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의무화되면 소상공인 범법자 내몰릴 처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이 결국 발 등의 불로 떨어졌다.

전안법은 섬유패션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600만에 이르는 소상공인에게 사전 안전성 검증 의무와 문제 발생 시 책임이 과도하게 지워진다는 업계의 건의에 따라 2016년부터 올 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하지만 12월 27일 현재까지도 개정법안이 국회 계류 상태로 남아 있다.
업계는 전안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통과, 22일 본회의 의결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야가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연장을 두고 대립하면서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해 이대로 해를 넘긴다면 새해부터 전면 시행되게 됐다. 전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한달 새 20만 명을 넘어섰고, 개정안 의결을 촉구하는 국회 앞 1인 시위도 시작됐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은 전안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졸지에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공이 완료된 원부자재를 매입해 봉제만 거쳐 판매할 경우에도 최종 판매자가 안정성 입증 의무를 떠안게 되어 안전성 검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이행 가능한 수준을 넘어 선다는 이야기다.
우선 기존 전안법 상 의류와 액세서리 제품은 전기제품에 비해 현저히 위해성이 떨어지지만 동일한 기준으로 출시 전 KC인증(시험검사) 및 표시, 해당 서류(시험성적서 등) 5년 간 비치 등 ‘공급자적합성’ 확인 의무 대상이다. 유아동, 성인용 섬유제품을 비롯해 가죽제품, 금속 액세서리(핸드메이드 제품 포함)와 해외 제조된 병행수입제품, 단순 구매대행제품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대문 소공인의 경우 KC시험인증으로 생산원가의 5% 가량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이 많거나 많은 종류의 소재를 사용 할수록 비용이 정비례해 늘어나게 된다. KC시험 인증기관인 KOTITI가 책정한 의류 평균 시험비용은 원단 1종류 당 7만원. 원단 2종류로 구성된 의류는 시험검사에 14만원이 들고 같은 원단일지라도 화학적 염색을 했다면 모두 따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무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판매가 금지된다.
전안법은 많은 피해자를 낳은 소위 ‘옥시 사태’를 계기로 사용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에서 기존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을 통합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조와 유통 구조 등 패션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들어져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채 다품종 소량생산, 빠른 속도, 독창성과 차별화가 생명인 산업의 경쟁력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업계의 반발을 샀다. 특히 백화점 등 대형유통과 해외 법인은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도 컸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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