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ㆍ소재 사용 인식 전환 필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의 '필환경시대(Green Survival)'가 2019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현재 모든 산업 군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패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탓에 저렴하게 산 옷들이 쉽게 버려지고 있다. |
그동안 패션 업계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패스트 패션이 강세였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탓에 저렴하게 산 옷들은 구식이 되고 부담스럽지 않게 버려지는 옷들이 많아졌다. 버려지는 옷들은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와 연결됐고,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업사이클링, 자원 순환, 동물 착취 금지, 슬로우 패션이라는 키워드로 서스테이너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동물의 털 대신 페이크 퍼로 대체하거나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패션 아이템이 더 센스 있는 스타일링으로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패션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볼 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스테이너블 열풍에 힘입어 식품 역시 콩으로 만든 소고기, 콩 가공 햄 등 비건 푸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통 건강을 위하거나 동물 보호 등의 이유로 비건푸드를 선택한다. 하지만 진짜를 흉내 낸 가짜라는 것이다. 진정한 서스테이너블에 한발짝 더 다가가면 리사이클링에 대한 믿음이 오히려 허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의 주 원인을 차지할 정도로 화학섬유의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역시 환경부 환경통계 포털에 게시된 '폐기물 처리현황' 통계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섬유류 규모는 2016년을 기준으로 284톤에 이른다. 2012년엔 186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폐섬유류 급증세를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소각 처리된 폐섬유류의 비율은 62톤에서 78톤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섬유제조 과정에 있어서 아무리 처리를 잘하더라도 슬러지(찌꺼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조 업체에서는 슬러지를 보통 매립하는데 이는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이며 계속해서 악순환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브랜드, 근본적인 해결 내세워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사의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해 재고 상품을 태워왔다. 환경 단체들은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왔다. 최근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재고 의류 소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버버리는 지난 5년간 약 9,000만 파운드(약 1,328억원)어치의 의류, 액세서리, 향수 등을 소각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발표는 더욱 시선을 끌었다.
'유니클로'를 전개중인 패스트리테일링社는 물 사용량을 평균 90% 이상, 최대 99%까지 절감할 수 있는 진 워싱 공법을 개발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이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립한 청바지 연구 전문 R&D센터인 '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개발한 공법으로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 산하 유니클로의 남성용 '레귤러 피트 진'과 J 브랜드(J Brand)의 '서스테이너블 캡슐 컬렉션'에 먼저 적용됐다.
2019년부터는 두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진 총 1천만 장이 보다 지속가능한 워싱 공법을 통해 생산될 예정이며, 이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연간 진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공법으로 2020년 기준 총 4천만 장의 진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로써 총 3조 7,000만 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러닝화 '울트라부스트 팔리'를 선보이고 있다. 해당 제품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업사이클해 만든 '팔리 오션 플라스틱 TM' 소재 원사로 제작한 니트 소재 '프라임니트' 어퍼를 사용했다.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아디다스' 울트라부스트 팔리 러닝화 |
◇ 소재 전문기업, 디자이너 브랜드가 앞장서
국내 기업도 근본적인 서스테이너블 패션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투데이패션(대표 이옥선)이 전개하는 '오픈플랜(OPEN PLAN)'은 서스테이너블한 디자인으로 해외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옥선 대표는 "지난 9월 후즈넥스트 파리에 참가해 기존 서스테이너블 브랜드들과는 달리 젊고 세련되었다고 평가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오픈플랜'은 국제 유기 섬유 인증인 GOTS, OCS의 인증을 받은 오가닉 코튼 전문 업체들로부터 원단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또 일본의 오가닉 코튼 데님에 오존 워싱을 한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오존 워싱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청바지를 워싱하는데 필요한 물의 90% 이상을 절약하고, 전기 사용도 70% 정도 줄이는 친환경 워싱 방법으로 부자재도 모두 친환경적인 소재로 교체했다. 여기에 모든 스타일에서 플라스틱 단추 대신 생분해 가능한 식물성 너트 단추를 달아서 플라스틱 제로를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 과대포장을 피하고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자 친환경 생분해 비닐 택배봉투를 의류 업계 최초로 제작해 사용하고 있으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플라스틱 택 고리 역시 모두 면사로 교체했을 정도다.
이옥선 대표는 "저 역시 그동안 화학섬유와 화학염색에 길들여져 있었던 취향과 시각을 바꾸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친환경적인 소재의 특성을 잘 살린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운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데님 브랜드 '비스포크데님'은 최근 레이저 워싱 기법을 선보였다.
허 대표는 "데님 제품은 화약 약품에 의한 워싱으로 물소비,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최근 스페인에서 레이저 워싱 기계를 한 대 들여왔다. 아직은 기술을 익히기 위한 테스트 과정으로 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4대에 워싱과 관련된 모든 기계를 설치해 환경오염이 없는 워싱 빌리지를 만들어 보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소재 전문기업 비전랜드(대표 김기완)는 최근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H&M' 등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로부터 오더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나이키'에 최근 캔버스화 8만족에 해당하는 천연염색 원단을 제공키로 계약했으며 'H&M' 역시 천연염색의 저지 티셔츠 4만장을 오더 받아 2019년에 생산될 예정이다.
이 회사 김기완 사장은 "오가닉 코튼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화학염료를 적용하면 환경을 해치는 일"이라며 "천연염료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한 것이 좋은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오픈플랜' |
이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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