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색, 돈의 색 그리고 까만 밤하늘에서 빛을 발하는 달의 색. 은색은 분명 가장 빠른 색이다. 빛의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은빛은 비행기, 로켓, 고속 기관차를 떠올리게 하며 현대적인 역동성을 대표하는 색이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것은 절제이며 은빛은 절제의 색이다. 금빛은 자신을 과시하려 앞으로 나서며 주위의 모든 색을 짓누르지만 은빛은 모든 색을 포용하며 함께한다.
금이 이상적인 가치를 상징한다면 은은 물질적인 가치를 상징한다. 은은 돈의 색이다. 십자가형벌 이전에 유다가 예수님을 제사장들에게 넘겨줄 때 받은 돈도 은화 30개였다. 은빛은 달빛으로 비유되어 왔다. 연금술사들은 은을 ‘루나(Luna:달을 뜻하는 단어)’라고 불렀으며 잉카인들은 은을 ‘달의 눈물’이라 칭했다. 금과 은, 해와 달, 빨강과 파랑, 남자와 여자 이 모두는 각각 쌍을 이루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귀금속, 은
은은 좋은 촉감과 아름다운 광택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풍부한 귀금속(noble metal)이다. 은 생산량은 금 생산량의 20배 정도 많으며 멕시코,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이 주요 산지로 꼽힌다. 은은 여러 가지 금속과 합금할 수 있는 우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광산에서 채굴된 은이 은 혼자만 존재하지 않고 다른 금속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은광(銀鑛)마다 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금광(金鑛)에서는 늘 은이 나오며, 채굴되는 전체 은의 약 20%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금 다음은 은이라고 한다. 전성(展性:강한 압력을 가했을 때 가루로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 성질)과 연성(延性:끊어지지 않고 가느다랗게 철사처럼 긴 선으로 뽑아낼 수 있는 성질)에서 금이 1위라면 은은 2위이다. 은은 0.000 27mm까지 얇게 은박으로 만들 수 있으며(금은 0.00025mm), 1g의 은으로 약 2km의 은사를 뽑아낼 수 있다(금은 약 3km).
순금과 같이 순수한 은도 무르기 때문에 견고함을 위해서 다른 금속과 합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92.5%의 은과 7.5%의 구리가 합금된 은인데 이를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 또는 정은(正銀)이라고 부른다. 스털링 실버는 특유의 은백색과 견고함으로 인해 대부분의 실버 주얼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반지의 안쪽이나 펜던트의 뒷면, 목걸이의 장식 부분에 ‘925’(92.5%가 Silver임을 표시한 것)가 새겨져 있다면 스털링 실버로 만든 제품인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풍성한 볼륨감과 간결한 선
은을 사랑하는 대표 브랜드로 ‘티파니(Tiffany & Co)’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는 엘사 페레티의 실버 컬렉션과 파블로 피카소의 딸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입체파적인 주얼리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파로마 피카소는 실로 실버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앞당긴 장본인이라 하겠다. 그 밖에 구찌, 조지 젠슨, 엠포리오 아르마니, 폴리 폴리, 클리오 블루, Me & Ro, THE KISS , Veou, J.ESTINA 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은에서만 찾 을 수 있는 고풍스러움과 극단의 현대적인 특성을 풍성한 볼륨감과 간결하면서 단호한 선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은이 늘 2등인 것만은 아니다. 은에게는 다른 어떤 금속보다 열과 전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이러한 장점은 은과 은 화합물을 전기, 화학, 의료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하였으며 특히 화학산업에서 은은 빛에 예민한 필름 막과 인화지에 긴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순수한 은의 놀라운 살균력이 입증되고 있다. 은은 인간 면역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병균을 독성이나 부작용 없이 살균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특히 장의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가깝게는 성대의 염증을 치료하는 약제로 은단이 있으며 물을 깨끗이 정수하는 정수기에도 은이 사용되고 있다.
은이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결점은 변색이다. 이는 대기 속에 존재하는 수분과 아황산가스 등으로 인해 황화되어 검게 변하는 것으로 은 세척제를 이용하여 원래의 은빛을 쉽게 회복할 수 있으며 은 위에 얇은 층으로 백금도금(로듐도금)을 하여 변색을 막기도 한다. 은의 변색을 통해 우리는 삶에 있어 귀한 메시지를 한 가지 얻을 수 있는데, 은은 방치되면 암울한 검은색으로 점점 그 빛을 잃어버리고 말지만, 놀랍게도 아끼고 사랑하여 자주 손으로 만져주면 은만이 가지고 있는 색상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덜 성숙한 은’으로 불리는, 백금
무색의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다이아몬드와 가장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고 있는 귀금속으로 은빛을 닮은 회백색의 플라티늄, 바로 백금이 있다. 금보다 더 귀하고 비싸며 변색이 되지 않는
정경애 · Crystal Tower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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