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오리지널스X칸예 웨스트'의 '이지부스트' |
두 브랜드 간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콜래보레이션은 패션을 넘어 전 산업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각 브랜드가 가진 다양한 연령대, 넓은 채널의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는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통하지만 이제는 패션계에서 더 유명한 이름이 됐다. 그간 ‘루이비통’ ‘나이키’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온 칸예 웨스트는 지난해부터 선보인 ‘아디다스’와의 콜래보 슈즈 ‘이지부스트’로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지부스트’는 이른바 없어서 못 신는 신발이다. 국내외에서 모두 사전 응모를 통해 판매된 이 제품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전량 매진을 기록했다. 20만원 대의 가격으로 출시된 모델이었지만,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콜래보레이션이라는 프리미엄이 대중적인 슈즈 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를 매혹시키는 강력한 콘텐츠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 지속가능한 공감, 프리미엄 Up
국내 기업들의 콜래보 형태를 보면 상대 브랜드의 이름값에 기댄 단기간의 판촉 활동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브랜드와는 큰 연관이 없는 영화, 캐릭터 등이 그려진 아이템들이 매 시즌 출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홍보 활동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 같은 콜래보가 짧은 기간 매출을 신장시키는 도구가 될지는 몰라도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프리미엄으로 자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 콜래보의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이지부스트’의 성공은 ‘아디다스’와 칸예 웨스트의 브랜드 파워가 결정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이지부스트’에는 지속가능한 공감이 있었다. ‘이지부스트’는 ‘아디다스’가 아닌 스트리트 패션이 가미된 스포츠 웨어를 선보이는 세컨드 브랜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에서 출시된 제품이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세계 정상급 뮤지션이 만났다는 사실은 전세계 소비자는 물론 다양한 뮤지션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시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여기에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성까지 갖추며 더할 나위 없는 ‘아디다스’만의 프리미엄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디다스’는 ‘이지부스트’의 성공에 힘입어 ‘이지’ 시리즈를 하나의 라인으로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유니클로’는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 르메르 등과의 디자이너와 지속적인 콜래보를 통해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다. 르메르의 경우 ‘유니클로’의 디렉터로 영입돼 ‘유니클로유’라는 새로운 컬렉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김묘환 CMG 대표는 “해외 콜래보의 성공 사례를 보면 콜래보레이션을 일회성 판촉·마케팅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브랜드 콘텐츠로 개발하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이지부스트’는 물론 ‘아디다스’와 세계적인 뮤지션 퍼렐 윌리암스와의 콜래보가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서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한 두 브랜드가 함께 리스크를 공유하는 생존전략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왼쪽)와 ‘아디다스’의 만남은 ‘이지부스트’라는 희대의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
◇ 소규모 브랜드에게 배우는 콜래보의 정석
국내 패션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규모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도 콜래보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콜래보를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독특한 재미를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무지코리아의 대표 오오니시 카츠시의 인터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가 착용하는 안경에 대한 인터뷰였는데 티타늄으로 제작된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국산 안경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이 안경을 만든 브랜드는 ‘로우로우’. 가방과 신발 등 생활잡화를 선보이는 ‘로우로우’는 지난해 여름 티타늄 안경 ‘알아이’로 1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로우로우’는 이 안경을 ‘로우로우’가 만든 안경이 아니라고 말한다. 32년 경력의 티타늄 장인이 제작한 안경이라는 것을 제품 소개 이미지에 명시하고 안경테에도 DAEHAN(대한)이라는 제조처를 새겨 넣었다. 이 콜래보는 하청업체라고도 할 수 있는 제조사와의 동반 지속성장을 모두 고려한 콜래보의 좋은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로우로우’는 안경 제품 ‘알아이’를 자신이 만든 제품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구 티타늄 장인 ‘대한티타
늄’을 전면에 내세우고 안경테에 새기는 등 콜래보를 통한 동반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
‘브라운브레스’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콜래보를 선보이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접선장 장인과의 콜래보로 부채를 만들고, 커피 바리스타 크루와 함께 카페를 차리고, 30년 경력의 축구화 장인과 축구복, 수제 축구화를 제작했다. ‘브라운브레스’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콜래보의 영역을 개척해 ‘프로젝트B’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스타워즈’ ‘곰돌이 푸우’ 등의 글로벌 캐릭터, ‘커스텀멜로우’ ‘해브어굿타임’ 등의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콜래보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가방 브랜드 ‘비엘씨브랜드’로 출시한 ‘곰돌이 푸우’ 콜래보는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호랑이 캐릭터 ‘티거’를 재해석, 호랑이 무늬를 카모플라쥬 패턴으로 은은하게 표현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우진 ‘브라운브레스’ 대표는 “‘프로젝트B’처럼 ‘브라운브레스’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매년 기획해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단발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마케팅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를 만났을 때도 ‘프로젝트B’를 가장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어 ‘브라운브레스’만의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는 ‘심슨가족’ ‘코카콜라’ 콜래보로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함께한 기업들이 진행하는 콜래보 시상식에서 우수 콜래보로 수상될 정도로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기업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지난해 선보인 유럽의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 함께한 콜래보 라인은 티셔츠의 전판에 얼굴 일러스트를 넣은 위트있는 컬렉션으로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는 이 콜래보 컬렉션으로 프랑스 유명 셀렉트숍 콜레트에 입점했고 장 줄리앙의 서울 전시회를 함께 디렉팅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콜래보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브라운브레스’의 '프로젝트B' ‘민합죽선’ 부채(위)는 ‘프로젝트B’의 일환으로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접선장 장인과 진행한 콜래보로 탄생한 제품이다. 바리스타 크루와 함께한 '워드커피(아래 왼쪽)'와 수제 축구화 장인 성창스포츠와 함께한 축구 관련 제품들 |

‘곰돌이 푸우’의 캐릭터 티거의 호랑이 무늬를 새긴 ‘브라운브레스’의 가방 브랜드 ‘비엘씨브랜드’ 디즈니 콜래보 제품과 '스타워즈' 콜래보(아래 왼쪽) |
'스테레오 바이널즈X장줄리앙' |
강경주 기자
kkj@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