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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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오후 5:26:23

수 많은 색을 모두 손아귀에 쥐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색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색을 장악해야 한다. 병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먼저 줄을 세우듯이 색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색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 줄 만 세우면 된다. 굳이 자기 손에 다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색의 체계 자연 그대로의 색에는 삼원색이나 채도, 명도 같은 질서들이 있을 수 없다. 색은 그저 색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자연으로서의 색은 마음대로 다루기가 어렵다. 다이아몬드 원색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것처럼 색을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서는 다듬어야 한다. 즉, 어떤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질서로 자연 색을 묶어둘 수 있다면 수많은 색이 내 손안에 있는 것과 똑같다. 색에 대한 모든 논리는 1차적으로 색에 위계 질서를 부여 하여 수많은 색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에 역할이 있다. 삼원색이나 채도나 명도 같은 단어들은 눈에 보이는 수많은 색들을 정리하는 하나의 단위들이다. 일단 눈으로 구별되는 수많은 색들에 어떤 질서를 부여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색을 사용하기가 무척 편해진다. 색마다 자기의 자리가 있다면 필요한 색을 찾거나 보관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많은 색이 질서를 가지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어떠한 원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색을 마구잡이로 사용하지 않고 어떠한 기준이나 논리의 도움을 받아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흔히들 색이나 형태를 감각이 있는 사람만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과는 다르다. 감각으로만 색을 다루게 되면 반드시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작은 책상에 책들이 정리 안 된 채 높이 쌓여 있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빈 책상 위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않아 책상 위는 어지러워진다. 혼란의 정도가 선을 넘게 되면 손도 못 대는 상태가 된다. 이 때가 바로 감각에 한계가 오는 시점이다. 일단 감각이 벽에 부딪히면 더 이상 발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지러운 색들을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색을 다루게 되면 색을 사용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가면 갈수록 색을 구사하는 실력이 증가하게 된다. 막연한 감각에 기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앞에서 배운 여러 가지 색의 원리들을 종합하여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서 쓸 수 있도록 색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이 때 색상환이나 채도, 명도 등의 색채 원리들은 색의 기준을 잡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원리들을 바탕으로 색의 체계를 하나하나 구축해 나가 보도록 하자. 색상환과 명도 색의 체계를 잡는 일은 생각 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에서 배운 색체의 구조나 원리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면 된다. 채도나 명도와 같은 원리들을 하나의 큰 책장으로 본다면 색의 체계를 만드는 일은 이러한 책장들을 모아서 도서관을 만드는 일과 흡사하다. 색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우선 앞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색상환이었다. 색상환에는 세상의 모든 색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색상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색상들은 색상환 안쪽으로 다 모이게 된다. 일단 색상이 모두 커버가 되었으니 다음은 다른 색의 기준에 입각하여 색상환이 놓치고 있는 색들을 포획하면 좀 더 많은 색들을 품에 넣을 수 있다. 먼저 명도를 색상환에 연결시켜 색의 조직을 확대시켜 보자. 색상환 위에는 모든 색이 동일선상에 올라와 있지만 명도라는 기준에 개입되면 원색 자체의 명도에 따라 색상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령 노란색은 원색 중에서도 가장 명도가 높은 색이기 때문에 검은 색과 흰색 사이의 분포가 좀 더 위로 가게 되고, 보라색은 명도가 낮은 색이기 때문에 좀 더 아래로 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색의 명도에 따라 각각의 색상 체계를 만들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합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색들을 담을 수 있는 도서관이 완성된다. 일단 도서관이 완성되고 나면 필요한 색들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고 설사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색도 만들 수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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