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CM’는 ‘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를 슬로건으로큐레이션을 통한 커머스를 선보이고 있다. |
넷플릭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케아. 글로벌 1류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들의 성공 방정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curation)이란 본래 미술 분야에서 전시되는 작품을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제는 전 산업분야로 그 영역이 확대되면서 수 많은 콘텐츠와 정보를 수집·선별하고 양질의 정보를 전달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라 불리는 현 시대에서 큐레이션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미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통해 브랜드, 제품을 걸러내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매를 행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정보로 그 피로감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가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량맞춤 큐레이션과 고객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개인 큐레이션이 활약할 부분이다. 기업이 수많은 상품, 브랜드를 엄선해 선택지의 수를 덜어내고 다수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제안하면 선택에 대한 피로감을 덜어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고 구매 저항감 또한 낮출 수 있다. 또 개인을 향한 맞춤 큐레이션은 구매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주고 브랜드 충성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위)와 애플의 앱스토어는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세계 1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
◇ 일류기업의 성공비결, 큐레이션
이처럼 큐레이션은 전 산업분야의 B+프리미엄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해외 일류기업들의 성공 비결이 바로 이 큐레이션에 있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미국의 ‘넷플릭스’는 큐레이션으로 전세계 8600만명이라는 가입자를 보유할 수 있었다.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고자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더 많은 콘텐츠가 아닌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 ‘넷플릭스’는 8만여 개의 상세 카테고리를 보유하게 됐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배너 광고에 큐레이션을 적용해 사용자가 방문했던 사이트를 배너에 노출시키며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제안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앱을 철저히 검증하는 큐레이션을 거쳐 양질의 앱만을 선보이고 있다. 이 덕분에 앱스토어의 지난해 매출이 285억달러(약 33조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내 백화점 매출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큰 규모다.
이케아도 큐레이션의 대가로 불린다. 대형 매장에 단순히 많은 가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구와 그 관련상품을 함께 구성해 동일한 가구에도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큐레이션이 단순한 추천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임을 증명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큐레이션 서점 ‘사적인 서점’은 고객과의 1:1 상담을 통해
책을 추천하는 ‘한 사람만을 위한 책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
◇ 서적 큐레이션, 맞춤화로 고객 몰이
현재 국내에서 큐레이션이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서점이다. 북큐레이터라는 전문 직종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소규모의 큐레이션 서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홍대에 위치한 ‘땡스북스’다. 베스트셀러를 판매하지 않는 서점이라는 독특한 콘셉을 보이고 있는 이 서점은 홍대라는 특성을 고려한 각 분야의 주목할 만한 책들과 신뢰할 수 있는 출판사의 책들을 갖추고 있다.
흡사 패션 셀렉트숍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땡스북스’는 그 핵심 콘셉을 유지하면서도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꾸준히 선보이는 개성있는 큐레이션으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서점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것은 물론 에이랜드, 퀸마마마켓 등에도 숍인숍 입점을 하며 큐레이션을 통한 프리미엄을 실현하고 있다.
한 사람만을 위한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독립 서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에 자리하고 있는 ‘사적인 서점’은 책 처방이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책을 추천한다. 단순히 직원으로서 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 예약제를 통해 고객 한 명과 책에 대한 상담을 나누고 맞춤형 책을 처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을 독서 차트로 관리하며 지속적인 큐레이션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큐레이션 방식으로 ‘사적인 서점’은 매일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는 “큐레이션은 수많은 정보를 덜어내 선별하고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무엇보다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를 중심으로 제품을 추천하고 선별해 지속적인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9CM'의 웹 메인 화면. 화면에 보여지는 콘텐츠 수는 2~4개로 압축된다. |
◇ 패션 큐레이션, 개인화에서 셀렉트숍까지
이처럼 큐레이션이 다양한 산업의 프리미엄으로 부각되면서 단순히 추천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던 패션 시장의 큐레이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셔츠·정장 O2O 서비스인 ‘스트라입스’는 큐레이션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2013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스트라입스’는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옷을 주문하면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객을 방문해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몸에 맞는 옷을 만든 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한다.
또 큐레이션을 B+프리미엄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셀렉트숍이다.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 중에서 큐레이션을 통해 선별된 양질의 콘텐츠를 제안해는 것 자체가 바로 셀렉트숍의 출발점이기 때문.
온라인 셀렉트숍 ‘29CM’는 큐레이션의 핵심을 덜어내기와 감성에 맞췄다. ‘29CM’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슬로건으로 큐레이션에 최적화된 폼을 보여주고 있다. 웹페이지의 전체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의 수는 최대 4개로 압축된다. 모바일에서는 더 줄여 1개의 브랜드 만을 볼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소개되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감성적인 이미지와 MD가 직접 작성한 짧고 간결한 설명을 더해 선별된 제품이라는 신뢰감을 주고 있다.
‘29CM’는 선별하는 큐레이션을 넘어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연관 상품 제안 외에는 아직 개인에 맞춘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고 있던 ‘29CM’는 새로운 사이트 리뉴얼에 맞춰 개인화 큐레이션을 준비 중이다.
안영주 ‘29CM’ 커머스부문 디렉터는 “그간 ‘29CM’가 엄선하고 선별한 브랜드와 제품을 제안하는 큐레이션을 선보인 것을 업그레이드해 고객 맞춤화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힙합퍼’는 2000여 개가 넘었던 브랜드 수를 1000여 개 규모까지 줄였다. 힙합퍼의 고객층에 맞는 브랜드를 더욱 선별하고 정리하는 큐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남성·여성, 상·하의와 같은 1차원적인 카테고리가 아닌 더욱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위한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한기재 ‘힙합퍼’ 대표는 “셀렉트숍 자체가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숍이기 때문에 오너의 특성과 함께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며 “힙합퍼와 맞는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덜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카테고리도 스타일, 핏, 무드 등으로 더욱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배럴즈가 전개하는 셀렉트숍 ‘배럴즈’는 보다 대중적인 셀렉트숍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더욱 강조하는 한편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보다 폭넓은 소비자의 눈으로 브랜드를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29CM'의 모바일 화면. 1개의 콘텐츠 만이 화면에 노출된다. |
강경주 기자
kkj@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