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패션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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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 오전 10:26:14

드라마가 패션을 움직인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패션이 어패럴업계의 매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은 지금, TV 드라마 하나가 종영에 도달하면서 어패럴업계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트렌디 패션 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매회 패션디자이너들의 어패럴이 등장했던 미국 HBO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가 그 주인공. 당초 독신 여성들의 대담한 섹스 라이프로 화제를 모았던 〈섹스 앤 더 시티〉는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오히려 여주인공들의 패션에 더 많은 시선이 쏠려 스타일리시한 옷차림을 하고 싶은 일반 여성들에게 ‘패션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했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류는 베스트셀러나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지미 추 (Jimmy Choo) 등은 여성들의 머리 속에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할’ 디자이너로, 그들의 제품은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패션쇼보다 효과적인 <섹스 앤 더 시티> 일부에서는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런어웨이 쇼를 개최하는 것보다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무한정 세뇌시킬 수 있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브랜드 선전 효과 및 매출 극대화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드라마에 노출된 소비자들은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입고 등장하는 어패럴을 통해 ‘성공하고 싶은 여자, 혹은 성공한 여자’는 이런 식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한 그녀들과 같은 스타일, 그녀들이 열렬히 좋아하는 브랜드라면 나도 구입해야 한다는 동질의식을 갖게 된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담을 쌓고 살았던 많은 여성들이 드라마 속에 수시로 오르내리는 디자이너들의 이름에 친숙해지면서 「크리스챤디올」 「마놀로블라닉」 「지미추」 등을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이 구입하는 마니아 브랜드가 아닌, 패셔너블한 여성들이라면 모두 구입해야 하는 ‘필수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 것. 또한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 등 주인공이 겪는 감정 변화가 그들의 옷차림에 표현되면서 같은 상황에 빠진 여성들은 그들을 통해, 그들이 입고 나온 옷과 구두, 백과 액세서리를 통해 함께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연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사라 제시카 파커처럼 「마놀로블라닉」 슈즈를 사고, 「크리스챤디올」 새들 백과 이니셜 목걸이를 구입해야만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심리를 갖게 된 것이다. 단순히 눈요기 거리로 치부되었던 디자이너 의류를 감정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훌륭하게 홍보한 것이다. 더불어 ‘패션은 드라마의 눈요기 거리가 아닌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에 드라마의 엄청난 파워를 목격한 어패럴업계는 방송엔터테인먼트 업계, 특히 다수의 시청자를 상대로 한 드라마를 보다 적극적이고 치밀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깨달았다. 소비자의 취향을 재빨리 파악해야 하는 유통매장들 역시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늘씬한 세 명의 여주인공들이 어떤 옷과 백, 액세서리, 슈즈를 신고 등장하는지 점검하고 매장의 머천다이징을 재정비하곤 했다. 실생활 속에 ‘패션’을 일치시켜 이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섹스 앤 더 시티〉에 자신의 제품을 등장시키기 위해 공공연한 로비 작업을 펼치고, 드라마 작가들은 주인공들의 의상을 맡은 의상디자이너, 코디네이터 등과 긴밀한 공조작업을 통해 패션과 스토리를 믹스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패션 매거진과 에디터들 역시 오랫동안 그들이 해왔던 ‘패션 포교작업’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더 많은 것을 이뤄낸 〈섹스 앤 더 시티〉를 트렌드의 교과서로 활용하는 등 말 그대로 드라마가 패션을 지배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가 입고, 들고, 걸고 나오는 제품의 경우, 해당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또는 브랜드)는 곧 유명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고 유통업계의 매출 구축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정도. 그렇다면 〈섹스 앤 더 시티〉가 어패럴 브랜드의 효과적인 마케팅 장치, 나아가 매출 구축 통로 역할을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생활 속의 패션을 무방비 상태의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패션쇼나 패션 매거진은 소비자들에게 패션에 대해서 가르치고 이를 상업적인 매출로 연결시킨다는 목적이 강조되는 데 반해, 실제 생활 속에서 울고 웃고 하는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들의 모습은 소비자들에게 ‘그럴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온다. 따라서 그들이 입고, 걸치고 등장하는 어패럴은 패션지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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