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흠 크리스에프앤씨 사장은 성인 캐주얼 기획에 있어 최고의 소싱 파워를 가진 인물로 꼽혔다. |
마이더스의 손. 그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법론은 차치하고, 볼륨이 큰 어덜트 캐주얼이나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들은 그를 그렇게 칭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손을 댄 시기의 브랜드들-‘피에이티’ ’올포유’ ’엘레강스스포츠’ 등-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크리스에프앤씨에 합류해서도 ‘팬텀’에 이어 ’핑’ ‘파리게이츠’ ‘고커’까지 그에게 맡겨진 브랜드를 업계 이슈의 중심에 세웠다.
김한흠 크리스에프앤씨 사장은 오전엔 서울 중곡동 사옥으로, 오후엔 장안동에 사무실을 둔 ‘팬텀’사업부를 오가고 있었다. 올 봄 사장으로 승진해 실무 부담은 좀 덜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핑’과 ‘팬텀’ 사업부를 직속으로 두고, 기획과 생산은 전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할 물리적 시간이 나는지, 스스로도 힘들다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의외로 “전혀 어렵지 않다”는 쿨한 답이 돌아온다. “결정하고 지시하는데 긴 시간이 걸릴 일이 있나요.”
- 역시 승승장구하고 계신 것 같아요.
“크리스에서 벌써 만 4년을 달려왔네요. 입사한 후 회사 규모도 2배 커지고 골프웨어로는 가장 외형이 큰 회사가 됐습니다. 저 나름의 기준과 중심을 가지고 움직이려고 하는데 무거운 자리죠. 이제는 누구를 쫓아가는 위치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전히 너무 많은 일을 직접 하시는데.
“상품기획, 생산까지 손을 대느냐 하는 사람도 있는데, 디자인실은 디자인실의 일이 있고 사업부장은 사업부장의 일이 있죠. 저는 디자인실을 리드하는 역할이에요. 베이직 아이템 위주로 배수를 좋게 만들어서 이익을 내는 생산 핸들링을 하는 것이 제 일이죠.”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해 ‘핑’ ‘파리게이츠’ ‘고커’ ‘잭앤질’로 매출액 2042억원, 당기순이익 203억원을 기록했고, 별도법인으로 운영하던 ‘팬텀’과 중국 청도, 상하이 법인 매출을 포함 전사 매출규모를 360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 4월 우진석 크리스에프앤씨 회장이 IT전문기업 필링크에 1700억원에 약 60%의 지분을 매각하며 화제가 되었는데, 김 사장은 “‘팬텀’이 매출과 수익률 모두에서 1700억 가치를 만들어낸 1등 공신”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팬텀’은 연 매출 1000억 고지를 넘었고 2000억대까지 충분히 육성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덧붙였다.
- 라이선스 브랜드인 ‘핑’과 ‘파리게이츠’도 볼륨화에 성공했어요.
“ ‘핑’은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25% 신장했어요. 작년엔 500억을 했고, 올해는 무난하게 800억을 넘겨 내년엔 1000억대에 진입할겁니다. 백화점과 가두점,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죠. ‘파리게이츠’는 작년이 정점이었습니다. 내년에 다시 한번 천지개벽할 이슈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하하하. 외형이 1500억까지 갈 수 있는 브랜드에요.”
- 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볼륨까지 키우면 차별화가 난제죠. 자사 브랜드 간 충돌은 없나요? 해법이 있다면요?
“두-골프를 위한 제품만으로는 성장한계가 분명하고 유지할 방법도 한정될 수 밖에 없어요. 골프웨어 DNA에 캐주얼 요소를 가미해야 합니다. 특히나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복으로 정착시켜야만 하죠. 구매의사와 목적을 가지고 로드숍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하나라도 가져갈 것을 주어야 하지 않나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고 그 자리에 있으면 됩니다. 바깥의 참견에 휘둘려 영 라인이니 억지로 젊은척하는 상품을 만들고 해서는 안되요. 우리 브랜드가 50대를 메인 타깃으로 한다면 지금의 50대에 맞추고, 뒤 이어 새로운 50대가 유입되도록 해야죠. 브랜드가 소비자와 함께 늙어가는 것만 조심하면 됩니다.“
그래도 트렌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퍼포먼스니 프리미엄이니 뜬구름 같은 이야기에요. 꾸준히 내 갈길, 우리 콘셉에 맞춰 가면 됩니다. 저만의 노하우라고 한다면 베이직 아이템 운영이지요. 활용도 높은 기본물을 좋은 품질로 만들어 합당한 가격에 제안해 수익기반을 단단히 하는 겁니다. 명확해야 할 것은 자사 브랜드끼리 소비자 나눠먹기를 하면 안된다는 것. ‘핑’의 베이직과 ‘팬텀’의 베이직은 분명히 다릅니다.”
- ‘고커’의 운영 전략도 구체화하셨나요?
“골프화를 키울 생각이에요. 고품질의 중국산 원부자재를 수배해서 베트남 우리 공장에서 생산해 매장에 바로 투입하니 가격대비 품질 수준이 최상입니다. 우리 브랜드 매장에서 운영해 봤는데 아주 결과가 좋아 확신을 얻었어요. 특허 받은 초경량 슈즈 제작 기술에 추가로 기능성을 더했죠. 지금 19만~20만원대 후반에 판매하는데 생산량을 늘리면서 연간 1~2만원씩 가격도 내리려고 해요. 지금 골프화 시장 주도 세력이 없다는 점이 큰 기회죠. 우리가 그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핑’ ‘팬텀’ ‘파리게이츠’ ‘링스’까지 ‘고커’ 골프화를 투입하고 홀세일 비즈니스도 나설겁니다.”
- 기존 브랜드 전략도 공격적인데 신규 사업 계획은?
“‘마스터바니’는 내년 봄부터 단독 매장을 늘려보려고 합니다. 일본 브랜드 중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브랜드를 들여와 테스트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추가 론칭을 할 계획이에요. 내년 1월, 전 사업부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도곡동 신사옥으로 전 사업부가 이전하는데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채연 기자
leec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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