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쉐어(대표 윤자영)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챗봇 서비스 ‘패션을부탁해’에 4억원을 투자했고 지난달 온라인 편집숍 ‘29CM’를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대표 이창우)를 300억원에 인수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SNS로 시작해 이커머스로, 이번에는 M&A까지. 창업 8년차의 스타일쉐어는 단순 스타트업을 넘어 패션 IT ‘플랫폼’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
잠 못 이룬 인수 과정, 책임감도 커졌죠
스타일쉐어는 왜 ‘29CM’ 인수전에 뛰어들었을까. 윤자영 대표에게 ‘29CM’의 인수 과정을 물었다. 그는 “이미 GS홈쇼핑과 인수 대상자 간 막바지 협상 중이었기 때문에 정말 급박했다. 인수를 결심한 작년 말부터 3개월 간 편하게 잠을 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건 두 회사의 결합이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보다는 같은 IT 기업이 손을 잡는게 더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컸죠. ‘29CM’와 ‘스타일쉐어’는 닮은 점이 많았고 이창우 대표님과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자주 왕래하면서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까요.”
윤 대표는 ‘29CM’의 인수를 결심한 직후 투자사를 찾아가 ‘스타일쉐어’와 ‘29CM’가 만들어나갈 비전과 발휘될 시너지를 설명하고 M&A 공부로 밤을 새웠다. 다행히도 IT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투자사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곧바로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기존의 L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은 물론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새롭게 투자에 합류했다.
“보통 투자금액 유치는 2~3개월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모든 과정이 1주일 만에 완료됐어요. 그만큼 두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스타일쉐어’가 보여준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봤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투자유치로 대형 VC 5개 社가 모두 ‘스타일쉐어’에 투자하게 됐죠.”
스타일쉐어는 기존의 투자금과 추가 투자액을 더해 GS홈쇼핑이 보유한 에이플러스비의 지분 100%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일쉐어의 지분과 에이플러스비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GS홈쇼핑은 스타일쉐어의 주주로 새롭게 참여하게 됐다.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사로 잘 알려진 GS홈쇼핑은 매각과 함께 새로운 투자처를 찾은 셈이다.
윤 대표는 이번 인수로 무엇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수 보도가 있던 다음날 전 직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더 잘해야 할 때다. 우리가 실수한다면 ‘29CM’에도 누를 끼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스타일쉐어의 비전, ‘패션을 서비스로 푼다’
윤 대표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스타일쉐어의 비전을 “패션을 서비스로 풀어내는 기업을 지향한다”로 설명했다.
“2년이라는 빠른 시간에 SNS와 이커머스를 결합한 모델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해에는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했고요. ‘29CM’ ‘패션을부탁해’와 손잡은 ‘스타일쉐어’의 다음 단계는 ‘서비스’입니다. SNS 커머스를 기반으로 구매로 전환되는 모든 과정을 서비스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윤 대표는 그 핵심으로 “낯설음은 이제 익숙함이 됐다”고 강조했다.
“세대는 변하고 시대도 바뀌었는데 이커머스의 발전은 더딘 것 같아요. 온라인에 수많은 제품을 등록하고 나열하는 방식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패션 서비스는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일쉐어’가 처음 나왔을 때도 10대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익숙하게 사용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스타일쉐어 스토어’가 2년 만에 누적 거래액 300억원을 가뿐히 넘기고 타 이커머스에 비해 몇 배 이상의 구매 전환율을 보이는 것을 보면 콘텐츠가 구매 전환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윤 대표는 ‘29CM’와 함께 할 미래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두 기업 모두 일반적인 이커머스가 아닌 콘텐츠를 정면에 내건 낯선 모델을 정착시켜 리딩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
윤 대표에게 에이플러스비의 경영에도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경영의 협력 관계를 맺고 각자의 강점을 서로에게 이식해 시너지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두 회사는 서로의 강점이 명확합니다. ‘스타일쉐어’는 IT 개발이나 서비스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29CM’는 콘텐츠 제작, 브랜딩 등에 탁월해요. 재미있게도 이 두 강점이 서로에겐 약점이었어요. 당장 ‘스타일쉐어 X 29CM’라는 식의 협업은 아니지만 인력을 공유하는 내부적인 협업은 빨리 시작할 생각입니다.”
특히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29CM’에게 ‘스타일쉐어’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미 지난 2월 자체 쇼핑몰 솔루션과 웹모바일 리뉴얼을 단행한 ‘29CM’는 턴어라운드의 초석을 다진 상태다.
스타일쉐어가 투자한 챗봇(채팅로봇 프로그램) ‘패션을부탁해’는 올 여름 ‘스타일쉐어’에 도입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챗봇은 ‘스타일쉐어’에 정말 필요한 서비스다.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패션을부탁해’는 캡처한 사진으로 옷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의 ‘패션을부탁해’ 페이지에 사진을 메시지로 전송하면 해당 사진에 나온 옷을 챗봇이 찾아 메시지로 보내준다.
“직접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자금은 물론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투자의 목적 자체가 이 서비스를 ‘스타일쉐어’에 도입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죠. ‘패션을부탁해’는 챗봇의 특성상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봇이 업그레이드되고 AI를 개발해 삽입할 수도 있어요. ‘스타일쉐어’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패션을부탁해’는 ‘스타일쉐어’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윈-윈인거죠.”

강경주 기자
kkj@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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