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 스트리트 캐주얼 中 진출 최적 플랫폼으로 기대
“지금 중국 캐주얼 패션은 ‘지에 토우 시우 시엔 좡(스트리트 캐주얼)’으로 압축된다. 한국에서도 이런 콘셉트의 브랜드가 중국으로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
지난 3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패션 전시회 CHIC 현장. CHIC를 주관하는 중국복장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스트리트 패션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중국 소비자도 이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중국 글로벌 패션 플랫폼 ‘오패션(오렌지마니아)’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과 올해 상하이 패션위크 기간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표한 ‘트렌드 브랜드 빅데이터 및 고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슈프림' '오프화이트' '안티소셜소셜클럽' 등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성장 속도는 62%에 달했다. 기성 브랜드의 성장세가 17% 수준인 것을 보면 4배에 가까운 놀라운 수치다.
이 같은 중국 시장의 현 상황과 성장세는 국내 패션 시장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패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 스트리트 캐주얼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근 2~3년 간 100억원대 외형으로 성장한 ‘커버낫’ ‘앤더슨벨’ ‘디스이즈네버댓’ 등의 브랜드와 올해 거래액 4000억원이 예상되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 등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처럼 국내에서 빠른 성장을 보인 스트리트 캐주얼은 해외 시장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중국, 홍콩 i.t의 바이어들은 매년 한국 브랜드 바잉에 나서고 있고, 매 시즌 중국에 억대 물량을 홀세일하는 ‘앤더슨벨’ ‘스테레오바이널즈’ 등의 브랜드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를 전개하는 그랩(대표 조만호)도 새롭게 해외 사업부를 꾸려 티몰 입점 등 중국 진출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초 중국 남성복 기업 지우무왕은 스트리트 캐주얼 ‘네스티팜’의 상표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 9월 27~29일 간 열리는 상하이 CHIC-영블러드(CYB) 전시회에는 ‘앤센’ ‘그라피스트 만지’ ‘씨루틴’ 등 신진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참가해 중국 시장 판로 개척에 나선다. 한국의 개성있는 스트리트 캐주얼이 중국 시장의 니즈에 응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열린 상하이 CHIC-영블러드. 올 9월 개최되는 가을 행사에서는 중국 시장의 니즈에 맞춘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참가가 예정되어 있다. |
◇ 글로벌 마켓 = 중국?
현재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의 공통적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일본 등 가까운 아시아 시장부터 동남아, 미주, 유럽까지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은 2~3순위 국가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슈프림’ ‘스투시’ ‘팔라스’ 등 스트리트 문화의 오리진을 가진 브랜드가 대부분 미국, 유럽, 일본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들 국가로의 진출을 꿈꿔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글로벌 = 중국’이라는 인식이 점차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
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는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제 중국 시장이 곧 글로벌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한국發 글로벌 브랜드로 꼽히는 ‘스타일난다’ ‘젠틀몬스터’를 떠올려보면 명확해진다. LVMH나 로레알이 이들 브랜드에 수백, 수천억원을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강충현 회계사는 “‘젠틀몬스터’가 가진 잠재력은 단순하다. 중국 소비자들이 유수의 글로벌 럭셔리를 뒤로하고 한국 백화점, 면세점을 찾아 ‘젠틀몬스터’를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트리트 패션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트렌드 브랜드 빅데이터 및 고객 분석’의 스트리트 패션 성장세와 함께 바링허우(80년대 출생), 지우링허우(90년대 출생)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문화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스케이트 보드나 힙합 음악, 클럽 문화 등과 친숙한 모습을 보인다.

