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회에 나누어 2006 봄·여름 서울컬렉션에서 선보인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분석을 연재한다. 첫번째로 디자이너 지춘희 편. 국내의 어느 디자이너 보다 지춘희는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패션쇼에서도 역시 그녀의 완벽함과 정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최대 단점이 되기도 했다. 너무도 안전하고 너무도 옷 스러웠던 그녀의 컬렉션을 해부한다.

아이를 동반한 오프닝은 봄 기운의 하늘하늘하고도 귀여운 분위기를 11월의 한 가운데에 성공적으로 심어 넣는 것이었다. 뒤따라 등장한 밝고 화사한 옷들은 내년 봄을 충만하게 채워 줄 지춘희 패션의 충실한 예고편이었다.
화사한 봄날의 옷차림을 예고하는 지춘희 만의 독특하고 즐거운 패션 세계가 쇼의 전반을 흐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쇼는 크게 네 개의 마디들로 구성되고 있었다.
명도가 높은 노란색과 올리브 그린색을 주조로 귀엽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무대가 그 첫 째 부분이었고, 밝은 색 짧은 바지와 밝은 올리브 그린 색 재킷을 주조로 하여 귀엽지만 좀 더 활발하게 보이는 옷들이 두 번째 무대를 이루고 있었다. 두 부분 모두 봄날의 화사함이 우러나는 즐거운 느낌의 인상을 진하게 풍겼다.
세 번째 무대는 옷의 패턴이 대비를 이루거나 옷의 구조가 범상치 않아서 실험성이 많이 느껴졌고, 네 번 째 무대는 좀 더 성숙되고 일반적인 옷이 주류를 이루었다.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명도가 높은 올리브 그린 색이었다. 아마도 지춘희는 내년 봄의 이미지를 올리브 그린을 중심으로 펼쳐나간 듯하다.
올리브 그린을 도와 흰색이 아주 많이 들어간 노란색은 봄날의 향기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밝은 노란색과 밝은 올리브 그린색, 이 두 인접색들의 어울림은 따사로우면서도 부드럽고 풋풋한 봄날의 아지랑이를 눈앞에 갖다 놓은 듯하다.
역시 지춘희의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성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계절의 옷이라 하더라도 지춘희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밝고 화사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게 된다.
<그림 1>은 첫 번 째 부분에서 등장했던 옷이다. 풍성한 옷의 실루엣이 우아함과 귀여움을 더해주고 있으며. 투명하게 겹쳐 입은 윗도리와 번쩍거리는 원피스의 질감이 자연스러우면서도 귀족적인 느낌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허리에 감아 맨 옷고름 같은 띠는 여성적 인상을 한 껏 드러내 준다. 노란색과 녹색이 모두 느껴지는 상의의 밝고 화사한 느낌과 하얀색의 치마는 별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귀여운 봄날의 이미지를 한 아름 머금고 있는 듯하다.
<그림 2>는 두 번 째 부분에 해당하는 옷의 한 예다. 둥근 칼라나 상의 아랫단의 둥근 처리에서 귀여운 느낌이 가득 배어 나온다. 짧은 바지와 명도가 높은 색상들은 귀여우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겨자색 목걸이는 전체 느낌을 완전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그림 3>은 실험성이 강해 보이는 옷이다. 밝은 옷들 위에 겹쳐져 있는 어두운 올리브 그린색의 옷은 심한 대비감으로 인해 마치 갑옷처럼 느껴진다. 세로로 나란해 내려오고 있는 단추의 행렬은 단단한 느낌을 더 강화하고 있다. 어깨의 핑크색 끈은 단지 어깨에 옷을 걸어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뒤에 있는 밝은 옷과 앞에 있는 옷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짧은 바지의 경쾌함은 갑옷 같은 딱딱한 느낌을 상쇄해 주고 있다.
<그림 4>는 무난한 쓰리피스, 하지만 단추의 어두운 색깔이 포인트를 이루고 있다. 밝은 올리브 그린색과 역시 밝은 핑크색이 보색 대비를 이루고는 있지만 동일한 채도, 동일한 명도 때문에 대비가 되면서도 하나로 어울리는, 그래서 봄날의 나른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국내의 어떤 디자이너 보다 지춘희는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패션 쇼 역시 그녀의 완벽함과 정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최대 단점이 되기도 했다.
1년의 많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서 많은 좌중들을 초청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서 쇼를 할 때는 뭔가 색다른 것을 보여주고, 보기 위해서 일 것이다. 언제나 색다른 모색과 색다른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져야할 가장 무겁지만 숭고한 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춘희가 이번 쇼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입기 편하고 실용적인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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