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쇼핑센터에 변화가 찾아왔다. 신규 쇼핑몰 건립이 줄어든 것은 물론 패션의류 관련 테넌트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쇼핑센터 신설건수는 54건으로 2015년도와 비교하면 6건 감소했다. 이는 교외 쇼핑센터 개발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1970년대 수준이다. 대형 쇼핑센터의 개발 또한 감소 추세로 접어들어, 평균 면적이 2년 연속 감소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패션의류 테넌트의 감속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신설 상업 시설 중 패션어패럴관련 매장이 가장 많았던 RSC(Regional Shopping Center)에서도 전체 세입자 비율 중 패션관련 매장은 평균 42.2%로 푸드 매장(42.6%)에 근소한 차이로 뒤쳐졌다. 패션 빌딩에서조차 패션관련 매장은 41.5%로 푸드 매장(47.3%)에 훨씬 밑도는 수치를 보였다. 역사 또한 패션 관련 매장은 13.4%를 보이며 푸드 매장(72.3%)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오픈한 역사 빌딩 중 유일한 패션 관련 전문 쇼핑센터인 ‘뉴우먼 신주쿠’ 역시 패션 관련 매장은 36개점으로 푸드관련 매장 54개점을 크게 밑돌았다.
패션에 비해 푸드와 뷰티 비중을 높인 쇼핑몰 ‘뉴우먼 신주쿠’ |
◇ 급증하는 엥겔지수
백화점에서도 2003년 51.6%를 차지했던 의류와 생활잡화 매출이 지난해 44.7%까지 감소했다. 매년 패션 판매 부진이 심화되자 이는 브랜드의 폐지와 퇴점으로 이어졌다. 상업 시설에서도 패션 매장이 푸드와 뷰티관련 매장으로 교체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 하듯 2015~2016년의 엥겔지수는 25.85%를 기록하며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뷰티지수도 1990년 1.99%에서 2016년 2.59%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의 패션지수는 7.38%에서 3.85%로 반감하며 명암이 교차됐다. 현재 패션 관련 지출에 포함되어 있는 운동복이나 피트니스 관련 상품 지출을 뷰티에 더한다면 뷰티 관련 지출은 이미 패션 관련 지출을 넘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설 상업 시설의 임대매장 구성 자체와 가계 소비 지출의 변화를 봐도 패션 관련의 지반 침하는 더욱 가속화돼 이제 소비의 주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사봉’ 매장 |
◇ 패션의류의 부진, 화장품에서 길 찾는다.
패션과 뷰티는 가까운 업종처럼 보이지만 그 구조는 상이하다. 과잉 공급과 가격 붕괴로 파탄에 처한 의류 업계에 비하면 뷰티제품은 가격 하락이 한정돼 정상 유통을 유지하는 편이다.
먼저 제조 원가율면에서 보면, 패션의류의 경우는 30%, 화장품은 15~20%정도 (용기 값과 개발비 포함한 것으로 원료비만으로는 5%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원료나 용기개발은 대부분 약사법 대응체제를 갖춘 OEM제조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어 대형 화장품 업체에서조차 자사 생산이 아닌 주문 제작을 하고 있다.
뷰티는 의류와 같은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뷰티 업계가 체계적으로 정리구분되어 있는 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꾸준히 새로운 시장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강점은 지속적인 인구 하락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뷰티 시장의 지지 기반이 되어 주고 있다.
화장품의 유통시스템은 △재판매 가격을 유지하는 위탁판매와 판매회사 및 전문 판매직원에 의한 유통 △1980년대 이후 시장개방과 함꼐 시작된 외국브랜드 중심의 백화점 유통 △약국 및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일반제품 판매 유통 △방문판매 △1990년도 이후부터 급성장하고 있는 통신판매 △에스테틱숍 등 전문 업무용 6개 채널로 구성된다.
특히 뷰티는 약국 및 슈퍼에서 판매되는 일반제품 판매를 제외하고는 정가유통이 유지되고 있다. 우선 체계적으로 훈련된 판매지원 요원과 독자적인 미용진단 기기들을 구비한 전문적인 컨설팅 세일즈를 하고 있다.
또 유행성이 강한 메이크업 제품은 국한적이며 고객성이 강한 스킨케어 상품을 라인업한다. 브랜드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부실 재고품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등 시즌 상품을 제외하고는 반덤핑으로 처분하는 관습도 없다.
‘존 마스터 오가닉 셀렉트’ 매장 |
반면 패션 의류 업계의 마케팅 감각은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 아직까지도 창조 정신에 의한 물건 만들기에만 고집하고 있어,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업계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화장품 업계적인 감각으로 접근해 보면 ‘독자적인 패턴과 소재 특성으로 인한 고객 확보’가 정답이 될 것이다.
또한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도 뷰티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화장품 고객층이 상하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과거 대학생과 주부가 주를 이루던 뷰티제품 소비층이 이제는 초등학교 학생까지 확대됐다. 특히 실버 세대용의 기능성 에이징 제품은 새로운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패션 의류 업계는 젊고 멋진 세대만을 대상으로 하며 ‘에이징 의류’의 거대 시장을 간과하는 모습이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에이징 뷰티로 피부친화적인 소재와 자극과 무리없이 아름다운 몸을 유지해주는 패턴 등 의류 업계가 개발해야 할 과제는 무궁무진하다. 화장품 업계의 부상을 통해 저성장 시대를 돌파할 해결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