‘스테레오바이널즈’의 웨이보 공식 계정. 아래 사진은 중국 아이돌 그룹 TF-BOYS의 이양천새가 ‘스테레오바이널즈’의 피너츠 콜래보를 착용한 모습. 뷰 수가 25만 건이 넘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 중국은 어떻게 K-패션을 만나고 있나
현재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대부분은 직접 진출보다는 홀세일이나 직구 채널, 구매대행을 통해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가 국내에 공식 매장이 없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구매했던 형태와 동일한 방식이다.
어바웃블랭크앤코(대표 김기환)의 ‘스테레오바이널즈’는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생되는 매출이다.
김기환 ‘스테레오바이널즈’ 대표는 “이제 시작단계라고 느껴지지만 중국의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관심은 바이어의 수주량과 직구 매출 증가량을 통해 체감하고 있다. 매일 성수동 쇼룸으로 왕홍이나 목적 구매를 가진 중국 소비자가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레오바이널즈’는 론칭과 함께 곧바로 중국어에 능통한 윤기웅 팀장을 영입해 중국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2016년부터는 SNS 웨이보에 공식 브랜드 계정을 오픈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윤기웅 ‘스테레오바이널즈’ 팀장은 “국내 브랜드 가운데 공식 웨이보 계정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 중국은 연예인 착장에 대한 소비자 구매가 많이 일어나는데 현지 스타일리스트나 PPL 문의도 웨이보를 통해 자주 들어온다. 소비자의 1:1 문의도 해결할 수 있어 브랜드의 친근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한국 패션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은 물론 국가의 특성 상 크게 발전한 자체 SNS 웨이보는 가장 핵심적인 채널이다. 또 하나는 위챗이다. 위챗에서 활동하는 개인 셀러인 웨이상은 국내 브랜드의 유력 바이어로 잘 알려져 있다.
송무현 ‘써리미’ 이사는 “지난 3월 CYB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던 바이어가 웨이상이었다. 개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전시회 후에 직접 한국으로 찾아와 수주를 한 경우도 있었다. 한명 한명의 수주량이 많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많은 수의 바이어가 모이니 무시할 수 없는 수량이 됐다”고 말했다.
◇ 콜래보&뉴 디자인…현지화 상품은 기본
지난달 송파구 석촌호수에 거대 피규어 작품을 띄운 팝 아티스트 카우스는 간담회에서 “나라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지만, 캐릭터라는 건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다. 언어장벽 없이 경계선을 넘어서는 무언가, 그리고 어디서든 함께 존재하는 그 매력에 끌린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이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릭터는 중국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다. 다양한 글로벌 캐릭터와 콜래보를 선보여온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에게도 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오프화이트’ ‘슈프림’ 등의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브랜드력이 약한 국내 브랜드에게는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윤기웅 ‘스테레오바이널즈’ 팀장은 “중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이 ‘누누’ 컬렉션이다.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그림을 캐릭터화했는데 매년 수주량이 늘고 있다. 쇼룸을 찾는 소비자들도 가장 먼저 ‘누누’ 그래픽 티셔츠, 모자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스테레오바이널즈’는 2016년 당시 핑크팬더 콜래보에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따로 기획했다. 이 상품은 현재까지도 리오더되며 브랜드의 베스트 상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알에이지랩(대표 박준형)의 ‘씨루틴’도 지난 3월 CYB에서 세서미 스트리트 콜래보를 선보였다. 콜래보를 선보인 첫 장소였지만 단박에 3곳의 바이어와 수주를 체결했다. 총 금액은 수천만원을 호가했다.
박준형 ‘씨루틴’ 대표는 “세서미 스트리트 자체가 중국에서 큰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이어들이 캐릭터 플레이에 대해 친근함을 보였다”라며 “특히 모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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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스트 만지'
김지만 디자이너의 ‘그라피스트 만지(이하 만지)’는 그라피스트의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이너 스트리트 캐주얼이다. 과감하고 개성있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아 동대문 두타, 롯데백화점 본점 팝업에서 항상 매출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패션유통 전문 무역기업 ‘소주 녹지무역유한공사’와 MOU를 맺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도 시작했다.

지난 3월 2018 F/W 하이서울패션쇼에서 선보인 '그라피스트 만지' 컬렉션 |
‘씨루틴’ 모자 전문 브랜드 ‘씨루틴’은 지난 3월 CYB 참가로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특히 세서미 스트리트 콜래보는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한 모자, 스웨트 셔츠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중국 시장에 볼캡 열풍이 불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브랜드다.

지난 3월 CYB에 참가했던 '씨루틴'. 재미있는 세서미 스트리트 콜래보로 바이어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
'앤센'
‘보이런던’ 디자인 실장 출신의 조경난 대표가 새로운 스트리트 캐주얼을 들고 나왔다. 각각의 콘셉트가 살아있는 ‘앤센’ ‘몽키플라워’ ‘피피라핀’ 3개 브랜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바이어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중국 i.t의 러브콜을 받아 입점 일정을 조율 중이다. 누구보다 중국을 잘 아는 브랜드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피피라핀' |
‘써리미’ 국내 여성 스트리트 캐주얼의 루키 ‘써리미’. 1020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소녀적인 디자인의 스트리트 패션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중국 샤오홍슈의 매출도 상승세를 타 잠재력을 내비치고 있어 중국 바이어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써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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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
kkj@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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