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매장을 하면서 장사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저 옷이 좋아서 시작한 거였으니까요.”
어려서부터 옷을 좋아했다는 김혜자 사장은 스물일곱에 부산 광복동에 처음 자신의 매장 ‘피플투피플’을 열었다. 흔히들 보세 매장이라고 말하지만 김 사장은 굳이 ‘디자인숍’이라고 표현한다. 남대문에서 구입해 온 의류에 ‘피플투피플’ 라벨을 붙여 팔았기 때문. 그냥 유행하는 옷만 판매하는게 아니라 ‘피플투피플’이란 브랜드의 이미지를 함께 담았기 때문에 하나의 브랜드로서 의미를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버스갤러리」나 「양파주머니」가 비슷한 개념이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기에 1주일에 두세 차례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는 것마저도 즐거웠다는 김혜자 사장.
“4년 가량 하던 ‘피플투피플’ 매장을 그만두고 브랜드 대리점을 시작한 게 1990년이예요. 이제는 좋은 브랜드 대리점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서 의류 브랜드가 활성화 되면서 좋은 브랜드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피플투피플’을 운영하며 나름대로 상품을 보는 눈이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죠.”
처음 선택했던 브랜드는 「씨씨클럽」. 김 사장의 선택은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미치코런던」 「에스프리」 「페레진」 「마루」로 이어졌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브랜드 선택 우선 순위는 상품력. 검증되지 않은 신규 브랜드여도 상품이 좋으면 과감하게 도전했다. 「미치코런던」 1호점을 시작할 때도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지만 ‘상품을 보고는 이건 되겠다’ 싶었다. 역시 성공이었다. 좋은 상품은 소비자가 알아본다는 믿음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롯데백화점 부산점이 오픈한 1995년 12월 전까지를 광복동 브랜드 대리점의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서면에 백화점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매출 1등 매장은 부산 광동복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그 때 제가 운영하던 브랜드는 「미치코런던」과 「에스프리」였는데 「미치코런던」 월평균 매출이 1억8천만원 정도였으니까요. 굉장했어요. 대리점 운영에 자신감이 붙었죠.”
그러나 대도시 중심 상권인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유행의 변화가 빨라 소비자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신생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기도 하고 다른 상권에서 여전히 잘 되는 브랜드인데 금세 시들기도 한다. 김 사장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상권의 특성 때문에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부산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외면하는 속도도 빨라요. 그래서 다른 상권에서는 여전히 잘 되고 있는 브랜드를 원치 않게 포기해야 하는 일도 있었지요. 「미치코런던」 같은 브랜드는 아직까지 아쉬움이 남는 브랜드예요.”
현재 「에프알제이」 「마루」 「스멕스」와 「폴햄」을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직원들과의 화합과 신뢰감이다.
“직원들이 매니저나 개인숍 운영이라는 목표를 갖고 일하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자기 매장은 스스로가 책임지도록 하고요. 판매직은 자기가 노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는 전문직이잖아요. 직원들도 그 점을 잘 알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한 번 한 식구가 되면 오랜 기간 함께 하죠.”
지금도 길가다 색깔이 예쁜 옷, 디자인이 남다른 옷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는 김혜자 사장. 옷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일인 만큼 해보고 싶은 일도 많다.
“패션이요? 패션은 제 생활이죠. 항상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성장할 수 있는 패션을 선택한 건 제가 두고두고 잘했다 싶은 일이예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부산에 오시면 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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