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투자와 채널 혁신으로 지속성장 도모
김형종 한섬글로벌 대표
김형종 한섬글로벌 대표 |
침체된 패션 시장에 한섬이 승전보를 울렸다. 지난해 이 기업이 올린 연매출이 75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타임’이 2000억원대를 돌파하고 ‘시스템’이 13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 인수까지 결정되며 한섬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섬과 SK네트웍스의 합산 매출은 1조3500억원 수준. 이로써 한섬은 이랜드, LF, 삼성물산에 이은 패션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 패션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다
“브랜드 가치를 지켜오니 고객들이 인정을 해주시더군요. 3년간 노세일 정책 고수하면서 매출이 후퇴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속성장을 위해서 일보후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감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간의 노고가 지난해 두 자리 수 신장이라는 실적으로 돌아왔네요.”
김형종 한섬 대표는 일본의 패션 시장을 벤치마킹하면서 브랜드력을 강화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양극화 현상을 겪은 일본을 사례를 조사한 것이다. 유통가의 변화는 물론 양극화가 심화되던 당시의 실무진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때 만난 한 전문가가 한 말이 ‘브랜드력을 지켜라’였다.
김 대표는 곧장 실행에 들어갔다. 각종 할인 행사를 중단시키고 노세일 정책을 펼치는 대신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게 추진했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을 당시 600명이었던 본사 직원수를 950명까지 늘렸다. 그 중 디자인 업무 종사자가 절반에 이른다. 디자인 업무 또한 디자인, 상품기획, 칼라기획, 소재기획, 패션정보, 아트기획 등으로 세분화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소속 디자이너들은 좋은 소재를 공수하기 위해서라면 프랑스며 이탈리아까지 마다 않고 찾아간다.
“좋은 인재가 있다면 정원에 상관없이 뽑으려고 합니다. 이는 회장님의 경영철학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지요. 양질의 인력을 화보하기 위해 복지 부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30~40%에 이르던 이직률이 10% 미만으로 뚝 떨어졌죠.”

◇ 다채널 전략과 편집숍으로 차기 모멘텀 준비
이례적인 실적에 들떠있을 법도 하건만 김 대표는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잘라 말한다. 기존의 브랜드들은 볼륨의 한계가 찾아올테니 지난해와 같은 높은 신장률은 기대하기 어려울 터.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섬은 지난 3년간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한섬은 지난해 ‘SJSJ’ 이후 19년만에 신규 여성복 ‘래트바이티’를 론칭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탄생한 이 브랜드는 신규 고객층을 확보해 2020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 아래 출발했다. 니트웨어와 패션잡화에 특화된 ‘더캐시미어’와 ‘덱케’ 또한 한섬에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신규 브랜드들이다. 김 대표는 올해 이 세 브랜드의 전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채널의 확보 또한 한섬이 그리는 청사진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다채널 전략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이다.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노세일 정책을 고수했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해외 국가에서도 주문을 했다. 첫해 올린 매출만 200억원. 더한섬닷컴은 급하게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꾸준히 마니아층을 구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판 미래형 점포도 준비 중이라며 귀뜸을 했다. 도시 외곽에 콘셉스토어를 열어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등의 패션 상품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F&B 브랜드까지 총망라해 하루종일 먹고 마시며 한섬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전문가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이며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오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편집숍 ‘폼’이 그것. 양극화가 극심해진 일본백화점에서 무너진 중간층을 편집숍들이 파고들었듯 향후 국내 시장에서도 다채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폼’은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와 협업해 다채로운 분야의 상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패션 상품을 다루는 ‘폼1/4’는 한섬이 맞아 여성 컨템포러리 라인인 ‘스튜디오’, 남성복 ‘멘즈라운지’, 패션 잡화 ‘아틀리에’ 등을 소개한다. F&B인 ‘폼3/4’는 현대그린푸드가, 라이프스타일인 ‘폼4/4’는 현대리바트의 몫이다.
한편 기존의 편집숍인 ‘톰그레이하운드다운스테어즈’와 ‘무이’는 PB를 강화한다. 이로써 보다 한국의 절기와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수익성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 낮은 자세로 배운 위기 돌파 능력
김 대표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한 발 빠르게 움직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모든 아이디어는 직원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얻었다고. 겸손한 자세로 의견을 구하는 자세는 현대백화점 재직 시절부터 이어온 것이다. 겨우 영업 3년하고 본부장 자리에 앉고 보니 직원의 반 이상이 선배였다.
“회장님이 어찌 날 이리 불편한 자리에 앉히셨을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테두리 밖의 사람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죠. 그래서 기존의 관행과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3년간 매일 같이 3개 이상의 외부 협력사들을 찾아갔습니다. 저녁이고 주말이고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협력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죠.”
한섬으로 옮겨온 뒤에도 배움과 겸손의 자세로 임했다. 패션에 대해 문외한이니 입을 꾹 닫고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벙어리로 지낸 지 3년. 그는 패션산업에 대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직원들과의 신뢰도 두텁게 쌓았다.
“기업은 시스템만 있으면 돌아갈 것 같지만 결국은 인력이 가장 중요한 핵심자원입니다. 그러기 위해 채용도 늘리고 복지혜택도 늘리고 있지요. 기업의 소명은 직원들이 소신껏 자신의 업무를 해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는 것일테니까요.”
대담 : 정인기 / 정리 :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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