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웅 사장은 2000년 2월 19일을 잊지 못한다. 자신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다 준 의류 판매사업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선택한 브랜드는 세정과 미래의 「니」.
“사업한답시고 방송국 PD 그만두고 한 2∼3년을 헤맸나봐요. 결국 서울서 살던 집도 처분하고 충북 영동 처가로 들어갔지요. 그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사업에 손을 댔어요. 경험은 없었지만 왜 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나 처음 매장을 열고 1년 동안 남모르는 고생도 많았다. 영동서 대전까지 기차로 출퇴근하면서 아이들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으로서 식솔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에 자존심은 뒤로한 채 사업에만 올인했다.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런데 일이 저한테 잘 맞았어요. 왜 천직이다 싶은 거 있잖아요. 직원들과 함께 물건 나르고 고객을 대하는 일이 그렇게 재밌을 수 없더라고요.”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덕에 시작 1년만에 대전 변두리에 집을 얻어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덩달아 사업도 번성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많은걸 배웠어요. 특히 소매업에서는 고객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지요. 그걸 깨닫는 순간 일이 쉬워지더군요.”
신 사장이 관리하는 고정 고객 리스트는 3만여명. 웬만한 브랜드의 CRM시스템이 부럽지 않다.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는 회원 수만 7천명에 달한다. 자신만 하는 게 아니다. ‘브랜드 마니아를 만들지 말고 우리 매장과 내 마니아를 만들라’는 게 신 사장의 지론. 매달 고정고객 관리현황 발표회의를 할 정도로 직원들도 고객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처음부터 세웠던 원칙이 ‘돈을 좇지 않고 상품을 좇는다’ 였어요. 상품이 좋은 브랜드는 결국 고객이 알아본다는 당연한 이치지요. 좋은 상품과 고객관리가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습니다”
고정 고객이 늘어가는 만큼 매장도 늘어갔다. 현재 신 사장이 운영하는 브랜드는 「니」 「도크」 「애스크」 「지지피엑스」. 두 달 전 오픈한 「쿠아」까지 모두 5개다. 이제 한 달에 직원 급여로 나가는 돈만 3천만원을 넘나든다.
신 사장의 고객관리 노하우가 알려지자 전국에서 알아주는 점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부평에서 매장을 크게 운영하는 모 사장은 아예 대전에 숙소를 잡고 전 직원을 보내 교육을 받게 하기도 했다.
“2004년 「애스크」를 열 때 주위분들이 많이 말렸죠. 어떤 분은 지금까지 번 돈 모두 날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상품만 봤습니다. 이건 분명히 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밀어붙였고 첫 달부터 1억5천만원을 넘기기 시작했지요. 「도크」 「지지피엑스」 「쿠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상품만 봤습니다.”
수시로 매장을 열어달라는 브랜드 영업담당자들이 드나들지만 신 사장은 브랜드를 결정할 때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핵심은 ‘상품’이다.
그러나 은행동 상권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신 사장을 찾는 영업담당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그 가운데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도 많았다.
“간혹 눈이 번쩍 뜨일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저도 사실 많이 흔들립니다. 그렇지만 이만큼을 대리점에 주고 나면 본사는 손해가 날게 뻔한데 본사 손해보게 하면서 대리점 해봐야 오래가지 못하는 건 뻔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5년 동안 매장 운영하면서 자신하는 건 그 흔한 ‘매출보장’ 한 번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준다고 해도 안받았습니다. 대신 수수료를 1% 더 달라고 합니다.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고요.”
‘흔들릴 때마다 고객을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는 신 사장. 금전적인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고객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 하나는 ‘고객은 내 주주’라는 것입니다. 내가 잠깐 이득보자고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는 길을 간다면 결국 제가 망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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