특히 올해는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패션 기업들을 동참시켜 K패션오디션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디자이너들의 역량에 ‘상업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물론 후원사로 참여해 정부-민간 매칭펀드 형태로 비즈니스 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올해 첫 회로 조직된 K패션오디션 조직위원회는 에프앤에프, 서양네트웍스, 슈페리어, 앳코너, 위비스, 지엔코, 지오다노, 케이투코리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한세엠케이 10개 기업이 참여했다. 김창수 에프앤에프 대표가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지난 5월에 개최된 ‘K패션오디션 · 트렌드페어’에서 다양한 후원 프로그램을 지원할 디자이너 브랜드를 심사한 것은 물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협업 사업을 위한 피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창수 조직위원장은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충만한 시기에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스타를 패션에서 발굴하기 위해 패션기업들이 나섰다. ‘전국노래자랑’이 아닌 ‘그래미 어워드’와 같은 플랫폼을 구축해 역량있는 패션인들을 제대로 된 좋은 플랫폼에서 육성하는데 동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그리디어스’, ‘디앤티도트’ 협업 무대
이번 2020 S/S 서울패션위크에서 박윤희 디자이너의 ‘그리디어스’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골프웨어 ‘왁(WAAC)’과의 협업 무대를 선보였고 박환성 디자이너는 ‘디앤티도트’ 런웨이 무대에 에프앤에프의 패션잡화 ‘스트레치엔젤스’와의 스타일링을 소개했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래코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연을 맺었고 이후 ‘퍼스트룩’ ‘지포’ ‘마텔’ ‘지방시뷰티’, 에이유커머스, UMF코리아 등 수많은 기업, 브랜드와 협업을 맺어왔다. 내년 춘하시즌 컬렉션을 위해 골프웨어 ‘왁’과 콜래보레이션한 쇼피스를 선보였고 추가로 커머셜한 제품을 기획,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일반 커머셜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함으로써 다양한 아이템을 기획, 브랜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패션 기업과의 연합은 안정적인 라인 확장에 도움이 된다. 코드가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환성 디자이너는 ‘디앤티도트’ 2020 S/S 컬렉션에서 ‘스트레치엔젤스’의 상품을 함께 선보였다. 에프앤에프의 ‘스트레치엔젤스’와는 지난 시즌에 이은 두 번째 스타일링 협업으로 디자이너의 개성을 담아 색다른 스타일링 연출법을 제안했다.
박환성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와 패션 기업 브랜드와의 만남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좀 더 대중적인 커머셜 브랜드를 등에 업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며 커머셜 브랜드 입장에서는 좀 더 실험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지난 5월 심사를 통해 본선 무대에 오른 79개 브랜드 중 K패션오디션 파이널 심사 대상자 13개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정했다.
강요한 디자이너의 ‘참스’와 ‘카이(계한희)’ ‘인스케이프(국승엽, 김고운)’ ‘키셰리헤(김민경, 백현영)’ ‘랭앤루(박민선, 변혜정)’ ‘그리디어스(박윤희)’ ‘애프터프레이(박인준, 조성빈)’ ‘RSVP(박종석, 정민호)’ ‘디앤티도트(박환성)’ ‘블라인드니스(신규용, 박지선)’ ‘분더캄머(신혜영)’ ‘프럼이스(이태형)’ ‘제이청(정재선)’이 대상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이들에게 단계별 다양한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비즈니스 성과 측정을 통해 최종 6인을 선정, 오는 12월 4일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등을 시상한다.
김성찬 한국패션산업협회 전무는 “그 동안 정부 지원 정책 사업으로만 진행되던 것에서 K패션오디션 조직위원회가 출범하며 좀 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 정부, 패션기업의 연합은 일방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청년 창업자와 패션업계 중견·대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골프웨어 ‘왁’과 콜래보레이션한 박윤희 디자이너의 ‘그리디어스’ |
에프앤에프의 ‘스트레치엔젤스’와 스타일링 협업을 진행한 박환성 디자이너의 ‘디앤티도트’ |

황연희 기자
yun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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