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만5천개에 달하는 의류·패션 소매점포. 이곳을 이끄는 파워엘리트 집단이 있다. 살아온 배경 만큼이나 상술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소위 의류 판매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이다. 20년 넘게 한 브랜드만 고집한 뚝심파도 있고, 빠르게 시장 흐름을 읽어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그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부분은 ‘고객중심’이다. 소매 유통을 이끄는 파워엘리트 군단이 들려주는 성공 스토리. <편집자주>
명동 롯데 영플라자 길 건너 명동성당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파출소 오른편에 5평 남짓한 「리바이스」 매장이 하나 있다. 명동 진하우스점이다. 1984년 이곳에 매장을 열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해응 사장.
“색깔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몰라요. 그때는 이 ‘쌍마표 청바지’ 한 벌에 대만산 흰 농구화 하나면 둘도 없는 멋쟁이였지요.”
65학번. 올해 우리 나이로 쉰아홉이다. 대학시절부터 ‘쌍마표 청바지’의 매력에 빠져 즐겨입던 인연으로 시작한 이 사업이 어느덧 22년째 접어들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주변 매장들은 간판을 2∼3년에 한 번꼴로 바꿔 달았지만 김 사장은 「리바이스」만 고집했다.
“1984년 조광무역에서 처음 「리바이스」를 들여왔지요. 당시 영업부장이 친구였는데 대리점 영업하기가 힘드니까 가까운 친구 둘에게 매장을 하나씩 맡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한 친구가 신촌에 1호점을 냈고, 내가 명동에 2호점을 냈습니다. 신촌에서 하던 친구가 몇 년 안 가 사업을 접었으니 지금은 여기가 「리바이스」의 최장수 매장인 셈이네요.”
전개회사도 조광무역을 거쳐 한주통상, 이어 현재 리바이스코리아까지 세 번째다.
“회사가 한 번씩 바뀔 때마다 사실 고민 많이 했지요. 회사와 사람들이 바뀌니까 업무 시스템도 적응이 잘 안 되고 본사에서도 혼선이 생기고. 더군다나 그때마다 한 번씩 매출도 크게 흔들렸어요.”
사업 초창기에는 승승장구하며 매출이 올랐다. 1993년에는 탄력을 받아 당시 제일백화점 뒤에 매장을 하나 더 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그럭저럭 유지하던 이 매장이 IMF가 터지면서 매출이 거의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매장을 내놨지만 당시에도 최소 3∼4억원이 넘던 권리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결국 이 매장으로 큰 손해를 봤다.
그래도 ‘적자를 메꾸는 것도 투자’라는 확고한 경영방침으로 매장을 이끌어왔다.
“브랜드가 좋다고 언제나 장사가 잘 된다면 누구나 돈벌게요? 매장 하나를 운영해도 이게 사업입니다. 사업에는 언제나 고비가 오는 법. 그때를 잘 넘겨야 진정한 사업가지요”라고 말하면서 편하게 웃는 김 사장. 오래전 일이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20년 넘도록 매장을 운영해온 베테랑 점주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언제가 제일 호황이었는지 궁금해졌다. “1985, 86년 쯤일 거예요. 그때 이대와 숙대생들을 시작으로 「리바이스」 스커트가 대 열풍을 탔어요. 그때는 이 좁은 매장에서 서로 「리바이스」 스커트를 사려고 아우성이었지요. 그 열풍이 한 2년 가까이 지속됐으니 당시로서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지요”
그때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이제는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를 데리고 매장을 다시 찾는다고. 매장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가끔씩 그 고객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때처럼 뿌듯할 때도 없다고.
김 사장은 얼마전 중앙통에 매장을 하나 더 냈다. 「리바이스」의 첫 번째 콘셉트 숍이다.
“22년간 매장 운영한 게 어디 나 잘나서 한 일이겠습니까. 다 브랜드가 좋고 소비자들이 찾아주니까 그런 거지요. 지금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리바이스」를 한 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누린 혜택을 갚기도 하고 또 번듯한 콘셉트 숍을 내손으로 열고 싶기도 해서 결정했습니다.”
명동 콘셉트 숍 오픈 날에는 「리바이스」 본사 직원들도 신이 났다. 사입제로 운영하다 보니 점주들이 효율 때문에 대형 매장을 쉽게 못 열었는데 김 사장이 큰 일을 해냈으니 말이다.
“이제 일선에서 얼마나 매장을 더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 8년 더하면 30년 채우겠네요. 이왕 시작한거 한 30년은 해야하지 않겠어요?”
김정명 기자
kjm@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