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시장,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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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메이저, 패션기업 인수 ‘중소 패션기업 홀대’

2016-11-11 오전 9:22:37

글로벌 SPA 이은 직수입 확대로 ‘고용시장 악화’ 우려


유통 메이저들의 패션기업 인수와 PB 확대로 인해 패션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홈쇼핑이 3시간에 11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LBL’ 이미지.


최근 유통 메이저들의 패션기업 인수가 이슈를 모으고 있다.

이미 현대와 신세계가 한섬과 톰보이 같은 전통과 본질이 강한 기업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엔 SK도 패션사업을 현대에 넘기는 것을 기정사실로 협상을 추진중이다. 또 롯데쇼핑도 ‘S’사 패션사업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S’는 한동안 국내 패션산업의 리딩 컴퍼니로 평가돼 왔지만, 기업의 DNA와 맞지않은 사업의 무리한 추진과 지나치게 높은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 탓에 한계치에 이르러 매각까지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패션기업들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메이저의 패션기업 인수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미 ‘유니클로’ ‘자라’ 등 유통업체와 특수 관계 브랜드의 입점 과정과 영업에서 심각한 타격을 경험한 중소 패션업체들은 ‘유통업체의 자기 식구 감싸기’식 영업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에도 롯데는 청량리점을 비롯한 몇몇 지역점에 ‘유니클로’를 입점시키기로 하면서 1년도 채 안된 입점업체에 “여기가라, 저기가라” 하면서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있다.


◇ 패션기업 홀대와 고용문제로 이어져
유통기업의 일련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패션산업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저가로 무장한 글로벌 브랜드를 앞다퉈 유치함으로써 로컬 기업들의 파이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으며, 기업들은 R&D에 투자를 줄이고, 수입판매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중견 패션기업 오너는 “백화점이 글로벌 SPA 한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로컬 브랜드 10여 개는 퇴점하거나 좁은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도 ‘가격’으로 경쟁하는 구도에서 판매수수료를 많게는 50% 수준에 책정하는 불합리한 횡포로 인해 로컬 기업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는 R&D 투자 약화와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산업 공동화 현상을 낳고 있다”고 어려움을 하소연 했다.

패션기업 인수와 자체 편집숍 확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 다른 기업 경영자는 “유통기업은 인수한 패션업체를 통한 신규 사업도 직수입 브랜드 중심이다. 편집숍도 해외 브랜드 직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어 국내 산업과는 거리가 있다”며 온오프 유통채널 기반으로 수입 유통업에만 충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롯데홈쇼핑이 판매한 PB ‘LBL’은 3시간에 110억원을 판매했는데, 전제품을  이탈리아, 스페인 제조업체에서 직접 사입해 자체 채널에서 판매했다. 이 회사는 올 한해 자체 PB에서 6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엔 2배 가까이 키울 방침이다.

또 롯데는 해외에서 직접 바잉한 50여 개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상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TOPS’를 주요 백화점에 구성하는 등 수입, 할인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 패션시장, 양극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유통 메이저의 패션기업 인수와 PB, 자체 편집숍 확대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강력한 자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와 제휴는 전방위 소싱과 로지스틱에 힘입어 가격 중심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묘환 CMG 대표는 “국내 패션시장은 글로벌과 로컬 모델, 두 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다. 글로벌은 강력한 자본을 바탕으로, 전방위 소싱과 로지스틱을 동원해 가격중심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를 계기로 국내 패션산업의 새로운 모델 개발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로컬모델은 철저한 지역기반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무기로하는 스피드 패션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고, 현재 유통기업 중심으로 벌어지는 패션기업의 인수합병이나 PB 육성은 결국엔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실패로 돌아갈 개연성이 높다. 반면 로컬은 다시 패션의 시대가 부활하는 방향이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이커머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할 것”이라며 패션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롯데 '탑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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