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업계에 메트로섹슈얼 바람이 거세다. 1월 중순 밀라노에서 개최된 2004 추동 남성복쇼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터프 가이 룩을 버리고 부드러운 남성미를 드러낸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스타일을 선보였다. 목가적이고 클래식한 영국 시골풍 스포티 룩부터 귀족적인 벨벳 수트, 캐시미어 스웨터와 실크 이브닝웨어는 남성들의 새로운 화두인 ‘메트로섹슈얼’ 감성을 한껏 표출하고 있다.
이제 남성적인 근육과 수염, 검게 탄 피부와 흐트러진 머리를 한 터프한 이미지의 마초맨은 물러나고 슬림한 근육과 섬세하게 다듬은 수염, 맑은 피부, 페미닌한 감성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리시한 남성복 시대가 온 것이다.
남성도 미를 추구한다
혹자는 ‘메트로섹슈얼’과 ‘게이(gay) 스타일’의 유사성을 지적하지만 메트로섹슈얼은 성적 취향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미적 표현, 남성도 스타일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고 남성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드럽고 섬세한 점을 어패럴을 통해 드러낸다는 점에서 게이 스타일과 차별된다.
말하자면, ‘메트로섹슈얼’의 등장은 이제까지 여성 어패럴의 뒷줄에서 제한적인 스타일에 만족해 왔던 남성들의 본격적인 패션욕구 표현이자 남성 어패럴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방송 매체와 잡지 등을 통해 다양한 어패럴의 미감을 경험해 온 남성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스타일을 ‘수용’하려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아르마니도 메트로섹슈얼
「조지아르마니」의 추동 남성 컬렉션을 보면 이 같은 메트로섹슈얼한 성향이 잘 엿보인다.
심플하고 정제된 실루엣의 대명사 아르마니는 어깨에 얇은 패딩을 넣어 남성적인 면모를 드러낸 반면, 부드러운 실루엣과 스웨터 같은 패브릭을 채택, 여리고 하늘거리는 여성적인 멋을 강조한 ‘조지(George)’ 재킷을 선보였다.
고급 실크로 제작한 실크 셔츠와 적당히 헐렁한 루즈 팬츠는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여성복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카디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정장용 재킷 분위기를 살린 스웨터 턱시도, 마루바닥까지 길게 늘어지는 허니베이지(혹은 잿빛) 컬러의 코트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이 입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이 같은 남성의 ‘메트로섹슈얼’ 현상은 여성복업계가 오랫동안 남성복 디테일을 차용해 온 데 대한 일종의 남성들의 반격으로서 페미닌한 디테일과 패브릭, 디자인을 부담없이 차용하고 소화시킨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유니섹스 스타일과도 차별된다.
한편, 아르마니는 그의 세컨드라인 「엠포리오(Emporio)」 컬렉션쇼를 밀라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개최, 젊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직접 다가가는 적극적인 마케팅 면모를 보였는데, 포켓과 버튼이 달려 재킷처럼 보이는 셔츠와 구제 느낌의 실크 스트라이프 팬츠, 실버 러닝 슈즈 등은 남성의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한껏 드러냈다는 평이다. 게다가 운동도 패셔너블하게 하고 싶어하는 남성을 위한 애슬레틱웨어 「EA7」을 런칭, 이제 아르마니는 메트로섹슈얼을 추구하는 남성들의 전방위 지도자로 나선 모습이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